나도 이제 늙었구나.라고 느낄 때 9.

in #krsuccessyesterday

요즘 랜덤으로 음악을 듣다가 콜드플레이나 뮤즈가 나올 때, 스킵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며 순간 놀란다.

예전에 잘 아는 믹싱 엔지니어가 ‘사운드 공부’용으로 이들의 앨범을 추천했다. 역시 이 앨범들의 녹음과 믹싱 사운드는 무척 훌륭했다. ‘돈과 시간이 꽉꽉 들어찬’ 소리라고나 할까. 일단 전체적으로 듣기 편하고 깔끔하다. 강력한 코어를 지닌 베이스 위에 양념처럼 뿌려진 온갖 사운드 이펙트는 자칫 사족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혀 과하지 않으면서 앨범 콘셉트를 더욱 뚜렷하게 살린다. 멋지다.

그런데. 이들의 음악이 나오면 끝까지 듣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스킵했다. 음. ‘공부용’이라 그런가. 솔직히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분명 기술적인 완성도가 훌륭하다는 것도 알겠고, 멜로디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매력이 있다는 것도 알겠는데, 이상하게 끝까지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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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늙은 걸까. 나이가 든 걸까. ‘늙었다’와 ‘나이 들었다’는 ‘금방 만든 빵’과 ‘갓 구운 빵’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왠지 모르지만 ‘금방 만든 빵’보다 ‘갓 구운 빵’이 더 맛있다.

나이가 든다는 건, 혹은 늙는다는 건, 착해지고 부드러워지고 넓게 받아들일 줄 알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무뎌지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