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14 윤석열 체포영장이 불법이고 무효라고 하는 법원행정처의 평가, 왜 모두 침묵하고 있는가?
진실과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용기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한동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용기의 반대말은 겁이 많다거나 용기가 없다거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용기의 반대말은 무지와 만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용기는 열린마음에서 우러난 보편타당한 지식과 판단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진실과 정의를 감추고 훼손하는 것은 선택적인 가치판단과 무지에서 비롯한 만용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진실과 정의는 어느 한편에 속해있지 않다. 한때 진실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던 자들은 어느새 그와 정반대되는 자리에서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진실과 정의를 훼손하고 있면서도 자신들이 여전히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착각하거나 아니면 남을 속이는 경우가 많다.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기 위한 용기는 그래서 항상 보편타당한 가치에 입각해야 한다. 어느 진영에 서는 순간 용기는 더 이상 용기가 아닌 만용이란 정반대편에 서게 되어 정의와 진리를 훼손하고 위협하게 된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면서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대통령실 정신석 비서실장과 윤석열 변호인들의 입장이 갑자기 달라졌다는 것이다. 정진석은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것과 같이 제3의 장소 혹은 대통령 관저에 방문해서 수사와 조사를 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자 윤석열 변호인은 이를 정면에서 부인했다. 이들은 공수본의 체포영장이 불법이기 때문에 공수본의 조사를 수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변호사들이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통상적인 경우는 아닌 것 같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윤석열의 변호인들이 공수처의 체포영장을 명백하게 불법이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 며칠전부터 윤석열 측에서 계속해서 공수처의 체포영장을 불법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이들이 지금의 사태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윤상현이 공수처가 처음부터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한 보도를 보았다. 공수처가 처음에 중앙지법에 영창을 청구했다가 거부되자 나중에 다시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윤상현은 이런 문제를 법원행정처에 답변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하기 전 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된 것이 사실일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무효이자 불법인 것은 물론 공수처의 책임 논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고 답변했다고한다.
공수처장은 어디에 영장을 청구했느냐는 질문에 중앙지법과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했다는 답변을 했다. 중앙지법은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을 기각했느냐는 윤상현의 질문에 수사중인 사건이라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윤상현이 주장하는 내용이 크게 틀린 것은 없는 것 같다. 공수처는 처음에 중앙지법에 영장을 청구했고 기각되자 다시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해서 받은 것이다. 필자는 공수처가 중앙지법에 청구했던 영장을 다시 서부지법에 청구해서 받은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항에 대해서 법원행정처는 서부지법으로 부터 받은 영장은 불법이라고 답변했다. 불법으로 발급된 체포영장은 무효일 수밖에 없다.
이상한 것은 윤상현이 주장한 이런 내용이 한국의 주요언론에 거의 실리지 않고 겨우 지방지가 보도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나는 윤석열을 내란주범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란 주범이라고 해서 불법으로 체포영장을 발급하고 발급받아서 윤석열을 무조건 체포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는 윤석열을 체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1월 3일 경찰과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필자는 요 며칠간 매우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경호처가 어떻게 행동하고 작동하는지 일반인들보다는 좀 더 많이 알기 때문에 유사시 유혈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정치권이 협의를 해서 조사와 수사를 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윤상현의 발언을 보면 그게 아닌 것이다. 윤석열 변호인의 주장처럼 서부지법이 발급한 체포영장이 불법이고 무효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 경찰은 공수처가 발급받은 체포영장이 불법이고 무효라는 것을 모를리 없다. 그런데 이런 불법이자 무효인 체포영장으로 윤석열에 대한 강제 체포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왜 중앙지법은 자신들이 체포영장을 처음에 기각한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는가? 법원행정처는 유권해석만 할 것이 아니라 중앙지법과 서부지법의 체포영장 기각과 발급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법원행정처의 발표대로 서부지법의 체포영장이 불법이고 무효라면, 이를 분명하게 발표하고 영장효력을 취소해야 하고, 영장발급 판사에 대한 징계와 처벌을 해야 한다.
어제 최상목은 경찰과 경호처에 충돌을 하지 말라고 분명하게 ‘지시’를 했다. 이전까지는 그냥 권유의 형식이었다면 어제는 분명하게 ‘지시’를 했다. 경찰이 권한대행의 지시를 무시하고 강제집행을 하면 이는 명백한 명령위반이고 쿠데타다.
나는 최상목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최상목이 권한대행으로 남아 있는한 그의 권한대행으로서의 행위는 분명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그게 국가이고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체포와 관련한 모든 절차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윤석열이 내란수괴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잡아 넣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파시스트이다. 지금 이재명과 더불어민주당이 꼭 그런 모양이다.
지금 정의와 진리가 어느편에 있는가? 그 어느편에도 있지 않다. 정의와 진리는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틀린 것을 틀리다고 하는 사람에게 있다. 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윤석열을 체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체포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윤석열이 내란수괴니까 절차를 무시하고라도 체포해야 한다면, 이재명을 왜 절차와 상관없이 체포하지 않아야 하는가? 법이 이재명을 보호하고 했던 것 처럼 윤석열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상현의 주장처럼 윤석열 체포영장이 불법이고 무효라면, 이에 입각해서 윤석열을 체포하려는 공수처와 경찰은 국기를 문란한 점에 대해, 그리고 법원도 이런 문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체포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지를 가장한 만용으로 정의와 진리를 파괴하고 훼손하려는 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이글이 윤석열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혀 두고자 한다. 필자는 윤석열이 내란수괴로 처벌받아야 하고 탄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탄핵과 처벌이 절차적 정당성의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윤상현의 인터뷰 기사
https://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6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