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병의 이야기(8)

<세계전투사를 바꾼 6.25 춘천전투 3일(7)>

전방에는 아군 보병은 한명도 없다. 일찍이 철수 하였다. 적 전차가 춘천가까이 와 있는데 아군이 전선에 남아 있을 수가 있나? 대항할 무기도 없는데... 인민군 전차가 앞질러 와서 인민군 보병부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나에게 전방상황을 알려 주었다. 보병과 전차와의 협동작전 때문인 것 같기도...

나는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드리고 그래도 인민군 전차를 눈으로 확인 하고 싶어 호기심도 났다. 한 2~300미터 더 가서 옥수수 밭에 지프차 숨겨두고 관측 하사와 무전병 대리고 허리를 굽혀서 기다 시피 앞으로 나갔다.

저 멀리서 요란한 엔진소리와 시퍼렇고 검푸른 연기가 솟아올라서 동네가 연기로 자욱했다. 모든 전차가 해치를 열고 좌우를 살펴보고 있었다. 맨 앞 전차가 쌍안경으로 두루 보면서 무어라 지껄이고 있다. 나는 느꼈다. 저 전차가 일순에 춘천을 휩쓸 텐데 큰일이다.

급히 되돌아서 춘천쪽으로 가려는데 산속 아래쪽에서 사병 1명과 같이 맨발로 군화 끈을 양쪽매서 목에다 걸고(산과 밭이 질척하고 군화가 푹푹 빠져 모래알이 들어가서 걸을 수가 없다고) 칼빈총을 들고 걸어오는 고태석 중위(육사 8기)를 만났다. 고 중위님과 심일 중위님은 나와 동향인이다. 특히 고 중위님은 고향에서 명사다. 참 기묘한 일도 있지? 여기 어떻게 이런 장소에서 고향인 선후배가 만나더니 참으로 신기하다 아닐할 수 없구나! 선배님, 형님으로 섬기고 있다. "형님! 어쩐 일입니까? 여기서 만나다니 무척 놀랬다. "형님 전선이 어떻습니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