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

in #kr-diary17 days ago

아 외장하드 불량이 생겨버려서 옛날에 수집했던 강의자료들 중 일부가 날아가 버렸네? 사실 다시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이긴 하고, 또 이것저것 찾아보니까 데이터 복구 회사에 맡기면 20-40(?) 정도의 가격으로 복원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갑자기 굳이 이걸 복원 해야 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기 위해, 현재 상황의 증상파악이랑, 해결방안, 어떻게 고치는 것 까지 다 알아봤는데, 이론적으로는 알아도 기술이 안되고 또 그 과정을 실행하려면 다른 기계들이 필요해서 전문가의 손이 필요한 것은 맞는데, 굳이 그 자료들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 버렸다.

매년 여러 토픽들에 빠져서 세미나와 강의들을 듣고 또 자료들을 모으고 이런 것을 거의 15년 넘게 하다보니 쌓인 외장하드만 해도 10개 가까이가 넘는다. 학생 때에는 해외 OCW나 국내 OCW 영상들을 받아놓고 또 실제로 그 자료들을 가지고 몇번 돌려보면서 공부하고 하긴 했는데... 고등학교, 학부 때만 해도 관심분야가 너무 많아서(심지어 일찍 연구참여 및 복수 전공으로 인해 학교 수업을 정말 미친 듯이 들었고, 관련 영상 자료들도 그 때 미친듯이 구해서 또 듣고 그랬었다) 여튼 지방에서 다시 서울로 올라와서부터는 오늘 처럼 전반적으로 새로 얻은 자료들의 용량 문제로 옮기는 과정 이외에는 이제는 거의 확인도 안 해보는 듯 싶다.

확실히 어떤 자료들은 이제 너무 많이 보고 아는 내용들이라 지워도 되지만 추억(?)을 위해서 남겨 놓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이런 생각이 드니까 오늘 불량이 된 그 자료들은 학부 시절 국내 대학 전공 강의 자료들을 모아놓은 거라 굳이 필요하나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고 (이제는 내가 그 교수님들 보다 그 분야에 대해서 더 잘 강의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자부심도 들 정도니까...) 물론 타전공 자료들은 다른 곳에 있고 (근데 또 타전공 자료들은 당시 흥미를 가져서 나중에 이거 봐야지 하고 모아놓 거지만 거의.... 솔직히 도올 선생님 강의나 지금까지도 보고 있지... 당시 봤던 정의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 무엇인가 시리즈의 강의영상과 책, 두번 정도만 돌리고.. 사실상 방치 아닌가...) 요즘 같이 정보를 쉽게 제공 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 20-30년이 더 된 자료들이 그렇게까지 유용할까란 생각이 든다.

물론 혹시 모를 학부생용 강의를 위해서.. 라는 핑계로 이런저런 학부용 강의영상들과 실제로 내가 들었던 노트들, 자료들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데, 이것도 진짜 그냥 추억의 의미로 창고에 짱박혀 있는거지, 정말 그게 유용한가? 필요하게 되면 결국 내가 정리했던 강의노트들이나 자료들이 아닌 고전이 되는 교과서들과 최근 리뷰논문들을 찾아 그것만 보고 있던데.. 내 쓸데 없는 욕심이 아닌가 싶다.

재작년에 꽤 많은 전공서들을 기부(?)하고 배포했는데도 방에 쓸모 없는 전공서들이 너무 많다. 작년에 내가 쓰던 연구실에 한 벽면을 다 채워 넣고 나왔는데도.... 사실 올해도 새로운 곳에 제대로 된 자리가 있었으면 관련 도서들을 막 가져다 놓으려고 했는데... 책장이 없는 곳이라 또 무엇보다 책을 들고 출근하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라 그러지 못하고 있다. 그냥 분리수거 하기엔 좀 그렇고 그렇다고 지금도 잘 안 보는 책을 3-4년 뒤, 혹은 10년뒤에 또 볼까? 한 때 내 머릿속을 차지했던 전공서 내용들이라 그런지, 그 책이 없으면, 내 머릿속의 지식도 같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느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것 같다. 뭔가 좀 강의 영상들을 지우고, 노트와 책을 버리려고 하면 왜 이렇게 마음이 심란해 지고 불편할까... 누구 말처럼 죽을 때 다 들고 갈 수도 없고, 빈손으로 오고 빈손으로 가는게 삶인데 왜 이렇게 미련을 가지고, 집착을 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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