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얘기] 241013 _ 사투

이런것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 '사투'
나에겐 사투였다.

앞으로 없을 일이기에 기록에 남긴다.
더러움주의! 상상금지! 이런글 좀 ㅁㅊㄴ!
변비 화장실이야기니 읽지 말고 넘김 요함.

평소 물을 엄청 먹는다. 하루 1리터 이상을 먹는다. 최근에 다이어트로 밥량이 많이 줄였다. 사무실에서 오후 4시 정도부터 배에서 반응이 왔다. 살짝 불안한다. 언제 큰일을 봤는지 기억이 안난다. 쉽지 않을거란 생각을 해본다.

변기에 앉았다. 변기에 앉았을때 변을 보기 가장 좋은자세는 옛날 퍼세식처럼 쪼그려 앉을때 힘을 주면 주변 근육이 잘 반응한다고 한다. 힘이 들어갈수록 허리가 점점 굽어진다. 새우처럼 웅크린 자세로 숨을 멈추고 머리가 떨릴정도로 힘을 주었다.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되어서 멈췄다. 뭔가 엄청난게 막고 있는 느낌이다. 3~4일이 넘으면 작지만 돌멩이처럼 딱딱해진다. 이건 사실 엄청나게 큰 배출력과 아주 넓은 확장성이 필요하다. 또한 적당한 윤활도 필요하다. 이렇게 20여분에 사투는 결국 패배로 끝났다. 디스크가 터져서 시술 받은곳에 살짝 반응이 온다. 치열한 사투였다.

물을 텀브러 가득 채워 벌컥벌컥 마셧다. 30분쯤 지났을까? 다시 반응이 온다. 이젠 살짝 두려움이 생긴다. 이러다 119를 부르게 되는건 아닌지?? 요즘 119는 응급실이 없어 뺑뺑이 돈다고 하는데..... 쩝!! 이번도 실패로 끝났다. 2번에 사투로 몸이 축 늘어졌다. 터진 디스크에 충격이 심했는지 왼쪽다리 방사통이 온다.

사무실에서 이렇게 4번에 사투를 벌였다. 7시가 넘었다. 이젠 집에 가야한다. 도저히 버스를 탈 수 없었다. 택시를 불러 타고 집근처 약국에 갔다. 변비약과 관장도구를 요청했다. 약사는 이것 먹으면 내일 아침이면 바로 반응이 온다고 약만 추천한다. 내 고통을 그 약사가 알리 없다. 내 배는 예민하니 약을 먹으면 바로 반응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약만 가지고 집에 왔다. 배출력 확대를 위해 뭔가 먹어야 한다. 밥을 좀 많이 먹었다. 지금생각하면 아주 무식한 생각이다. 그리고 약을 먹었다.

반응이 온다. 집은 좀 편했다. 그래도 새우등으로 힘을 주는건 비슷했다. ....... 집에서도 그렇게 3번에 사투를 벌였다. 딸아이를 데리러 가야한다. 과연 운전을 할 수 있을까?? 밤 10시가 넘는 시간 외진곳에서 택시타고 오라하기가 뭐해서 불안불안하게 다녀왔다. 다행히 큰 일은 없다.

이젠 11시가 좀 넘었다. 물을 2컵 더 마셨다. 예전에 내시경을 했을때 먹은 약을 먹었으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후회해도 소용없다. 생약성분의 아주 약할것 같은 그 약을 믿어본다. 역시 살면서 많은 믿음들은 배신을 한다. 11시반쯤 화장실에서 또 한번 패배했다. 저녁밥에 엄청나게 마신 물 때문에 배는 터질 지경이다. 이정도 되면 자가 핑거에너마를 생각하게 된다. 집이라 충분히 가능하다. 따뜻한 물도 있다. 이런 극한 상황에 다다르자 배가 살짝 편해진다. 한번 더 참아보기로 한다. 오늘 잠을 다 잤다.

유튜브 몰아보기로 작은아씨들이란 방송을 봤다. 3시간짜리인데 1시간은 어떨결에 본적이 있어 2시간만 보면 된다. 아~~~!! 배에 불편함을 잊을 정도로 재밌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 새벽 2시쯤 되었다. 다시 반응이 온다. 다시 변기에 앉았다. 새우자세에 발판까지 그리고 마음에 준비도 마쳤다. 이번엔 반드시 승리한다. 느낌이 살짝 틀리다. 배출력과 확장성이 조금 좋아진 느낌이다. 숨이 턱까지 차 오르고 머리가 심하게 떨린 후 아주 작게 뭔가가 배출되었다. 보이지 않지만 내 생각엔 아주 작고 초라한 녀석으로 생각 된다. 시골 도랑에 막힌 쓰레기를 걷어내면 물이 아주 잘 흐른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번에 성공은 큰 자신감을 준다. 다시한번 새우등 머리떨림 기술을 시전했다. 이번에 끊김없이 꽤 오랜시간 배출을 했다. 눈을 뜨니 별이 보인다. 숨을 거세게 몰아 쉬었다. 뱀 같았다.

다이어트를 하며 3KG이 빠졌다. 지금 보니 큰 일을 제대로 봤으면 0.5KG은 더 빠졌겠다. 난 9번에 사투끝에 결국 승리했다. 어제 먹은 변비약에 효과인지 아침에 일어나 3번 화장실을 다녀왔다. 속이 편해졌다.

난 이제 변비환자에 고통을 확실하게 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고통을 겪지 않기위해 물을 더 마시고 변의가 오면 절대 미루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웟다.

글솜씨가 없어 재미는 없겠지만... 이글은 누가 읽어주길 원한게 아니다.
괜히 상상하게 된다. 날 만나면 기억이 날지도... 망했다.

내가 119를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던 순간과 결국 승리한 내 삶에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는 거다..

세부적으로 더 고통스럽고 지져분한 상황이 있지만 생략한다. 이렇게 글을 쓰고 나니 나도 참 ㅁㅊㄴ이란 생각이 든다. 이걸 글로 남기다니 ㅎㅎㅎ 뭐 어떠냐.. 사실 한번쯤은 다 경험했을 공통 경험담 아닌가. 우리 모두 동지 아닌가?

9번에 싸움에서 가장 기본적인 기술로 승리했다. 잘했다. 칭찬한다.

건강하고 강한 그리고 편한 OO 되시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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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많으셨습니다! 상상하기 힘든 사투 끝에 정말 힘들게 얻으신 귀한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더 많이 찾아보시고 공부하셨겠지만, 혹시라도 도움 되실까 싶어 조심스럽게 공유해 드려봅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적절한 식사량을 유지하여 변비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식이섬유 섭취 시에 수분이 부족하면 변이 딱딱해질 수 있으므로, 하루 8잔 내외의 적절한 수분 섭취가 필요합니다.

-출처: 세브란스

건승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ㅎㅎㅎㅎ 축하인사 감사드립니다.
답글 쓰며 살짝 부끄러운,,,^^
정보 감사합니다. 밥을 줄여서 문제인듯 합니다.
밥 줄이기 전엔 아주 좋았습니다.
ㅎㅎ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키위 자주 드셔보세요..전 키위먹으면 바로바로 .....그래서 잘안먹음요 ,,흐흐

ㅎㅎㅎ 찿아보니 키위가 좋다고 나오네요
딸아이에게 이야기 했더니 하루에 하나씩 달라고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