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일과 경호원

in #krsuccess4 days ago (edited)

풋풋한 젊은이. 남자. 백인. 금발. 흰 와이셔츠. 검은 정장바지. 신기하다. 어쩜 이렇게 이들은 여전히 똑같을까. 순간,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아침 9시 10분, oo입구역 4번 출구 앞에서 모르몬교인 셋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글로 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외국인을 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봤던 외국인은 대부분 모르몬교인이었다. 그들은 한국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고 대신 성경 공부를 하게 했다.

요즘 oo앞은 워낙 외국인이 많아서 웬만큼 특이한 외모나 패션이 아니라면 외국인이라고 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모르몬교인들은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눈에 띄었다. 다양한 색상과 화려한 패션, 그리고 편한 옷차림의 외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흰 상의와 검정 바지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그들은 경호원처럼 보여서 눈에 더욱 띄었던 것 같다.

4번 출구 바로 앞 횡단보도를 건너 오십여 미터 정도를 가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 두 명이 서 있는 곳이 나온다. 그들 옆에는 ‘성경 공부’라고 쓰여 있는 배너가 서 있다. 그들 역시 배너처럼 움직임 없이 가만히 서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가만히. 펜으로 그려 넣은 것처럼 일정하게 유지되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그런 그들이 마치 가고일 같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부터는 짙은 선글라스를 끼기 시작했다. 정장에 선글라스를 끼고 가만히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모습이 이번에는 꼭 경호원 같다.

모르몬교인과 여호와의 증인이 가고일처럼 경호원처럼 서 있는 거리를 지나가면서 내일부터는 다른 길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멀리 돌아가긴 하지만. 뭐. 운동도 더 할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