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팔난기 초벌번역 7-3
손만흥이 말했다.
“네 말이 맞기는 하지만, 주봉진 그 녀석이 힘도 세고 아주 용맹하단 말이야. 말처럼 쉽게 처리하지 못할 거야.”
이홍석이 말했다.
“서쪽 훈련장에 무사들을 부르신 다음 큰 잔치를 여십시오. 그런 다음 주봉진이 초청하는 겁니다. 주봉진이 반드시 응낙할 테니까 술이 반쯤 취했을 때 술잔을 던져 신호를 보내십시오. 그러면 칼과 도끼를 들고 숨어있던 무사들이 갑자기 쏟아져 나와 처리할 것입니다. 이러면 일을 뜻대로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손만흥이 고개를 끄덕였다.
“십 며칠 뒤 날짜를 정해 실행하게.”
말을 이렇게 했으나, 손만흥은 망설였다. 부인이 있는 곳에 가서 처남 이홍석과 자신이 세운 비밀 계획을 말했다. 이부인이 깜짝 놀라서 기뻐하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주봉진이 만약 사위가 되면, 정이 한 가족과 같아져서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편안함과 근심을 함께 할 것인데 어찌 소원한 사람이 친밀한 사람을 멀어지게 만들 수 있겠어요? 또 황극과 주봉진이 의형제를 맺었지만, 한 어미에게서 난 친형제는 아니지요. 마침내 두 집안이 괜찮게 되는 일을 도모해야지, 내 동생 홍석이 세운 계획은 반드시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도리어 패배할 테니, 어찌 탄식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손만흥이 소매를 떨치며 일어나며 말했다.
“여편네니 이리 소심할 수밖에! 어찌 큰일을 알겠는가!”
그때 손소저가 곁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는 크게 놀라 눈물이 한 가득 차올랐다. 손소저는 임부인이 있는 곳으로 몰래 가서, 들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임부인이 놀라고 탄식하기를 멈추지 못했다. 임부인은 손소저에게 병풍 뒤로 가 몸을 숨기라고 한 뒤 주봉진을 불렀다. 주봉진은 소년 장수 한 명을 대동하고 들어왔다. 임부인은 소년 장수를 보고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주봉진이 말했다.
“어머님 놀라지 마십시오. 이 사람은 남악 출신인 용진천입니다. 황극 형님과 결의형제를 맺은 사람입니다.”
임부인이 그 말을 듣고 한편으로 기뻐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슬퍼했다. 임부인은 주봉진과 용진천을 맞이했다. 용친천은 금산이 무너지는 듯 털썩 무릎을 꿇더니 옥기둥이 거꾸러지듯 머리를 조아렸다. 네 번 절한 다음 일어섰다. 용진천은 인사를 마친 뒤 두손으로 공손히 봉인한 편지를 임부인에게 올렸다. 임부인이 열어 읽어보니, 다름 아니라 아들 황극이 용진천에게 맡긴 편지였다. 임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납치되어 이곳에 이르러 늘 죽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아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다가 지금 이 편지를 보니, 여태껏 살아 있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요. 어찌 기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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