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여행기10-기묘한 민숙
보통 일본의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숙박의 형태. 가정식의 조식을 제공해주며 투숙객은 각자의 방을 사용하나 욕실과 화장실, 거실을 공동으로 사용함. 다다미방의 형태가 많음.
은 내가 민숙에 대해 가지고 있던 정보의 전부였다. 그리고 나름의 환상이기도 했다.
투숙객과 어울려 함께 노는 주인, 전세계의 여행자들이 익숙치 않은 다다미방에서 어울려 놀고, 즐거운 밤을 보낸 후에 다함께 친구가 되어 다음날 아침 맞는 일본식 조식같은.
그렇다. 나는 배낭여행에 환상을 품은 사람들이 호스텔에 대해 갖고있는 것과 유사한 환상을 품었던 것이다. 흠...
사실 우리가 여행을 갔던 때는 추석연휴 후반이었다.
그때의 추석연휴는 정말이지 길었고 사람들은 모두 한국을 떠나기로 마음먹은듯 티켓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여행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사전에 없던 나마저 몇달전에 준비를 시작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배티켓을 구하는데만도 한달이 걸릴정도였다.
당연히 숙박도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배티켓을 구하고 숙소를 잡으려하니 좀 괜찮다는 평이 있는 민숙은 이미 만실이었다.
이 기회에 대마도의 모든 민숙을 엑셀파일로 정리하겠다! 며 원대한 꿈을 가지고 위치별, 가격, 예약방법, 연락처 등을 정리한 표를 만들었으나.. 결국 귀찮아 완성시키지는 못한채로 어찌어찌 여행사를 통해 두개의 민숙을 예약했다.
그렇게 우리의 기묘한 여행은 예정돼있는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민숙은 음.... 과도한 친절과 이상하게 더러움 정도.
원래는 근처의 온천을 이용하나 요즘 수리중이어서 민숙의 욕실을 사용해달라며 안내를 받고 먼저 씻으러 다녀온 내게 언니가 물었다.
"괜찮아? 따뜻한 물은 잘 나와?"
그리고 내 대답은..
"음.. 따뜻한 물은 잘 나오는데요. 욕실이 기부제 알베르게 같아요."
(참고로 알베르게는 까미노에서 순례자들이 묵는 숙소. 꼭 가격에 비례하는 시설을 가진건 아니지만 정해진 숙박비 없이 순례자들의 기부로 운영되는 알베르게는 대부분 좀.. 그랬다..)
거기에 이불에는 전 숙박객의 머리카락이 이곳저곳에 붙어있었다. 추석특수라 사람들이 너무 많고 며칠동안 비가 계속 와서 빨래를 미처 다 하지 못했던 걸까 싶을 정도로.
(그래도 밥은 푸짐하게 나왔다)
내가 생각한 일본이 아냐.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E언니를 데리고 도착한 두번째 숙소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일식 민숙집.
여러모로 구조는 내가 상상했던 민숙과 비슷했고, 욕실도 깨끗한 편이었다.
생각한 것만큼의 투숙객간의 교류는 없었지만 이쯤되니 그런 것들은 다 부질없다며 포기할 정도도 됐다.
오늘은 그나마 좀 편하게 잘 수 있겠다며 자리를 깔았을 때였다.
"아니 000이 내가 00 00 너같은 0하고 000000해서"
하는 고함소리가 들려 우리는 반사적으로 이불위에서 튀어올랐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옆방.
아마도 나이지긋한 부부가 같이온 집이었는듯 했는데 그야말로 감탄사, 관형어, 서술어는 조사빼고 모두 욕인듯.
내 생전에 그렇게 다채로운 쌍욕을 들어본 일이 언제인가를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부인에게 저런 욕을 하는데 어떻게 같이 살지? 대체 뭔 일이지? 저러다 때리는 거 아냐?
순간적으로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민숙의 최대의 단점인 얇은 벽 사이로 고함소리는 또렷하게 전달됐고, 우리는 옆방에서 소리를 죽여 거의 입모양으로 대화하듯
"이거 신고해야하는 거 아니에요?"
"무서워!!!!"
하며 살짝 움직여 문고리의 자물쇠를 채우고 주인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답은 오지 않았다...)
약 한시간반넘게 이어진 쌍욕의 향연을 듣고있자니 대략 싸움의 원인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패키지로 온듯한 2박째의 부부였는데 이날 관광을 하며 부인되시는 분이 가이드와 다른 일행분께 친절히, 예를 들자면 구운 고기 같은 것을 먼저 권한다든지, 했던 것이다.
그게 이렇게까지 욕을 퍼부으며 싸울일이야?? 라며 우리는 황당했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이제는 약간의 웃음기까지 있는 대화를 도란도란 하시는 두분의 대화를 들으며 차마 옆방에 가 따질수는 없었다. (솔직히.. 무서웠다)
그저 이제는 시끄럽지 않아 잘 수 있어! 하며 자리에 눕는게 전부였다.
아.. 그런데 왜 이렇게 씁쓸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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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목조 건물이라 방음이 잘안되죠 아마? ㅎㅎ
밤새 옆방 다툼 때문에 잠을 못이루셨겠네요. 보통 여행가면 남자분들이 많이 그러는데... (와잎 안챙기고 패키지 다른 인원들한테 과다친절...) ㅎㅎ 제 사촌동생도 부부동반 여행갔다가 그런 이유로 대판 싸우고 왔다 하더라구요. ㅎㅎ
ㅎㅎㅎ싸움의 원인에 비해 주고받는 언어들은 너무 거칠어서ㅠㅠㅠ 좀 무서웠어요. 결혼에 대한 없는 환상까지 와장창 무너트리는.... 초반에는 이러다 부인분을 때리지 않을까 정말 조마조마 했었거든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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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거문도에서 일본식 가옥에서 묵은 적이 있거든요. 그곳도 다다미 방이었는데 역시 방음이. :)
오늘도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지난 걸 놓쳐서 부랴부랴 다 읽고 왔네요. :)
얇은 벽은 어쩔수 없나봐요ㅠㅠ 고생하셨겠어요ㅠㅠ 거문도에도 일본식 가옥으로 된 숙소가 있나봐요~ (방음은 안 되지만) 이색적인 기분이었겠어요.
네. 일제강점기때 만들어진 집인데요. 해방 당시 한국분이 인수하셔서 지금은 민박집으로 운영하고 계세요. :)
그래서 아직도 다다미 방으로 되어있답니다. 다다미방에서 자 보려고 찾은 곳이라서요. ㅎㅎ
안녕하세요? 스푼이라고 합니다.
사과농축액님 이벤트를 흉내내서, 스푼 문화상품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찾아오셔서 업보트 하시고 문화상품권의 행운도 손에 넣어 보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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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을수록 듣고 싶지 않은 다른 사람 이야기 하는게 듣기 싫어서도 여행가면 꼭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
안녕하세요^^ 이벤트 중이시군요~ 팔로우 하고 찾아가볼게요~~
맞아요.. 나이먹을수록 점점더 편한 숙소를 찾게돼요^^;; 어릴적엔 한방에 사십명씩 있는 남녀공용 호스텔도 잘 다녔는데 말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수용소급;;;;
저도 올 봄에 대마도를 가보려고 하는데~ 다큐멘터리같은 정보 잘 얻어갑니다~ㅎㅎ 숙소를 잘 골라서 가야겠네요! 저번에 신청해주신 연필꽂이 이벤트 제품은 오늘 배송했습니다~내일 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
아아 감사해요^^ 벌써부터 기대돼요^^ 대마도 숙소중에 그나마 방음되는 데는 작년 4월에 오픈한 토요코인이 거의 유일하다는듯 싶어요. 민숙에 별환상이 없으시다면 그쪽을 추천합니다^^(비록 제가 가보진 않았지만)
뭔가 투닥투닥 느낌이네요 ^^ 이후의 여행길은 행복이 더해지셨을까요 ^^
실제로는 투닥투닥이라기 보단 파이팅의 느낌이ㅠㅠㅠ 나중에 그 쌍욕을 하셨던 이유를 듣고 둘다 허탈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