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대학원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
생명과학은 기본적으로 노동집약적인 실험과학분야다. 매년 수 만명의 박사학위자가 쏟아져 나오는 공장이며, 박사학위자의 숫자보다 일자리의 숫자가 현저히 적은 피라미드형 분야의 대표적인 예다. 어쩌면 생명과학분야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박사학위 소유자들의 생존투쟁은, 점차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경제적 양극화가 늘어나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 방식으로 대학원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라미드는 점점 바닥이 넓어지고 꼭지점이 좁아지는 형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더 이상 대학원생이 대학원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대로 간다면 이 바닥의 미래는 분명하다. 대학원생의 유입은 줄고, 대학원생의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고용해야 하는 고학력 학위자들의 임금은 높고, 연구비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면, 대학원의 숫자는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 바닥의 현재 모습은 지속불가능하다. 여러 대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변화는 서서히 오게 될 것이다. 박사학위자의 숫자를 줄이고, 더 이상 학위를 볼모로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의사와 변호사가 그래왔듯이, 과학자들도 스스로의 숫자를 조절해 사회와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이미 이 바닥에 발을 딛은 대학원생들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대학원으로 몰려들 미래의 과학자들이다. 그들이 먼저 알아야 할 몇 가지 엄연한 현실이 있다.
- 대학원에 입학해 박사학위를 받는 것은 정말 어렵다.
- 대학원 기간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에 이른다.
- 대학원 기간 동안 당신의 월급은 회사에 취직한 같은 또래들보다 절반 밖에 안된다.
- 그러니 대학원 기간 동안 결혼 같은건 꿈꾸기 힘들다.
- 결혼은 당신의 대학원 생활을 반드시 힘들게 할 것이다.
- 졸업을 하고 난 후에도 박사후연구원, 즉 포닥이라는 훈련과정을 거쳐야만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
- 포닥은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8년까지 경험해야 한다.
- 포닥을 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 이런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교수가 되는 사람은 8.5% 뿐이다.
- 교수가 된다 해도, 재임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 현재 미국에선 재임용 성공률이 절반 정도 된다고 한다.
- 결국 대학에서 자리를 잡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생명과학 대학원의 교육과정이 교수가 되는 방향으로 맞추어져 있는데, 이제 교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100명 중 8명도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생명과학 박사학위자들은 회사에 들어가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회사를 만들거나, 혹은 전혀 상관 없는 분야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현실이 이렇게 바뀐지 오래 되었지만, 기득권을 지닌 교수들은 교육 프로그램을 바꿀 생각을 안하고 있다. 그건 부분적으로는 연구실을 운영하는 교수 입장에서, 대학원생들을 연구자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교육시킨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명과학 대학원은 분명 엄청난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겨우 10%도 되지 않을 사람이 될 수 있는 교수 자리에 맞춰져 있는 커리큘럼 때문에, 박사학위를 받은 90%의 사람들이 졸업 후 다른 분야에 전혀 도움이 안 될 스킬들만 들고 사회에 던져지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대학원의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완전히 바꿔야 한다. 다음 논문은 바로그런 고민을 담은 연구 논문이다. 생명과학 대학원생은 연구능력 외에, 커뮤니케이션 스킬 및 다양한 직업훈련 과정에 노출되어야 한다. 전세계의 모든 과학자들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비단 생명과학만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대학원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연대생은 자연선택을 당한다는 우스개가 있는데 살아남으려면 이젠 만능이 되어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