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화 시키는 말과 글
아버지는 공인중개사 이십니다.
작년엔 아버지의 사무실 주변에 재개발이 확정되어 있어서 바쁘셨죠.
혼자서 하기엔 벅차셨는지, 변호사와 사무장을 영입해서 팀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셋이 각자 역할 분담을 통해 일을 하고 있었다가, 현재는
헤어져서 각자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변호사와 사무장은 재개발 되는 곳을 찾고 들어가서
여러 거래를 통해 돈을 벌고 빠지는 식으로 움직이고 있더군요.
그 중에 사무장이 넉살이 좋은 사람이었는데, 꽤 인상깊던 얘기가 떠올라서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가끔씩 점심에 아버지 사무실에 찾아가서 밥을 얻어먹곤 했습니다.
부동산에 흥미가 있기도 했고, 식비도 아낄 겸, 얘기하는 걸 들을 겸 말이죠.
어느 날 사무실에 찾아가보니, 사무장이 앉아서 열심히 문서를 만들고 계시더군요.
뭘 만들고 계십니까 하고 물어보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리곤 문서를 프린트해서 저한테 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50만원 짜리 문서야’
‘이게?’ 하는 표정을 짓는 저를 보곤 웃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재개발 때문에 집을 비워줘야 하는 사람들은 나갈 때
손톱만큼도 손해를 보고 싶지 않아 하지. 사람이 다 그렇잖아?
그래서 우리는 손해를 보지 않고, 오히려 이득을 챙겨줄 수 있다는 얘기와 방법들을
문서로 만들어서 보여줘. 그리고 그에 대한 상담료와 의뢰비를 챙기지.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는 것 하나만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거야.
그래서 그 문서가 50만원의 돈을 벌 수 있는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50만원 짜리 문서라고 부를 수 있는 거지.’
저런 얘기를 안 들어본 건 아닙니다.
다만 실제로 저렇게 행동하고 돈을 버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신기했죠. 다만, 이런 얘기를 듣고 보니,
다른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는 것들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강연들을 조금 더 면밀하게 지켜보게 됐습니다.
어쨌든 강연도 듣는 사람이 뭘 듣고 싶어하는지를 알고,
자기 생각을 섞어서 말을 해주는 서비스 이니까요.
http://www.lifewords.xyz/?p=27218
이 링크를 타고 넘어가면 쓸모 있는 강연 VS 쓸모 없는 강연이라는 제목이 눈에 띕니다.
김제동과 서장훈이 청춘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는 것을 비교하는 콘텐츠였습니다.
김제동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다는 힐링이 주제였고,
서장훈은 즐겨서 되는 건 없으니 냉정해지라는 현실이 주제였습니다.
이 콘텐츠는 김제동의 강연이 쓸모 없고, 서장훈의 강연이 쓸모 있는 강연이라는
듯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두 사람의 생각에 공감되는 면이 각각 있기 때문에
동의는 하지 않습니다. 언제 각각의 입장에서 글을 써보고 싶네요.
어쨌든 이 두 강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듣고 공감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이 있으면, 들어야 하는 말이 있으면,
기꺼이 돈과 시간을 지불하고 듣는다는 특징이 잘 나타나네요.
이럴 때 보면 듣고 싶어하는 말과 글이라는 상품은 상당히 효율적인 가치를 지니네요.
50만원짜리 문서도 그렇고, 저 두 사람의 강연도 그렇듯이.
잘보고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