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일지 17차] 안철수는 하책(下策)을 선택했다
[안철수는 하책을 선택했다]
예전 조선을 폭풍처럼 쓸어버렸던, 정말 정권이 바뀔 뻔 했던 그 이괄의 난에서, 이괄을 상대했던 백전노장 정충신은 이괄이 한양까지 점령했음에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당시 정충신은, 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정통성이 약한 인조를 끝까지 추격해 잡아죽이는 것이 상책, 명나라 도독 모문룡과 손을 잡아 명분을 얻는 것이 중책, 한양에 머무르면 하책이라고 말하며, 이괄은 인물이 아니기에 필히 하책을 택할 것이라고 평했고 실제로 하책을 택한 이괄은 곧 자멸하고 말았다.
일개 범인인 내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거물에 해당하는 이의 행보를 술자리 안주로 씹으며 마치 전략가처럼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어차피 예측한다고 다 맞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냥 개인적 생각으로 금번 안철수에게는, 복귀하자마자 공항에서 "저 솔직히 대통령하고 싶습니다. 보수와 중도를 통합하고 제가 당수하겠습니다." 라고 우렁차게 말하는 것이 상책, 간을 보며 협상력을 높이다가 총선 직전 통합을 하는 것을 중책, 호남에 가 지난 번 총선의 데자뷰를 기대했던 것이 하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하책이나 택하는 점에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평가하며 중책을 쓸 가능성도 적다고 본다. 나는 5.18.을 위대한 민주화 운동이었다고 평가하나, 만약 TK에 관심이 있었다면 정치공학적으로 먼저 찾아갈 곳은 거기가 아니었다. 안철수의 선택은 명백히 하책이라고 본다.
이미 그릇이 안 되는 걸 뻔히 들킨 마당에 사람들이 안철수에게 기대한 건, 지난 번과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 누군가는 김영삼의 삼당합당을 배신이라고 말한다만 그래도 그는 그런 비난 속에서도 그는 이기지 않았던가.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 아닌가. 솔직하게 자기 구상과 욕심을 이야기했다면 차라리 사람들은 그에게 어떤 경륜과 변화라도 읽고 다시 보았을텐데.
꼭 상책이 아니라도, 어차피 안철수는 PK에 기업가 출신이라는 점에서, 젊고 신선한 사람들을 영입하고 당세를 키워나가며, 보수 쪽과 그 여지를 남겨두고 협상을 하는 것도, 종전 그 간잽이 같은 이미지의 재판이긴 하지만 그 나름 흥행 요소가 있었을텐데.
다음 대선 후보는 금번 총선에 민주당이 정면으로 내세운 호남 출신 이낙연이 될 개연성이 높고 게다가 문재인 지지율이 호남에서 70퍼센트나 되는데 언제까지 듣기도 지겨운 새정치 이야기나 하며 호남에 매달릴건가. 가뜩이나 대안신당 박지원이 호남홀대론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나갔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민주당 지지율이 낮아도 막판 대안신당 통합 이벤트 한 번이면 호남은 민주당으로 다 정리될텐데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것인가.
투자에서 대중의 광기를 읽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안철수 한 개인의 역량과 생각은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저 멍청이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거라고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던 것 같다.
마라톤이나 뛰었다는 뉴스를 읽었을 때 간파했어야 했는데. 도대체 축구나 격투기처럼 부딪히고 남과 하는 운동도 아니고, 옆에 제대로 된 참모 하나 없는 양반이, 혼자 뛰는 걸 반복한다고 무슨 변화가 있었겠는가? 두부 멘탈은 절대 참선이나 극기 훈련 나부랭이로 바꿀 수 없다. 정치인이 하고 싶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정치에서 골백번 부딪혔어야지.
내일 부로 안랩은 정리한다. 저런 인간을 믿고 사는 주식에는 만원도 아깝다.
[결어]
금번 총선에 이 치들을 깨부술 대안은 정녕 없는가. 세금주도성장은 좀 그만.
누가 설명 좀 해봐라.
현 정권의 비리를 문제삼는 세력을 저렇게 혹독하게 밟으며 자기 사람으로 채워넣는 것은 군사정권 이후로 처음 아닐까. 경제가 나쁜 것은 꼭 리더십만의 문제는 아닐지 모르며 좋게 말하면 과실범에 불과할 수 있으나 힘들게 닦은 민주주의의 균형과 견제를 깨부수는 것은 명백한 고의범이고, 지금 정권처럼 악독한 해의를 가지고 행동하는 집단은 내가 글자를 익힌 이래로 이 나라에서 본 적이 없다.
적폐청산에 잘 써먹다가 자기들 불리하니 내놓은 검찰개혁이라는 미사여구에 혹하는 인간들 머리 수준을 보니, 역시 세상은 힘들어도 돈 벌기는 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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