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팔난기 초벌번역 6-12

in #krsuccess3 years ago

또 읊었다.

저 미녀 아리땁고도 아름답네! 세상 모든 아름다움과 꾸밈을 지녔네,
수놓은 비단옷은 어지럽게 주름졌네! 물총새가 날갯짓하는 모양이네,
조금이라도 보태면 너무 크네! 조금이라도 빼면 너무 작네,
붉은빛을 받으면 너무 붉네! 흰 분을 바르면 너무 희네,
눈썹의 곡선, 물총새 날개런가! 피부는 희고 희어 백설이라네,
빗살 같은 이, 조개를 머금었는가! 가는 허리 동그란 비단깁이네,
꽃에 비유할라치면 말을 알아듣고, 옥에 비유할라치면 향기를 뿜네,
생각을 듣길 바라면 말해주고, 꽃다운 향기 베개에 퍼지네,
만약 얻으려 해도 얻을 수 없다면, 먹고 자는 일까지 잊겠네.

또 진나라 도연명이 썼던 미인부에 부쳐 찬탄해 읊었다.

바라건대 옷이라면 옷깃이 되리다, 꽃다운 얼굴을 받들겠소.
하지만 서른 날 열흘마다 목욕 날, 씻기다 눈물 자국 없어질까 두렵소,
바라건대 끈이라면 허리띠가 되리다, 가는 허리에 맵시 있게 매이겠소,
하지만 깊은 밤 잠잘 때, 풀어 놓고 주무실까 두렵소.
바라건대 물건이라면 부채가 되리다, 부드럽게 쥐어져 알맞은 바람을 내겠소,
하지만 가을바람 휭휭 불어올 때, 상자에 담겨 잊힐까 두렵소
바라건대 악기라면 아쟁이 되리다, 치마 위에 놓여 아름답게 노래하겠소,
하지만 시위에 쓸 난교를 얻기 어려울 때, 다른 줄로 현을 바꿀 게 두렵소,
즐거움은 비할 데 없고 뜻은 해, 달이 모습을 바꾸는 걸 잊겠소,
하지만 해는 나무 위를 떠나지 않았는데, 돌아가 슬퍼질까 두렵소,
변방에서 공을 세우겠소, 아내에게 봉작을, 자식에게 관직을 주겠소,
하지만 사람이 참을 수 없는 바를 참아도, 오래 못 만날까 한 가지 생각이 두렵소

봉진이 이 일을 말미암아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했다. 그러다 곧 생각을 고쳤다. 일어나 앉아 칼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나와 황극 형님은 의형제를 맺어 동생과 형이 되었다. 죽고 사는 일, 영광된 일과 치욕스러운 일을 빠짐없이 함께하자고 약속했다. 지금 한 여자를 보고 평소 마음가짐이 변했다. 천지신명이 돌보지 않을 것이다.”

주봉진은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벌떡 일어섰다. 벽에 걸어뒀던 보검을 빼 들고 소리쳤다.

“황극 형님의 원수는 곧 나와 한 하늘 아래 설 수 없는 존재다. ‘골수를 녹이는 호색.’이라는 말은 영웅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마땅히 그 여자를 베어서 호색하는 마음을 끊겠다. 그런 연후에야 큰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주봉진은 큰 걸음으로 임부인이 있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과연 손소저가 살고 죽는 일이 어떻게 펼쳐질까? 다음 회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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