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트럼프는 어디에서 만날까

in #kr7 years ago (edited)

8시 뉴스를 보는데 자료화면에 스웨덴 신문이 보였다.
스웨덴이 김정은과 트럼프의 정상 회담지 후보라고?어제 우리는 평양으로 합의를 봤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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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매체를 훑어보니 지금 북미 정상 회담의 후보지 맞추기가 유행인가 보다.

#워싱턴포스트
스웨덴이 가장 유력. “스웨덴과 평양의 오랜 관계, 그리고 스웨덴이 북한 내에서 외교상 미국의 이익 대변국으로 활동해온 점을 고려할 때” 양쪽 모두에게 특별히 거부할 이유가 없는 나라라는 점을 들었다. 그 밖에 후보지로는 스위스, 몽골리아 등이 양쪽 국가 모두에게 중립적인 후보일 것.

#AP
스웨덴, 스위스, 아시아 도시 중에서는 베이징.

#ABC
국제해협 위에 배를 띄우고 선상 회담을 할 수도.
(상상력이 풍부하네, 아님 과거 이런 예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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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사진가인 구보타 히로지의 전시 개막식에 갔었다. 인터뷰 중에 재미난 이야기를 나눴다. 구보타씨는 아시아인 최초의 매그넘 작가로 1978년부터 23차례나 북한을 오가며 북한을 기록해온 분이다. 김일성, 김정일, 김 정은 삼대에 이르는 북한 지도자 세 사람을 모두 만나 사진을 찍었고 김일성의 특별허가를 받아 다른 어떤 작가보다 자유롭게 북을 드나들며 남들이 보지 못한 곳도 카메라에 담았다. 요 몇 년 사이에도 북한을 몇 차례 방문하셨다. 2008년 매그넘 코리아 전시를 준비할 때 구보타씨는 매그넘 쪽 대표, 나는 매그넘 코리아 프로젝트 PM으로 3년 가까이 함께 일했다.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자주 국제전화를 거시는 분으로 이제는 친구 같고 선생님 같은 분이다.

평창 올림픽으로 시작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로 이야기가 흘러가자 처음 듣는 재밌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구보타씨가 북한에 촬영을 하러 갈 때 특히 민감한 주제를 촬영하러 갈 때면 늘 김영남이 나와 맞아주고 설명을 했다고 한다. 구보타씨 기억에 매우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는 사람이었다고.

구보타씨는 와세다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사진가로 온 세계를 다니며 촬영을 해온 덕에 국제정치와 외교에 해박하다. 일본인이기 때문에 나와 역사나 정치 이야기를 하는 걸 매우 조심하지만 그래도 국제정세 이야기는 단골 대화 주제였다. 구보타씨 친구들 중에 정치인(일본내 좌파)과 외교관이 많아서 그런지 가끔 재밌는 이야기를 주워듣기도 했다.

마침 어제 발표된 김정은과 트럼프의 북미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오자 두 사람이 어디서 만날 것인가가 화제에 올랐다. 구보타씨는 망설임 없이 “평양”이라고 답했다.

  • 워싱턴: 김정은이 워싱턴에 갈 가능성은 희박하고,
  • DMZ: 가깝지만 너무 군사적 냄새가 나고,
  • 서울: 북미 정상회담이라 그것도 좀 그렇고,
  • 베이징: 시진핑이 북미 정상회담을 반길 리가 없으며,
  • 평양: 평양의 배경을 생각하면 극적인 그림을 원하는 트럼프 성격상 가능성 있다.
  • 제네바: 평양이나 워싱턴이 부담스럽다면 중립국이 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김정은이 국제학교를 다닌 스위스 제네바가 유력하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는 구보타씨의 분석과는 달리 만약 트럼프가 평양에 간다면 북한을 너무 고려해주는 거 아니냐며 반대파에게 비난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그런데 오늘 나온 후보지는 스웨덴!

스웨덴은 북한에 대사관을 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이며, 중립국으로 DMZ에 감독관도 파견하고 있는 나라다. 특히나 평양의 스웨덴 대사관은 북한과 국교를 수립하지 않은 미국의 이익대표국 역할을 하면서 미국민의 영사 업무도 대행한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의 귀환을 위한 협상도 미국을 대신해 스웨덴이 북한과 한다. 나 역시 처음으로 북한 사람을 본 곳이 북한 대사관이 있는 스웨덴이었다.

마침 이번 주 초에 있었던 스테판 뢰뷔엔 스웨덴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의 회담에서 북미간 협상에서 스웨덴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스웨덴 외교가에서도 스웨덴이 중재자의 역할을 맡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전쟁 이후 북한과의 대화와 지원, 관계 수립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 나라가 독일과 스웨덴이니 가능한 일이다. 독일에 비하면 스웨덴은 EU 내의 영향력 면에서도 국가 규모도 작아 오히려 중재자의 역할을 맡기에 적합하게 보이기도 한다.

거기다 북한의 외무부장관인 리영호가 조만간 스웨덴을 공식 방문해 마곳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부장관을 만난다고 한다. 예정에 없던 방문이라 논의 주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기상 이번 북미 정상 회담과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 하는 추측이 나온다.

암튼 구보타씨는 회담지로 평양이 될 가능성이 99%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는 햄버거를 좋아하는데 평양에 가면 아마 냉면을 먹어야 할거라고ㅎㅎ

어디가 될까요? 맞추는 사람에게 냉면 사주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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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트럼프 성격을 봐서 평양 한 표 던집니다 !

노벨 평화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평양이 제일 유력해 보이긴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