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 때 긍정적인 에너지가 오래가나요?
Question Diary.
2018년 9월 16일. 작업이 안 될 때 고민하게 된다. 차라리 푹 쉬고 다시 할까? 이대로 있어 봐야 진도도 안 나가고 집중도 안 되는데 그냥 놀아 버릴까? 하지만 놀기엔 마음이 불편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다 시간만 흐른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에는 어떻게든 다시 정신 차리고 집중하지만 유독 주말에는 그러기가 싫다. 이런 경험을 몇 번 반복하니 차라리 완전히 내려두고 재밌게 놀아 버리는 게 남는 거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대낮부터 맥주 홀짝거리며 예능 보고 소설 보고 아주 잘 놀았다.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다. 낮에 한 캔, 밤에 한 캔. 집에서 혼자 먹으면 취기가 빨리 느껴져서 딱 한 캔 마시면 기분이 좋다. 요즘은 주로 흑맥주를 즐겨 먹는데 확실히 시간이 지나면서 입맛이 바뀌는 듯하다. 예전엔 써서 인상 찌푸리던 흑맥주였는데, 쓴맛을 고통이 아닌 맛으로 느끼고 있는 걸 보면.
질문 일기를 시작하고 5일, 하루를 정리하며 글을 쓰는 게 제법 익숙해졌다. 이제는 조금 더 어려운 걸 해도 될 것 같다. 질문 일기는 나를 사업가로, 작가로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생각해보라고 한 질문들을 나름대로 정리하려고 시작했다. 질문을 정리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면서 어떤 문제들이 생기고 다시 어떤 고민이 생기는지 기록하면 좋을 것 같아서. 언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자세하게 남기지 않으면 같은 문제로 또 고민하는 일이 벌어지니까. 그걸 예방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일기를 공개하는 건 혹시나 사업가나 작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고. 사업체를 키우고 책이 몇 권 나올 때까지 일기를 계속 쓰면 참고할 만하지 않을까?
무엇을 할 때 긍정적인 에너지가 오래가나요. 이 질문은 기획자님이 운영하는 카페에 성장문답이라는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이다. 지나가는 말로 한번 쭉 훑어보면 글 쓰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해서 가져왔다. 100개쯤 올라와 있던데.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하기 딱 좋다. 쓸 거 없을 때 하나씩 꺼내 써먹기도 좋을 듯하고.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언제 긍정적인 에너지가 오래가나 생각해보면, 음 이건 나한테 너무 쉬운데. 하나밖에 없다. 좋은 책을 읽을 때. 좋은 책을 읽고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면 온몸에 전율이 오고, 머리는 깨끗하게 씻겨져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일주일이고 한 달이고 이어졌고, 어김없이 책에 나온 대로 따라 하려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어쩌면 중독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좋은 느낌이 희미해질 때면 좋은 느낌을 줬던 책을 다시 읽거나 다른 책을 찾아 읽었으니까. 마약 중독자들이 더 큰 자극을 찾아다니듯 더 좋은 느낌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책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읽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 그냥 내성이 생긴 것 같다. 웬만한 책에서는 이제 느낌을 못 받는 것이다.
그래서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점점 더 느끼기 어려우니까. 첫사랑의 기억처럼 어느새 느낌에 프리미엄이 붙어버렸다. 책을 읽고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 그만큼 강렬하고 오래가는 에너지를 나는, 찾지 못했다.
질문을 보고 생각하고 결론을 냈는데, 뭘까. 이걸로 뭐 하라는 걸까. 짐작하기 어렵다. 여기서 떠올린 행동을 지속하면 인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간다는 걸까. 괜히 머리만 더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