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팔난기 초벌번역 6-4

in #krsuccess3 years ago

“저 산 이름이 화악산입니다. 산 허리께에 이성묘라는 사당이 있는데, 그곳 귀신이 아주 신령합니다. 매년 이 고을에 사는 수백 호 주민은 금은을 끌어모아 남아, 여아 한 쌍을 사들입니다. 또 희생 제물로 소, 양, 돼지와 예물을 모두 마련해 이성대왕께 바칩니다. 그러면 그 해는 논의 벼가 아주 잘 익고 여섯 종류 가축이 모두 탈이 없습니다. 사람도 병을 앓지 않습니다. 네 계절이 모두 평안하지요. 만약 조금이라도 성의가 미흡하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호랑이와 이리가 횡행하고 질병이 만연합니다. 오곡과 채소 등 모든 먹거리가 하나도 남지 않지요. 열 명 가운데 대여섯 명이 죽고 가축 열 마리 가운데 대여섯 마리가 죽어 나가지요. 올해는 저희 세 늙은이가 제사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감히 이처럼 소란을 피운 까닭입니다. 바라건대, 장군은 연유를 이해해 벌을 내리지는 말아주십시오.”

장수가 말했다.

“남녀 두 아이는 귀신이 낚아채 가서 잡아먹는가?”

노인이 대답했다.

“매번 저녁에 제사를 지내며 기도를 올립니다.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하는지라 기도를 마치면 곧바로 산에서 내려옵니다. 그 두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가서 살펴보면 흔적조차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신령이 데리고 갔다고 말합니다.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누가 진실을 알겠습니까?”

장수가 말했다.

“그 남녀 아이는 다른 지방에서 사오는 것인가?”

노인이 대답했다.

“아주 많은 금은을 들여 사방으로 널리 구합니다. 만약 아이를 사지 못하면, 비록 자기 아들딸이라도 꼭 바쳐야 합니다.”

장수가 돌아와 들은 말을 황극에게 전했다. 황극이 말했다.

“이 일에 반드시 이상한 곡절이 있다. 내가 가서 그 진실을 조사하겠다.”

이날 밤 황극은 장수와 병사에게 부대를 이탈하지 말라고 주의하고, 조용히 화악산 아래로 갔다. 수풀 사이에 숨어서 광경을 살폈다. 초경이 되자, 마을 가운데서 늙은이 세 명과 주민 수십 명이 예물과 남녀 아이 한 쌍을 지고 이성묘 앞으로 갔다. 늙은이 세 명은 먼저 사당 문을 열고 세 번 기침하고 세 번 침을 뱉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사당에 있는 신령한 탁자, 장막, 장을 깨끗이 청소했다. 남녀 아이 한 쌍을 데려와 남쪽을 보고 책상다리로 앉혔다. 남자아이는 왼쪽, 여자아이는 오른쪽에 자리했다. 이어서 소, 말, 돼지 세 가지 희생 제물과 예물을 진열했다. 향로에 들고 들어와 바닥에 내려놓았다. 좋은 향을 꺼내 불을 붙였다. 등잔을 걸고 기름을 부었다. 기름에 심지를 꽂았다. 허리를 굽혀 네 번 절했다. 손을 모아 제문을 읽었다.

Sort:  

열심히 하는구만!(동)

해놓고 올리는 거니까…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default.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