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팔난기 초벌번역 7-1

in #krsuccess3 years ago

남정팔난기 제7회

계략을 세워 손만흥의 목숨을 빼앗고,
법총스님은 도적을 물리쳐 능력을 뽐낸다.

화설. 주봉진이 손소저를 본 다음부터 애틋한 감정이 가슴속에 가득 일렁였다. 스스로 노래를 불러, 품었던 감정을 은연중 드러냈다. 그러다 갑자기 의형인 황극을 떠올렸다. 주봉진이 말했다.

“내가 만약 미인에게 연연하는 마음을 지녀 황극 형님이 주신 은혜를 잊는다면 어찌 뛰어나고 빛나는 기상을 지닌 대장부라고 일컬으랴! 문을 닫고 과부를 받아주지 않았던 노남자, 촛불을 밝히고 밤을 지새웠던 관우는 오랜 세월이 지났으나 미담으로 전해져 지금도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다. 나는 응당 이 여자를 없애 이런 사념을 막아야한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주봉진은 날카롭게 벼린 칼을 품고 곧바로 임부인이 머무는 곳으로 갔다. 임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남자라면 아내를 원하기 마련이지요. 또 여자라면 남편을 원하기 마련이고요. 이 어미가 바라는 바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그렇고요. 지금 한 마리 봉과 한 마리 황이 서로 짝이 되려고 하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요?”

주봉진이 임부인의 말을 다 듣고, 화를 내며 말했다.

“저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습니다. 강호를 이리저리 떠돌다가, 뜻밖에 황극 형님을 만났습니다. 늘 함께 위험을 무릅쓰며 끊어질 듯한 생명을 간신히 보전했습니다. 오늘날 이곳에 의탁했고 또 아주 다행스럽게도 어머님을 만나 아침저녁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당연히 황극 형님과 함께 원수 갚기를 성심껏 도모해도 부족합니다. 그런데 술에 취해 망령된 생각을 일으켜 한 여자를 얻고자 했습니다. 제 평생에 남을 큰 잘못입니다. 저는 그 여자를 죽이고 영원히 마음속에 두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주봉진은 품었던 보검을 뺐다. 보검은 서슬 퍼런빛을 발했다. 주봉진은 손소저를 찾아 계획대로 끝맺으려 했다. 임부인이 주봉진의 옷을 당겨, 말리며 말했다.

“대장부가 세상에 남에 마땅히 관대하고 인자하게 일을 처리해야지요. 예전 한나라 때 촉과 오는 서로 창끝을 겨누는 사이였으나 유비는 오히려 손권의 동생을 아내로 맞이했어요. 지금 아드님이 손소저와 맺어진다고 해서 안 될 게 없어요. 또 손소저는 깊은 규방에서 자랐으므로, 그 아비인 손만흥이 벌인 일에 조금도 책임이 없어요. 만약 손소저의 목숨을 뺏는다면 이것은 이른바 동쪽에서 뺨맞고 서쪽에서 화풀이하는 격이에요. 바라건대, 좋은 인연을 맺어 이 노모의 심정을 위로하세요.”

임부인과 주봉진이 대화를 나눌 때, 손만흥이 우연히 그곳에 왔다. 담장 아래에서 임부인과 주봉진이 대화하는 것을 엿들었다. 손만흥이 조금 뜸을 들인 다음 자기 집으로 돌아가 이 일을 아내 이씨에게 말했다.

“며칠 전 내 딸 홍염이를 보니 말 품새가 아주 아름답더라고. 생각도 배는 약아진 거 같아. 몸이나 행동이 나랑 하나도 안 닮았더군. 어떤 놈이랑 연분이 났나 의심했는데, 오늘 임씨 여편네랑 주봉진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아주 수상쩍었어.”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defaul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