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피해자 콤플렉스'에 사로 잡혀 있다
가장 약하고, 가난한 이들부터 가장 강하고, 부자인 이들까지 모두가 가진 공통된 의식 중 하나는 '내가 피해자'라는 피해자 의식, 피해자 콤플렉스이다.
약하고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여기는 건 그렇다 쳐도, 선명하게 강하거나 부자인 이들은 또 왜 그러는 걸까? 사회 현실적으로 가해자의 위치에 있는 자들마저도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여기는 이 기묘한 현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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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모두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무엇의 피해자인가? 바로 인간이 스스로 사로잡힌 '근본 무지, 근본 무명'의 피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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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피해'는 일종의 강박으로서의 심리 현상을 말한다. 개인적, 사회적 불합리에 의해 실제 존재하는, 점점 없애 나가야 하는 피해와 별도로, 인간이 스스로 빠져 있는 '나는 피해자이다'는 느낌, 감정, 생각, 믿음이다.
길거리의 노숙자이든, 평범한 노동자 혹은 회사원이든, 한 나라의 대통령이든, 한 종교의 수장이든 인간이라면 모두 예외 없이 빠져 있는 강박이다.
실상은, 어느 누구(개인, 집단)도 '영구적 피해자/가해자', '절대적 피해자/가해자'가 될 순 없다는 것이다. 불가능한 현상이다. 왜냐하면 피해, 가해와 피해자, 가해자는 서로 가변적으로 작용하며 전변하는 '흐름의 중간 상태'이지 고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상은, '고정된 절대 불변의 피해자, 가해자란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실상은, '피해/가해, 피해자/가해자'란 개념은 본래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필요와 상황에 맞게 만들어 쓰는 것이며,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때는 그 개념, 구분, 분별을 넘어서 버리는 것이다.
(주: 물론 세상에는 상대적인 여러 피해, 피해자들이 당연히 존재한다. 사회적 불평등과 불합리의 피해자들이며, 인간은 모두가 힘을 합쳐 이러한 부당한 피해와 피해자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과 인간 자신을 변화,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 이 부분에선 아무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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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공통의 피해 강박의 가장 큰 원인은 '나 중심 의식'이다.
관계와 상황을 '나'만을 중심으로 바라볼 때 그 누구라도 자신이 여지없이 피해자가 된다. 억지로 그렇게 느끼거나 오해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 주위 상황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여력이 없고 그럴 힘이 없다. 그렇게 볼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 타인이 받는 피해나 고통, 상황 속에서의 맥락을 보지 못하고 자기 자신만 보므로 당연히 자기가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길을 가다 똑같은 잘못으로 서로 부딪혀도, 상대와 그 상황을 보지 못하고 자기만 바라보면 자기만 억울하게 '맞은 사람'이 되는 이치와 같다.(다시, 뚜렷하게 일방적으로 혹은 좀 더 크게 피해를 당하고 고통을 당하는 경우는 그것대로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처리해야 한다)
자기만 바라보고, 자기 입장만 챙기는 것이 얼핏 보기엔 자신에게 이익이고 유리할 것 같지만 결국엔 자기 손해가 된다. 왜 그런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적절하고 적합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 결국 자신의 손해로 돌아온다(결과적으론 타인에게도 손해를 끼치게 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당연히 자기 자신만 보는 게 아니라 타인과 상황을 함께 보는 것이다. 마음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다.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을 위해서이다. 더 넓고 정확하게 파악할수록 더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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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공통의 피해 강박의 또 하나의 원인은 '나와 너에 대한 완전 분리 의식'이다.
'나와 너'의 구분 의식을 없애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 구분을 하지 말라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란 말도 아니다. 당연히 나와 너는 필요한만큼 구분해야 한다. 충분히 유용하게 쓰면 된다. 본질적으론 나뉘어 있는 게 아닐지라도, 필요와 유용성에 따라 나눠 써 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건 '완전 분리 의식'이다. 나와 너는 인간의 기준인 생리, 물리, 의식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그러나 그 분리가 '완전한 분리'는 아님을 눈치채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있다. 그 연결성을 꼭 신비주의 식으로 주장하거나 이해할 필요도 없다.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인간과 인간이란 것이 정말 서로 아무런 연관, 연동, 연결 없이 완전히 분리된 존재가 아니란 것이 체험적으로, 실증적으로 경험된다. 이걸 용감히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완전한 분리'가 오히려 불가능한 상태임을 알게 된다.
'나와 너의 완전 분리 의식'은 사실상 판타지에 가깝다. 존재 불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어정쩡한 마음으로 (실제론 분리보다 연결성을 더 체험하면서도) '나와 너는 완전히 분리된 존재이다, 완전히 서로 별개이다,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식의 생각에 빠지게 되면 이제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고 여기니까 당연히 부작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 부작용은 '분리감, 외로움, 불안, 분노, 우울, 무기력, 이기적 집착, 투쟁, 욕심' 등등이다.
이 글에서 함께 보고 있는 '피해자 강박'도 그 부작용 중 하나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피상적으로 빠지려 하는 '완전 분리 의식'의 허구성, 판타지성, 불가능성을 눈치채고 경험적으로 실제 체험하고 있는 나와 너, 인간 간의 연결성, 연관성, 연동성을 더욱 잘 느끼고, 파악하고, 드러내고, 활용하는 것이다. 그게 실제 상황, 상태이므로. 누구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 (물론 결과적으론 다른 사람도 위하는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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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조한다. 고칠 수 있는 여러 불합리, 부정, 왜곡, 미성숙에 의해 존재하는 모든 개인적, 사회적 피해와 피해자는 점점 없애 나가자. 누구라도 그 피해를 입고,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별도로, 자신이 어떤 입장, 어떤 위치, 어떤 상황에 있어도 가지게 되는 '피해자 의식, 피해자 강박'은 그 왜곡된 원인을 해체시켜 없애 나가자. 그 강박을 무조건 믿지 말고, 내 생각이니까 무조건 옳다고 속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닌 것임'을 선명히 하는 것이다. 강박은 그 어떤 것이든 결국 자기 고통과 자기 손해를 수반한다. 강박은, 눈치채고 떨쳐 내 버리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다.
서로가 자기만 무조건 피해자라고 여기면 개인 간 문제이든 집단 간 문제이든 해결책보다는 분노와 다툼, 싸움과 투쟁, 전쟁과 죽임(죽음)이 더 우선되게 된다. 이것은 무엇보다 자기 손해로 돌아온다. 물론 결국은 양측 모두 고통을 당하게 된다. 나와 상대, 그리고 상황 전체를 볼수록 나는 나에게 더 이롭고 상대와 상황에도 이로운 대처를 할 수 있다.
나와 너, 우리 인간에겐 이 모순, 미성숙을 해결할 충분한 지혜와 힘이 있다.
강박관념이 피해의식을 만드는 거군요. 지나친 이기심, 나중심적 의식구조가 문제네요
네. 인간이면 모두 가지고 있는 근본적 강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버릴려고 해도 버리기 힘든 그것이군요.
네. 정체를 모르고 버리려 하면 힘들지만, 정체를 알면 저절로 버려지게도 되겠습니다. 그래서 통찰과 파악이 중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