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트레일(Ho chi Minh Trail)과 스팀.
호치민 트레일 (Ho Chi Minh Trail)
호치민 트레일에 대해 얘기하려면 베트남 공화국, 베트남 민주 공화국 그리고 베트남 민족 해방 전선의 관계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쉽게 가자.
베트남 공화국은 베트남 남부의 친미 정권,
베트남 민주 공화국은 베트남 북부의 공산 정권,
베트남 민족 해방 전선은 베트남 남부에서 활동하던 반군 단체였다.
더 쉽게 가보자.
미국 + 베트남 공화국 vs. 베트남 민주 공화국 + 베트남 민족 해방 전선 + 중국의 구도다.
너무 기니까 짧게 가자.
워싱턴 + 사이공 vs. 하노이 + 메콩 델타(베트콩) + 베이징이다.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기 전,
남 베트남에서 진행 중이던 토지개혁의 방향이 틀어졌다. 소작농과 대부분의 농민들을 위해서 진행되던 토지개혁이 자본 친화적으로 수정된 것이다.
소작농, 농민들은 반발했고 남 베트남 인민 혁명당을 결성하여 정치권에 진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국의 탄압으로 실패한다. 정계 진입에 실패한 이들은 민족주의 세력과 힘을 합쳤다. 즉, 농민들과 노동자들은 반군 단체를 결성했는데 이들이 곧 남 베트남 해방 민족 전선으로 공식화된다.
이들은 사이공 정부를 타도하고자 했다.
태생부터 하노이 정부와 결탁했기에 자연스러운 행보였다. 하노이는 본인들의 alliance 인 메콩 델타 지역의 베트콩을 지원했다. 하노이가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사이공 정권의 남부에서 견제를 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전문 용어로 하염없이 겐세이를 펼쳐줘야 했다.
하지만 하노이에서 메콩 델타 지역을 지원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둘 사이에 사이공 정부에 의해 통제되는 지역이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영내를 통해서는 지원이 거의 불가능하자, 하노이의 호치민은 이웃 국가 라오스, 캄보디아의 육로를 이용하여 메콩 델타의 베트콩 지원에 나선다. 그렇게 메콩 델타 지역의 베트콩을 지원하기 위해 하노이 정부의 사람과 물자가 오고 간 루트를 호치민 트레일이라 부른다.
처음에는 사람이 겨우 일방으로 다닐 수 있던 험준한 산악 지대의 루트가 곧 자전거 통행이 가능해졌고, 오토바이를 거쳐 전쟁 막바지에는 트럭까지 오고 가게 됐다.
보급의 중요성
2차 세계 대전 개전 시 독일군의 진격은 충격적이었다.
간지 나는 탱크와 장갑차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서유럽을 휩쓸고 러시아로 쏟아져 들어갈 때도 독일군 기계화 사단의 기세는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런데 그 뒤를 따른 병참 부대는 이동을 말에 의존했다. 마차를 끄는 그 말 맞다.
캐터필러가 돌아가는 탱크도 동유럽 흑토의 진창에서는 기동력이 떨어지는 판국에 마차가 지날 수는 없는 노릇. 하염없이 늘어난 보급로는 유지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스탈린그라드에 있던 독일군 10만은 포로로 전락하고 전쟁에서 패한다.
나폴레옹의 군대 역시 병참선을 유지하지 못해 러시아에서 패퇴했고, 고구려에 쳐들어 온 수나라와 당나라의 군대도 보급로 운영에 애를 먹으며 전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반면, 로마군은 주둔지에서 보급을 자족하며 제국을 세웠고, 몽골군은 보급 따위 필요가 없는 속도전으로 유라시아를 돌파했다.
역사가 보여준다.
보급에 성공한 자는 승리했고,
보급에 실패한 자는 패배했다.
사이공 정부와 하노이 정부 모두 이 단순한 룰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이공 정부와 미군은 호치민 트레일에 수없이 많은 폭격을 퍼부었고, 하노이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복구에 나섰다.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은 본인이 떨군 폭탄이 호치민 트레일에 정확히 떨어질 때마다 최소 열흘은 보급로가 끊길 것이라 보고했다. 하지만 찢겨진 호치민 트레일의 수송로들은 사흘이면 귀신같이 복구 되곤 했다.
이 호치민 트레일의 복구 과정에서 맹활약한 이들이 민간이다.
본인의 정치적 신념이나 가족의 성향에 따라 하노이를 택한 민간인들은 남자는 병력으로, 여자와 아이들은 호치민 트레일의 유지, 보수, 복구 요원으로 대거 투입됐다.
파괴해도 찍어내는 것 마냥 복구되는 호치민 트레일 때문에 미군과 사이공 정부는 괴로웠다. 베트콩은 이 보급로를 타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이동해 원하는 장소를 전쟁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이공 정부군과 미군은 누적되는 피해가 부담스러웠고 종국에는 전쟁에서 패배하고 만다.
준비된 사람들
한번 성공을 겪고 나면 그 성공의 방정식은 관성을 지니게 된다.
호 아저씨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호치민의 리더십은 남달랐고, 그 강력한 리더십 아래 민간은 병참-수송-공병 부대로서 기능했다. 필요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하는 민간의 시스템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몰아냈다.
베트남 전쟁을 승리로 이끈 성공의 방정식은 원활한 보급과 유기적인 환경의 컨트롤이라고 불러도 될까. 이 방정식은 아직도 관성을 유지한 채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기능한다. 그리고 새로운 적, 바이러스와의 싸움에도 베트남 전쟁 세대의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한다.
중국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류 사이의 전쟁은 보급전이다. 영국에서는 마스크 값이 100배 치솟은 적이 있고, 개도국 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선진국들 모두 마스크 러시 사태를 겪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나서서 수량 동원에 나섰었다.
베트남도 마찬가지여서 마스크 보급의 성공을 방역 성공의 핵심으로 간주했다. 이러한 전황 속에서 베트남은 나라 자체를 빠르게 병참 기지화했다.
베트남 textile 산업의 규모는 전 세계 Top 3 안에 든다.
중소도시뿐만이 아니라 대도시 주변에도 봉제 공장이 널려있다. 차이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자 일부 봉제 공장들은 생산 capacity의 일정량을 마스크 생산에 할애했다. 그리고 마스크 공급이 부족이 심해지자 마스크 생산에 뛰어드는 봉제 공장이 늘었다.
급기야 FDI로 들어온 외국계 기업 공장에도 베트남 정부가 수량 할당 가능 여부를 타진했고, 오더 급감에 타격을 받았던 기업들은 적극 호응했다. 핵심 원자재인 필터에 대해서도 보건부가 나서 빠르게 검증 후 승인을 해주며 정부와 Textile 기업들은 서로가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물론 이들이 만드는 마스크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KF94 만큼 퀄리티가 높지 않다. 하지만 보급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일단 바이러스와 싸울 수는 있게 해주었다. 생산 단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가격으로 수량 확보에 나서 생산 업체가 기계를 멈춰 세우는 등 잡음이 많았던 어느 나라와 대비되는 장면이다.
유연한 자세
기업 활동은 경제 활동이고,
기업 간의 경쟁은 종종 전쟁에 비유된다.
마찬가지로 보급이 중요하고,
보급이 필요한 여러 자원이 있겠다. 재원 당연히 중요하고, 인적 자원 물론 중요하고, R&D, 마케팅, 서비스 등등 중요하지 않은 게 뭐가 있겠나. 우선순위에 둘 자원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업이 과거에 성공한 것에만 매달리면 문제가 생긴다. 노키아, 코닥이 그렇고 뭐 많지 않나.
스팀은 어떨까.
스팀잇=스팀이 아니고, 스팀=스팀잇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팀=스팀잇을 상수로 든 채 글을 쓰고 보팅을 받자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를 않고 있다.
전에는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다 여겼으나,
이제는 나아가지를 않는다 보고 있다.
훌륭한 채굴 커뮤니티가 될 수도 있고, 스타트업 시뮬레이션 플랫폼이 될 수도 있고, 투자 정보 창구, 임대 수입처, 투자처, 작가풀 등등 사실 기준을 넓게 잡으면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이미 스팀잇 안에 존재한다. 그런데 글 써서 돈 벌자, 보팅 받자에만 매달리고, 나눠라 왜 나눔을 요구하냐에 머물고 있다. 과거에 비해 정도는 덜 하지만 아직도.
이쯤이면 지나친 협의로 스팀을, 스팀잇을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유연성이 부족한 곳이 됐음을 인정할 때도 됐다고 본다. 의견을 낼 수 있다. 역시 주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의견과 주장으로 포장된 강요는 이곳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번쯤은 스팀에 또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니 최소 유연한 자세는 갖추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글 써서 돈 벌자가 아니라 이곳에서 부대끼다 보면 돈이 생긴다라고 소개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사람이든 물자든,
보급에 성공해야 생존하고,
보급로는 다양할수록 좋다.
kopasi님이 machellin님의 이 포스팅에 따봉(20 SCT)을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베트남이야기는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지요.
베트남과 연계된 스팀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베트남 역사에 대해서 배우고 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스팀 관련 견해 많이 동의합니다. 특히 이부분:
실제로 스팀잇에서 글쓰거나 큐레이션으로 "채굴" 하는 것보다, 여기서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서 시야를 넓히고 투자 기회를 생각하는게 제겐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네 저도 읽고 배운 게 정말 많았어요. 투자 기회가 찾아오기도 하고, 투자를 어떻게 하는지도 배우고.
스팀잇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어떻게 설계해서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어떻게 운영하는지 등등 이거 어디가서 돈주고 배울 수도 없는 것이잖아요.
읽고 보팅을 해주기만해도 수익이 생기기도 하고 장점이 너무너무 많은데 글 써서 보팅 받자라는 너무 작은 부분에만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사람이 들어오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다양한 시도가 생길 수 있게 서로가 서로를 인정했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시국(?)에는 누군가 읽어 주셨다는 게 보팅 액수 보다 더 기쁩니다.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스팀에 관한 의견도 많이 공감합니다.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abdullar gave machellin gifts(30 SCT).
감사합니다. ^^
이야기에 빠져들었음 횽아 좋은글 잘 보고감!!
오이형 읽어줘서 너무 고마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