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1장] 주요셉 시인의 시 한편 231

in Steem Book Club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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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

주님,
지난 여름은 아름다웠습니다
그 뜨겁던 격정도 사위고, 지루한 늦더위도 가시고
비로소 결실을 맺는 계절입니다

모든 게 당신의 축복 속에 살아 숨쉬고
온 땅에 충만한 당신의 사랑 무르익는 이 시간,
청명한 매미의 울음과 높푸른 하늘
투명한 햇살의 따사로움 어깨에 와닿습니다

잔뜩 먹구름 낀 하늘처럼 울먹이다
슬픔의 비 뚝뚝 떨구고,
오랜 기다림 끝 결실 축복받는 우리들 모두의
인생이 황홀합니다

이 땅에 태어나 사랑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고
기뻐하고 감격하다 본향(本鄕)으로 떠나는
나그네의 여정(旅程)에서
모든 것을 합력해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도 지켜 주시던 하나님,
그 따뜻한 사랑 이 시간 또 한번 감격합니다

주님, 이제는
선선한 바람에 이마를 짚히며
지나온 삶 되돌아보고
깊이 모를 고독의 쭉정이 채우듯
하루하루 익어가야 하는 우리네 인생입니다

이 가을에
우리의 사랑과 믿음과 소망을 풍요롭게 하소서
기쁨의 단 가득 거두도록 은총을 내리어 주소서
그리하여, 당신 안에서의 이 가을을
온 영혼으로 만끽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