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후기] 나는 신이다 - 1부
(사진은 굳이 올리지 않는다.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더러워지기 때문이다.)
장안의 화제인 다큐 '나는 신이다' 중 1부 JMS편을 보았다. 좋은 평가를 하지는 못하겠다.
첫째 이유 :내가 궁금해 하던 것을 전혀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1) 과연 어떻게 속였느냐
소위 사이비 종교(나는 '사이비 종교'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주류 종교들을 일찌감치 안전지대로 손쉽게 이동시키기 때문이다.)에 대해서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어떻게 속였느냐이다. 말하는 걸 잠깐만 들어보아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저런 자들에게 어떻게 이성을 잃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모두 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심지어 명문대생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 사람을 그토록 많이-심지어 해외까지 진출하여- 속였다면 무언가 특출난 비법이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 이 다큐는 딱히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2) 과연 어떻게 존속하였느냐
교주라는 자는 십 년 동안 수감되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저 자와 저 자를 수괴로 삼는 종교단체는 종말을 맞이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걸. 그는 건재했다. 너무 건재한 나머지 10년 전 그 자리로 복귀해 왕성한 '활동'을 재개했다. 무려 10년이다. 리더가 자리를 10년이나 비우고도 건재하게 존속하는 조직을 본 적이 있는가. 대체 그 비결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 이 다큐는 전혀 언급이 없다. 취재할 의사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둘째 이유: 지나치게 선정적이다.
내가 궁금해했던 사항들은 건너뛴 채, 이 다큐가 꽤 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성범죄 묘사다. 물론 이 수괴가 성범죄를 일삼았기에 피할 수 없는 소재다. 그러나, 젊고 예쁜 여자 피해자를 주인공처럼 초반부터 등장시키고, 잊을 만하면 중간에 반복 등장시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녀가 늙은 아저씨였어도 이런 편집 기법을 동원했을까. 그리고 성범죄 묘사가 지나쳤다. 녹음까지 들려줄 필요는 없었다.
선정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PD는, 원래는 더 수위가 높았다, 방송에 담은 건 1/10도 되지 않는다, 제작진들은 성범죄 피해 내용을 접하고 일주일 간 앓아 눕기도 했다....는 등의 해명도 아니고 반박도 아닌 이상한 자기애 섞인 동문서답을 늘어놓았다.
범행의 수위가 높으면 방송도 비례하여 수위가 높아져야 하는가?
성범죄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하면 2차 피해고, 방송 카메라 앞에서 진술하면 언론의 자유인가?
JMS가 저지른 패악이 성범죄에 머물지는 않았을 터. 왜 다른 범죄는 모두 건너뛰고 성범죄만 다루었는가?
이 악마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분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어느 수학 교수와 그의 아버지 일화는 보는데 눈물이 났다). 이분들의 존재를 알게 해준 것이 이 다큐의 유일한 업적이다. 어디서 언론인 행세는 하지 말길.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더욱 보지 말아야겠어요. ㄷㄷ
네.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꼭 이렇게 접근했어야만 했나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