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안의 이면(二面)
그는 입을 닫은 채로 태어났다
백 번의 파문을 삼킨 곡선,
시간의 혀끝에서 깎이고
무수한 울음을 음소로 감춘 자.
내가 그를 집어 들었을 때,
소금기 어린 침묵이 손금 속에 스몄고
귓가에 대보니—
아니, 들리는 건 파도가 아니라
어딘가 부재한 것들의 낡은 이름.
껍질은 속을 비워야
자신을 완성한다더니,
이 안엔
누구의 기억도, 누구의 고백도
형체 없이 눕는다.
나는 그에게
말을 묻지 않았다.
다만, 이 날카로운 가장자리에
무엇이 나를 베어갔는지를
조용히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