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소나기 : [명사]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비

Photo by Mario Calvo on Unsplash

카페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고있으니 추적추적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들린다. 비는 참 양면적이다. 어느날은 보는것조차 전혀 달갑지않은 날이 있는가하면 또 어떤날은 어서 나에게로와 내가 짊어진 모든것을 씻겨내주길 바란다. 그렇게 차갑게 씻어내고나면 그다음은 내 마음을 어루어 만져주기를.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바깥을보니 여전히 세차게 비가 내리고있다.

너도 비와같았다. 사람이 너무 다르면 오히려 끌린다고 하던가? 조금 무뚝뚝하고 표현을 잘못하는 나, 에너지 넘치고 표현도 잘하는 너. 나와 반대편 끝에있는 사람과 만난다는 건 정말 특별했다. 먹고싶은것도 하고싶은것도 정말 달랐던 우리. 끝과끝은 서로 통한다는게 사실인걸까? 매일이 다툼일것같던 우리사이는 신기하게도 항상 맑았다. 너로인해 참 새로운 경험을 많이했다. 움직이는걸 별로 안좋아하는 내가 국내 곳곳을 여행하고, 입에도 댄적없던 음식들을 먹어보고, 평소의 나였으면 하지않았을 수 많은 것들을 너로인해 하게됐다. 너역시 마찬가지로 평소의 너였으면 하지않을 경험들을 하게됐지. 불처럼 타오르는 뜨거운 사랑은 아니었더라도 천천히 너로 물들어가던 나와 그리고 나로 물들어가던 너의 모습이 참 좋았다.

그런 우리에게도 결국 끝은 찾아왔고, 우린 담담히 악수를하며 서로의 밝은 미래를 위해주었다. '그래 이건 좋은 이별이야.' 스스로 되뇌었다. 서로의 밝은미래를 기도해주며 돌아가는길, 갑자기 비가 내렸다. 나는 우산을 챙겨왔지만 준비성없는 넌 역시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것 같았다. 하지만 난 비를 맞으며 뛰어가는 너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첫사랑의 헤어짐이 겉잡을수 없는 뜨거움과 아픔이었다면 너와의 이별은 잔잔히 일어나는 해일같았고, 깊고 구멍난 부분이 메워지지 않는것처럼 시렸다. 집으로 돌아와 너와 찍은 사진을 정리했다. 어디선가 가랑비가 내렸다. 니가 그동안 써준 편지들을 정리했다. 빗살이 거세졌다. 너와 함께한 모든것들을 정리했다. 바깥을 보니 여전히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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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고 있어?"
"어..?"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고있길래."
"아 비.. 생각하고 있었어."
"비생각? 이상한놈. 가자 비오는날엔 삽겹살에 막걸리다"
비오는날에는 삼겹살에 막걸리라는 친구의 우김에 갑자기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바깥을 보니 세차게내리던 비가 그치고 갑자기 날씨가 화창해졌다. 한때 내리는 소나기였나보다. 맑은날이 있으면 비가오는 날이있고, 비가오는 날이있으면 다시 또 맑은날이 오겠지. 너도 나도 비가오는날 서로가 같은우산을 쓸순없어도, 서로가 비에 젖지 않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