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내밀어
너you의 맨 처음
손,내밀어.
따스한 냉철함을 가진-내가 그렇다고 여기는, Y가 나한테 가장 처음 진지하게 했던 말은 이거였다.
"나는 이렇게 저렇게 할 생각이거든? 그 과정에서 네가 필요할 것 같아(탐이 나거든으로 들렸다) 그래서 태연한 척 말하는 거야. 손,내밀어(그러니까 내 손 잡아)"
나는 찻 잔을 감싸고 있었고, 커피나 차를 안 마시는 Y는 오렌지 주스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빨간 차양이 아담하게 드리워진 밀갸또라는 과자집은 테이블도 빨간 색조인데, 이 조합이 은근 예쁘고 디저트들도 나름 무난해 휴식 시간이면 종종 내가 즐겨 찾는 장소다.
작년 겨울, 막 한 해가 시작되고 한 달이 다 되어갈 쯤. 그렇게 기억한다. 날짜와 그 때의 정확한 시간 하나하나까진 아니더라도 어렴풋 남아있다. 2017년 첫 달, 1월이 일주일 남짓 남아있을 그 무렵. 그게 Y의 맨 처음이었다.
그 당시 내 상태를 간결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별로, 그다지, 썩.
거의 살인에 가까운 스케쥴, 단조로움이 무례하다 싶을만큼 무미건조한 나날의 연속. 박진감이랄지 설레임은 커녕, 사소한 재미마저 없던 모노톤의 하루. 새해가 밝았음에 주변이 신나거나 말거나.
이걸 뒤집은 건 Y였다. 송두리째로 전부. 지극하다 못해 지독한 관심으로.
Y가 나한테 관심을 가질 이유가 내 생각엔 단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건 현재도 아직 풀지 못한 물음표. 가지고 있는 성격이며 문화, 능력 부터 코드내지 취향도 일치하는 것 같아보이는 게 좀처럼 없다.
시간 괜찮으면 얘기 좀 하자→나 시간 여유가 없는데→뭐 하는데?→그냥 일. 차 잠깐 마시고 바로 가야해→알았어→너 차 안 마시잖아? 나 댄장이야, 너 기함할 수도 있어→이미 아니까 패스→되게 재미 없을 거야→안다니까?
이런 이유로 나란히, Y는 올 곧고 바른 자세로 특유의 자신감을 뿜어냈다.
나의 마지막.
Y는 지금도 여전하다.
나나 Y나 공통점이 맞는 게 좀처럼 없어 만나서 뭘하자니 매번 삐걱대고 투닥거리는 게 다반사다.
그러다 문득, 둘만의 무언가가 켜켜이 쌓이고 적잖은 시간이 흘러 지금, 비로소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이거다.
매우 고맙고 많이 미안해.
하고픈 말이 정말 많이 있는데, 전하고 싶은 마음은 한결 같은데. 이렇게 밖에 표현이 되질 않아.
어째서인지 넌 못 볼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스팀잇이 블록체인이라 영구적으로 남길 수 있다나봐. 그래서 한 번 쯤은 남기고 싶어 이렇게 적어봐.
앞으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날거야. 기쁘기도, 아프기도 할 거고, 매번 전부 좋지만도, 나쁘지만도 않을 거라고 생각해. 난 그랬거든. 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부쩍 지난 시간을 매만져보는데, 대부분 함께한 시간이 힘겹고 아프다 여기며 지나쳤는데, 지금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네.
그러다 우리 같이 찍은 사진이 이것 뿐이구나라는 걸 알았어. 한 번쯤은 같이 찍어볼 걸 그랬다.
사소하고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는 걸 습관처럼 사진을 찍는 내 버릇을 너는 참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런데, 이 사진 꽤 괜찮지 않나 싶다. 이 때 생각하면 실로 애틋하다.
맨 처음, 내 마음이 부자가 아니라 가난해 너를 자꾸 밀어내고, 모질게 군 게 자꾸 눈에 밟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하게 다가와줘서 감사한 마음만 가득하다. 너만한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아마 얼굴 마주하고는 얘기 분명 못할 거라 대나무 숲에 털어낸다는 느낌으로 적어보는 거야.
다시 한 번 해주지 않을래? 이번엔 꽉 잡아볼래. 그러니까,
손,내밀어.
정말 한 구절 한 구절 감정이입이 저절로 되는 너무 멋진 이야기네요
사람들에겐 누구나 이러한,
한 없이 애틋하고 한 없이 그리운 존재가 있을거예요 ^-^
과거의 그 Y님이 꼭 돌아오셔서 한번 더 손 내밀어주셨으면 좋겠네요 ;ㅁ ; 제발....ㅎㅎㅎ
역시나 너무 멋진 글이십니다 ^-^
@lucky2님께서 괜히 추천해주신게 아니셨어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볼게요.ㅎ
[수동나눔]무조건-수동보팅 30회차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뭉클하네요! 잘 보고 갑니다 :)
뜻깊은 나무의 보팅 이벤트 매번 거저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ㅠ
우중충한데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봅니다.
좋은 하루 되어요
노아님께서도 화사한 하루 되시길 바라볼게요! 방문과 관심 매우 감사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 맑은 느낌의 글이네요
맑은 느낌으로 전달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사실 조금 많이 이걸 적어야하나 고민한 거라서요. (적잖이 쑥스럽고 민망스럽고 그런 느낌인지라...ㅎ) 항상 과분한 관심 주셔서 매번 표현은 잘 못했지만, 감사드립니다. 날이 오늘은 유독 훅하고 열기가 느껴집니다. 무탈한 하루 되시길 바라봅니다.
고맙습니다. 평온한 밤 되세요
밀당 중이신 건가요? 아니면 헤어지려고 하시는 건가요? 저는 잘 모르겠군요. 아니면 상대에게 캐미가 없으신 건가요? 제가 독해력이 제로인가 봅니다. :)
아뇨 제가 명확하게 적지않아서 일거에요.
뒤늦게 밀려오는 후회 같은 거였어요.
가령 이런 거에요. 진작에 더 잘해줄걸.
혼자 멋대로 판단해 마음을 그 때 당시 맘 아팠겠구나.
지금이라도 잘해줄게 그런 내용이었어요.
그냥 단순히 현재마음 고스란히 툭 건져올린다는 느낌의 일기여서 혼돈이 드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관심과 댓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탐 노래한곡 띄우죠
ps.근데 왜 김남길이 나온다냐. 분위기까이게. 걍 노래만 즐기삼.
ㅎㅎ 맞아요 이런 맥락하고 비슷합니다.ㅎ
반가워요!! 저는 스팀잇 익명게시판 “스팀잇대나무숲”입니다!! ^^
앞으로 잘부탁드려요!!!
대나무 숲이란 말이 본문에 있어서였을까,...하고 생각합니다.ㅎ
방문 감사드려요. 스팀잇 가즈아 말고 대나무숲도 있었군요!
0.1$고정보팅 완료!! 오늘 시험이 끝났습니다!ㅎㅎ 앞으로 멋진 포스팅과 소통 자주 할게요>_< 언제나 뉴비를 응원합니다!
시험이 끝나셨군요. 고생하셨어요! 매번 좋은 나눔 감사드립니다.
하....한번더 다시 내밀어줬으면 좋겠내용...ㅜ 아련해요...
송님 감사합니다.ㅎㅎㅎ 회고적 일기를 쓴지라, 기다려봐야죠 ㅎㅎ
1,000스파 임대 및 100일 기념 보팅 이벤트 참여 감사합니다
앞으로 진행할 많은 이벤트 뿐만 아니라 제 스팀잇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많은 소통 기대하겠습니다 :)
네, 틈틈히 소통해보겠습니다. 매번 감사드려요!
사람살이가 힘들고 어렵고 지치고 해도 지나보면, 즐겁고 재미있는 일도 많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제일 잘 해줘야 합니다.
참 사진 많이 찍으세요. 남는게 사진 입니다.
일기 투어중에 들렸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예, 왜 항상 겪어보고 나서야 아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조언해주신대로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답니다.
소중한 건 소중하다고 표현을 제대로 해줘야 할 것 같아요.
방문 모쪼록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