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은 날은 어떤 신에게 기도해야 좋을까요? [Feel通-일상의 안단테]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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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은 어떤 신에게 기도해야 좋을까요?



덕성여고의 복도에선 무슨일이?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길을 따라 도란도란 걷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덕성여고가 나옵니다.
그곳은 제 고등학생 때 절친이자, 지금도 절친인 박지아가 다녔던 학교인데요. 박지아가 제게 해줬던 학교 소개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 학교는 한쪽에는 절이 있고, 또 한쪽에는 교회가 있다.
그래서 한쪽에는 목탁 소리가 들리고 또 다른 한쪽에는 찬송가가 들려."
그때 저는
"우와 멋지다!! 그럼 복도 중간에 서서 큰소리로 기도하면 하느님, 부처님이 다 듣고 소원 들어주시겠네?"라고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절의 이름은 선학원, 교회는 안동 장로교회네요.
굳건한 믿음이 있다면 그것과 다른 종교적 노출이 괴로울 수 있겠지만, 그런 게 없는 제게는 마냥 신기한 경험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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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소중한 신들이시여!

변명일지 모르지만, 저의 이런 편의에 의해 믿음은 그럴만한 동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우선 절에서 기도해서 낳은 딸이에요.
엄마가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셨는데 쉽지 않아 스님에게 이야기하셨고 "조금만 기다려 보자" 말에 한 달이 채 안 돼 제가 생겼다고 해요. 중학생 때는 숙모 따라 구인사라는 절에서 한 달씩 살다 오기도 했는데 뭔지도 모르고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부르며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을 나왔어요.
교목 선생님 만나러 자주 교목실에 들락날락하며 상담을 빙자한 농땡이를 부렸고, 학교 살롬 단원들이 하던 워십은 신나서 따라 했었죠. 수업시간은 아니었어도, 예배시간에 눈이 초롱초롱 했던 건 자부합니다!
3년 전부터는 성당에 가요.
동네 가까운 데 있어요. 그냥 예뻐서요. 성모 마리아상 앞에 가~만히 서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아요. '그래, 내가 네 맘 다 안다.' 하시는 것만 같고 가끔 저한테 눈 찡끗 해주시는 듯한데 그건 저만 느끼는 거겠죠.



그런데 오늘 왜 갑자기 신앙 타령이냐고요?

하느님에게 뭘 좀 물어보고 싶은 날이기 때문이에요.
오늘 방송인 뽑는 시험에서 떨어졌거든요. 강사가 되고 나서는 3년 만에 보는 시험인데요. 1차도 아니고 3차에서 낙방한 거라 아쉬움이 커요.
강사는 정말' 천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일이지만 불안정성이 힘들기도 했어요.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본 거였는데 기대하다 떨어지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아요.


그래서,
'아니 하느님. 그거 좀 붙여주시지 왜 꼭 막판에 떨어뜨립니까? 네?'
따져 묻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절에 가야 하나, 동네 성당에 가야 하나. 아니면 교회?
정말 '아~놔~'
그래서 무작정 덕성여고가 있는 안국으로 향했습니다.
지나가면서만 봤지 들어가 본 적 없는 덕성여고에 들어가 운동장 한가운데에 서서 하나님과 부처님께 동시에 푸념했어요.
'하느님, 진짜 너무하신 거 아녜요? 저 강사 되기 전 오디션에도 148번 떨어졌잖아요. 기죽지 않고 도전하고 또 도전한 저한테 자비도 없으세요? '
바로 들은 건 하느님의 음성이 아니라 경비아저씨의 "거 누구세요?" 하는 목소리였지만요.

하느님의 '뜻'은 무엇인가요?

덕성여고에서 나와 비 오는 인사동 거리를 걸으며 생각해봤어요.
148번의 낙방이 저를 방송인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으시대지 않고, 다그치지 않는 따뜻한 쌤이라는 평을 듣게 했어요.
강의 잘 한다는 말도 절망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발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만들어진 것임을 알아요.
그러니 이번에도 하느님은 '그 길이 맞아. 그냥 글 열심히 쓰고 강의나 잘해' 충고하시려던 거였을까요.
아니면 뭔가가 잘 안돼 답답한 분들의 마음을 한 번 더 이해하라는 뜻이었을까요.
뒤숭숭함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하늘에 삿대질하며 씩씩거리던 맘은 3월 봄비를 맞으며 내려앉았습니다. 오랜만에 걷는 인사동 거리가 좋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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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없지만, 신의 존재를 긍정한다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최선을 다한 뒤 내 몫이 아닌 영역을 맡기고 홀가분해질 수 있고,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가 날 보고 있다 생각하면 든든하거든요. 언젠가 종교를 갖게될지도 모를 일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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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안국과 인사동 종로에 교보문고를 거쳐 걷고 또 걷고, 집에 와서 글 쓰니 시계가 11시를 가르키는 지금.
저의 진짜 하느님이 '배달의 민족'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요.
이순간 가장 영접하고 픈 건 치느님... 그분의 부르심엔 한없이 작아지는 저입니다....



치킨이 되었든, 기도가 되었든,
오늘 하루 스스로와 대화 하고 하느님께 SOS 하느라 힘들었을테니 푹 쉬라고 셀프토닥 해줘야 겠어요.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일어나는 일에는 다 의미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느님이 어떤분일지는 모르지만, 이런 제 모습을 대견해 하셨으면 좋겠네요. 그럼,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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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 그리고 당신" 이라는 문장이 아름답네요.
느낌이 아주 좋으시네요 :)
팔로우하고 가겠습니다

아, 타오님.
가입인사가 인상깊어서 저도 기억이 나요.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도 기분 좋아요. 자주 뵈어요!!

어떤말이 위로가되고 힘이나게할까요? 잘모르겠지만 진즉 유행지난 문자하나 투척할께용
"내힘들다" 를 거꾸로하면 "다들힘내" 이지요^^ 자고일어나면 더좋은날이 되시길바래용~

lovelyyeon님 감사해요:) 오늘 lovelyyeon님 포스팅 들어가서 알록달록한 애들도 구경하고, 가입인사에 올려놓으신 가방도 구경하니 맘이 더 나아요. 저도 옛날에는 손으로 만든 거의 모든것을 좋아했고, 엄마가 만들어주신옷을 입고자란터라,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 물건에 애착이 참 많았는데. 강사 시작하고 그 취향을 많이 잃은것 같아요. 아직도 제가 가장 아끼는 옷은 뜨게질로 만든 스웨터인데요. 문득, 제가 또 잊고 산 것은 없는지 떠올려보게 됐어요. 아참. 저 100% 회복했어요. 덕분에요:-)

참 저도 예전에 경험해 봤었기 때문에 그 쓰라림을 통감합니다.
저는 필통님의 팬으로써 강사로서의 필통님이 더 멋지실 것 같습니다!!!!! 속상했던 마음이 술술 풀리는 오늘이 되시기 바래요 !!!

그쵸그쵸? 저 강사가 더 어울리죠? 그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팬이라뇨.. 저 땅굴파고 한숨쉬고 있을까봐 웃기려고 그러시는거죠.
에이에이. 그런말은 저 멀리 접어두셔요. 저 실제로는 그냥 '애'인걸요..
그래도 어쨌든 100% 회복했어용! 왜냐면, 어제 치느님을 영접했거든요! 잇힝. 감사합니당>_<)b

거의 다 왔는데 정상이 보이지 않을때가 인생에서 참 많은거 같아요! 치킨으로 위로가 되었기를ㅎㅎ 인생은 계속되니까 마저 가봅시다!

맞아요. 그 문턱에서의 좌절감이 힘들지만 다행히 이번엔 엄청 빨리 회복했어요.
치느님의 위력은 생각보다도 컸어요!!^_^
아참, 경아님. 제가 왜 경아님 생각이 자주 났나 했더니요..
저희집앞에 치과예요 ㅋㅋㅋㅋ
머쓱하실까봐 작게 올려봐요.헤헤.

아하하 그랬군용!!!ㅋㅋㅋ 저 경아님은 공부 열심히 하셨나봐욤ㅋㅋㅋ

몇년전 십여년만에 성당에 가서 혼자 앉아있었습니다. 강당에 혼자있는데 참 편안했죠. 성당은 편안한 맛이 있습니다. 특히 혼자일때.. 지나가던 수녀님이 이상한 눈초리를.. 이상하다기보다는 불쌍한 눈초리를... 앞으로 148번만 더하면 붙여준다니까 하느님 넘 구박하지 마세요..ㅎㅎ 돈달라는 사람 실수로 성공시켜 달라는 사람 등등 하느님 앞에 줄서있는 사람 많아서 요즘 버거워 하시네요..ㅎㅎ 저는 바오로입니다..

몇년전 성당에는 왜 가셨어요! 힛.
돈달라는 사람, 실수로 성공시켜 달라는 사람 , 시험 붙여 달라는 사람.. 그거 다 저예요ㅋㅋㅋ
날마다 다른 기도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잘 안들어주시나...(=ㅛ=)
오늘도 성스러운 댓글 감사합니다. 바오로님...!

정말아쉬우셨을거같아요. 하지만결코쓸데없는경험이아닐거에요. 다른기회와성장이또 기다리고 있는 것일테니 너무 힘빠지시진 않기를.. 힘내세요:)

네. 저 그냥 프리랜서 계속 하라고 하느님께서 그렇게 하신건가봐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계속 이모님(잉??)과 '매여있지 않은자'로 공감대를 나눌 수 있을것 같아요.
쓰고나니 뭔가 잘된것 같기도 한데요?!ㅎㅎ

ㅎㅎ그러네요. 그런데 저를 이모님이라고 부르시는 분들이 가끔있는데 저의 아이디를 어떻게해야할까요. 네이밍에 조언좀 ㅋㅋㅋ

전 이모님이 좋아요! 제가 고모가 없어서 이모가 더 친근하거든요.
무논리 조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구수하고 좋잖아욤?ㅋㅋㅋㅋㅋㅋㅋ

움... 요즘 저에게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게 나의 한계인가 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항상 내 한몸 일할곳은 어디든 있다 라고 생각했는데 높은곳으로 가려니 조금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언젠간 꼭 응답오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어디에서든 또다른 새로운 도전과 그안에서 예기치 않았던 만족감도 있을테니 더욱 힘을 내보려구요. 퓔f통님도 잘될겁니다!!! :)

저 shimss님이 불러주시는 '퓔f통'이 느~~~~~~~~무 좋아요!ㅎㅎ
강세 빡!! 경쾌한것이 기분이 좋아요 ㅋㅋㅋㅋ
shimss님도 그런일이 있으셨군요. 저도 비슷한 생각으로 안되면 돌아가고 일이야 어디서든 할수 있다!! 였는데 제 몫은 딱 여기까지인가 싶어 속상했어요. 그래도 지금의 제모습도 나쁘지 않은것 같아 돌아보니 금방 또 잊혀지는걸요. shimss님의 밝은 에너지가 제게도 전해졌나봅니다. 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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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헷, 고맙습니다 짱짱맨!>_<)b

첫 포스팅 시작을 보고 덕성여고에서 무슨 사고라도 났나!! 싶었는데 ㅋㅋㅋㅋ다행이 과거 회상 장면이었군요!
복도 중간에서 소원 빌면 하느님과 부처님께서 동시에 듣고 소원을 이루어주겠네! 하는 필통님의 모습이 미소짓게 만드네요 ㅎㅎ

필통님은 여러 종교를 경험(?) 해보셨군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천주교였지만.. 솔직히 신앙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어머니의 영향으로 천주교가 되어있을 뿐.. (모니터 옆에 계시는 성모 마리아님의 눈빛이 오늘은 왠지 살짝 서운해 보이네요.. 죄송합니다 아멘)

신앙 얘기로 무슨 재밌는 말씀을 하실지 궁금했는데! 이런.. 오늘은 그럴만한 일이 있었군요 ㅠㅠ 상심이 크시진 않을까 걱정되네요..

심지어 강사 활동 전엔 148번의 오디션을, 이번엔 3차에서 낙방이라니 너무 아쉬울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걸 신앙과 엮어 재미나게 글 쓰시는거 보면 참 대단하신 분이란 걸 다시금 느낍니다!

필통님은 충분히 대단하시고 멋지신 분이세요! 아마 하느님(부처님과 예수님 마리아님도)께서 필통님의 후진양성(?) 활동을 세상에 매우 필요한 일로 판단하신게 아닐까 합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을 키워주고 꽃 피우게 하는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혹은 필통님의 어머님께서 경험하신 것 처럼, "조금만 기다려보자" 말씀하실 지도 모르구요!

절대신 치느님과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기운내세요!!
화이팅!!

포스팅만큼이나 댓글에 정성이 들어간것 같은데 우왕. 고마워요.
긴 작업 끝내고 피곤했을텐데! 더더욱!
글 잘 못쓴다고 하더니만 왜케 잘쓰는거예요. 제가 쓴 요소요소를 다 녹여서 이렇게 힘을 주다니!!
감히 말하건데, 뉴멤버님의 화이팅은 치느님보다 큰 힘이 되었어요>_<
그리고 염려 안해도 돼요. 저 완전 극뽁!!ㅋㅋㅋ

앗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ㅎㅎㅎ
완전 기분이 좋아졌어요!! 글을 잘 못쓰니 그냥 정성을 담아서 속내를 드러내자! 하고 쓰고 있어요 ㅎㅎㅎㅎㅎ
완전 극뽁하셨다니 다행이에요!!
활기찬 필통님 보기 좋아요!! 그렇다고 막막 항상 활기차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시지 않아도 되니까 다양한 모습 보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