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Lee’s Life Magazine 12. 익스트림 스키야키 : 늙어가는 청춘을 위한 맛(마에다 시로 감독, 2013)
LilyLee’s Life Magazine 13.
Films
익스트림 스키야키 : 늙어가는 청춘을 위한 맛(마에다 시로 감독, 2013)
마에다 시로 감독의 영화 <익스트림 스키야키>를 보았다.
미리 말해두지만, 이 영화는 제목과는 달리 전혀 '익스트림'하지 않으며, 늙어가는 청춘의 입맛처럼 담백하고 심심하다.
주인공 호라구치(이우라 아라타)는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 생활을 하다 대학교 때 친했던 후배 오오카와(쿠보즈카 요스케)를 불쑥 찾아간다. 오오카와도 백수인 호라구치 만만치 않은 잉여 생활을 영위하는 중.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시간엔 집 안에서 활을 만든답시고 나무를 깎고 앉아 있다. 그들은 마찬가지로 대학 시절 옛 친구인 쿄코(이치카와 미카코)와, 오오카와의 여자친구 카에데(쿠라시나 카나)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얼핏 보기에 영화는 철없는 시기를 보내는 청춘군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빛나는 청춘을 뒤로 하고 이제는 자신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하는 30대 중후반의 '나이든 청년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젊어서, 청춘이기에 용서됐던 많은 행위들은 나이가 들며 수용하기 어려워지고, 이제는 스스로의 행동에 온전히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된다. 젊은 날의 선택과 행동이 쌓이고 쌓여 결국 3, 40대의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주인공인 호라구치는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둔 후 하고 싶은 일도 없이 백수로 살아가고, 오오카와는 하고 싶은 일은 있지만 남들이 보기엔 허무맹랑해 보이는 철없는 소리를 하며 아르바이트로 연명한다. 정신 차려 보니 자신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나이만 먹어버린 셈이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삶은 답답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물론 앞으로 나아간 사람도 있다. 쿄코는 친구가 죽은 이후의 자신과 그 전의 자신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것은 마치 쥐라기나 데본기처럼, 아예 다른 '기'로 구분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그 전의 자신이 데본기라면, 지금은 근대라면서. 호라구치는 너무 크게 시대를 뛰어넘은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개인에게는 그만큼 급격한 변화인 것이다.
마냥 젊었던 날과 달라졌다고 해서 훨씬 좋아진 것은 아니다. 쿄코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지만 남자친구는 미덥지 못해 보이고 결혼할 생각도 없다. 그것이 진짜 어른의 삶이냐고 묻는다면, 알 수 없다.
결국 영화는 이제 더 이상 '익스트림' 할 수 없는 나이든 청춘들의 로드 무비다. 별 볼 일 없고 겉으로 보기에 평온하지 그지 없는 지루한 일상 같은 여행. 영화는 '익스트림'했던 그 시절을 함께했던 친구들과 이제는 '익스트림 하지 않은' 때를 공유한다. 세상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세상 모든 것이 뜻대로 될 것만 같았던 그 때를 떠올리는 것이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는 소설처럼 정적이고 느리게 흘러가며, 대사가 많지만 정작 주요 설정이나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곰곰이 생각하며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영화다.
정적이고 느린 영화를 좋아한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겠지만, 명쾌한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할 만한 영화다. 특히나 이 영화가 유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더욱 더.
'한 것도 없이 나이만 먹었다'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을 포함한 30대가 본다면 격하게 공감할 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하는 엔딩에 관한 스포일러 포함.
영화 시작과 함께 호라구치가 도로변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영화 내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이다.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살고만 호라구치는 자신의 차로 돌아와 물을 마시고 글로브 박스에서 대학 시절 사진을 본다. 영화 상 마지막 장면이지만, 이는 영화의 첫 사건이다. 그 사진을 보고 호라구치는 옛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함께 로드 트립에 나선다. 쿄코는 여행 중 호라구치의 차 글로브 박스에서 그 사진을 발견하고 그리워한다. 그리고 자신의 책을 가져간다.
책도 동일한 구성인지 모르겠으나, 그래서 결국 호라구치가 뛰어내린 것이 여행의 뒤인지 앞인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알 수가 없게 구성돼 있다.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에 쿄코가 가방에 챙긴 문고본 책이 아직도 있는 걸 보고 여행보다 먼저 일어난 사건이란 걸 알았다.
영화를 보고 책이 읽고 싶어졌다. 영화와 같은 해에 책이 나왔으며, 감독 마에다 시로는 소설도 쓰고 영화도 만드는 크리에이터. 미시마 유키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는 돈 많은 사람보다 이런 사람이 부럽다.
- LilyLee’s Life Magazine은 음악, 미술, 영화, 책, 공연전시 등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쓴 글을 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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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팔로우하고 보팅하고가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우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오네요! 감사해요. 이거 꼭 봐야겠어요!
쿠보즈카 요스케 넘 반갑더라구요.. 반항의 아이콘이었는데 흡. 좋은 영화 관람 되시길 바랍니다!
아 리뷰는 영화 넘 보고싶게 잘 쓰셨는데
뭔가 공감될거 같아서... 공감되면 폭풍 눈물일거 같아서 보기 두려워지는 영화네요...ㅠㅠ
눈에 수도꼭지 달린 제가 공감하면서도 안 울었으니까 괜찮지 않으실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한 번 도전해 보세요! 괜찮은 영화였어요.
보면서 엄청 쓰라릴 것 같은 영화네요ㅋㅋ 이번주말에 봐야겠어요. 추천 감사합니다ㅎㅎ
제멋대로 사는 청춘을 다룬 영화는 많은데 제멋대로 살다 늙은 청춘을 다룬 영화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너무 찌질해서 그럴까요? 매우 공감하며 봤습니다.
좋은 관람 되시길 바랄게요!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매번 감사합니다. 파이팅이욥!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