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 모드 ON

in #kr5 days ago

빅매직이란 책에 모든 게 다 좋았지만 특히 착상이란 개념이 좋다. 자기가 태어나고 싶은 글은 누군가를 택해서 태어날 때까지 만족할 때까지 집요하게 괴롭히며 성실성을 요구한단 걸 알고 있으니까.

요새 창작의 에너지가 들끓고 있다. 여러 개념들과 여러 아이디어들이 호시탐탐 내게로 방문하곤 한다. 뭔가 이제까지와는 달라야 한단 생각에 안 해본 것 위주로 새로운 것 위주로 시도해보았다. 나답지 않게 나보단 독자(?)들을 배려해서 글도 써보고. 대중성이나 가독성에 관해 탐독해보기도 하고. 뭔가 하기 싫었던 것도 해봤다.

하고 싶은 것, 쓰고 싶은 것이 많이도 왔다 갔다. 특히나 2월엔 이것저것 벌린 일도 많고 집에 있는 날보단 밖으로 나돌아다니고 누군가를 만나서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책도 많이 읽었고. 문학보다는 자기계발 위주로 말이다.

쓰고 있는 원고를 집중해서 썼던게 지난 11월부터 1월 사이이다. 쓰면서도 행복하지 않았던 건 아니나 어쩐지 좀 조심스럽고 몸을 사렸다. 내 색깔이나 개성이 드러나는 것보단 다른 이에게 전해지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러다가 샛길로 빠져서 여러가지 활동을 하면서 다른 이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희안하게도 오히려 내 맘대로 썼을 때보다 더 가독성이 떨어지는 진기한 결과가 발생해버리기도 했다. 이거 뭐지?

고민하던 와중에 혼자 머리 싸매지 말고 도움을 좀 받으라는 여러 정황이 날아들었다. 가장 믿을만하고 나를 오래 알고 있는 춘자님께 달려갔다. 춘자님이 순식간에 글을 읽고는 피드백을 해줬다. 너무 다 맞는 말인데. 막막했다. 실마리가 안 보였다. 그래도 매일 매일 생각했다.

내게 돌아와. 널 써줄 사람은 나야. 내가 쓰고 싶어. 나에게 돌아와. 제발 내가 표현하고 싶은 그 메시지를 쓸 수 있게 내게 돌아와줘.
치성을 들이든 명상을 하고, 그를 믿었다. 이걸 나보다 집요하게 해낼 사람은 없어. 어제 각성하고 하루종일 그 착상을 불렀다. 나는 곧 알게 될 거야. 어떻게 써야할지 실마리를 정할 수 있을 거야. 아름다운 바다가 그려진 공책에 내가 쓰고 싶은 단어들을 더듬거리며 낙서를 했다. 이걸 대체 어떻게 묶지 대체 어떻게 시작하지. 돌아버리겠네. 어렵다. 어려워. 우와 머리에서 열난다.

내가 쓴 원고를 읽었다.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수정하려니 손에 안 잡힌다. 엄두가 안나네. 그래도 빌었다. 아냐 돌아올거야. 알게 될 거야. 내가 좋아하고 지금 내게 필요한 것처럼 여겨지는 책들을 골라 읽었다..

잠을 자면서도 꿈을 꿨다. 하늘과 우주에게 빌었다. 내일은 알게 해주세요. 내일은 실마리를 잡게 해주세요. 사실 아니라도 좋아요. 난 계속 당신을 부르고 당신을 구할 거니까. 이게 세상에 펼쳐지게 뭐든 보내주세요. 지치지 않고 열심히 작업하겠습니다. 다만 이 모든 걸 알게 되었을 때 완성하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세요. 다른 건 몰라도 제 맘에 들게 쓰게 해주세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단어 한 두개가 떠올랐다. 첫 문장이 떠올랐다. ... 집안일을 하고 요가를 갔다. 계속 그것을 생각했다. 시간이 멈추고 공간이 멈췄다. 나는 광인이다. 오랜만에 광인이 되었다. 이 작업에 헌신하겠다. 모든 정신과 에너지를 여기에다가 모아야지. 이렇게 살면 장수는 못할 것 같은데 그 광인 모드를 사랑하고 원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가끔 쓰는 필살기 같은 건데 그 어떤 즐거움과도 맞바꿀 수 없이 진한 행복감이다.

3시부터 5시까지 원고를 썼다. 시간을 잊었다.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8시부터 앉아서 10시까지 퇴고를 했다. 그리고 두근두근 춘자님께 첫 원고를 보여드렸다. 이거 맞나요?

'강력해요.'

춘자님의 한마디가 기쁘게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너무너무너무 행복했다.
네가 태어나고 싶었구나. 그래서 앞으론 광인 모드다. 일상을 유지해야하고 여행도 가야하고 각종 할 일이 있겠고 그때는 잠시 이 모드가 꺼지겠지만 아마 혼자 있는 시간은 내내 네 생각만 할 것 같다.난 지금 너와 미친 사랑에 빠졌어. 나는 네게 간과 쓸개를 다 줄 작정이야.

아... 나를 잘 돌봐야겠다. 그리고 이 사랑에 빠진 스스로가 만족스럽다. ....
오늘의 행복을 기억하자. 실의에 빠진 날에 꺼내 써야지.
광인 모드 ON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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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모드 꺼지지 말아요 go go!

go go! 감사합니다 🥰🙏

집중력 부족과 무기력으로 허덕이는 저로서는 스텔라님의 광인모드 너무나 부럽습니다..새로운 책 기대중이에요!!!

요새 젠젠님의 작업물이 성실하게 태어나고 있는 걸요! 장수와 맞바꾼(?) 광인 모드가 쓰게 될 새 책 기대해주세요. 제법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나올 겁니다. 저 역시 길 위의 술 설레는 맘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