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운동이야기) 나는 내가 원하는게 뭔지 알아

퍼스널 트레이너에게 음식사진을 찍어 카톡으로 보낸다. 그가 정해준 양만큼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먹었는지 검사 받는다. 내가 지켜야 할 음식량은 닭가슴살 300g, 고구마 300g이다. 채소는 드레싱 없이 먹기. 그리고 닭가슴살은 가끔 고등어와 쇠고기(지방적은 부위로)로 바꾸어 먹으라고 한다.

그가 정해준 양은 평소 식사량보다 적어 배고프다. 배고파서 먹으면 먹은 직후가 더 배고플 정도다. 하지만 놀랍게도, 먹고 싶지 않다. 처음으로 배고픔과 먹고 싶음 사이에 연결고리가 끊어졌다. 배가 부를 때까지 먹고 디저트까지 챙겨먹는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운동 한 지 한 두 달 지난 어느 날 갑자기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허기가 져서 고구마를 500g쯤 한꺼번에 먹어버렸다. 그동안 식단지키는 게 힘들지 않았었기 때문에 나로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트레이너 말로는 운동하면서 근육량이 늘고 소모하는 칼로리가 늘었는데, 먹는 양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것 같다고 한다. 체지방이 워낙 많아 탄수화물을 최소로 잡았는데 앞으로 고구마는 400g을 먹기로 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운동 시작한지 딱 100일 째 되는 날, 드디어 비만 탈출. 체지방과 근육량도 간신히 표준범위에 들어왔다. 곰이 시람 되려면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100일 걸린다더니, 나도 체육관에서 운동하며 닭가슴살과 고구마 먹고 100일 지나서야 비만에서 벗어났다.

몸에 성과가 나타나니 식단대로 먹고 운동하는 것이 전보다 훨씬 재밌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터졌다. 일본 라멘을 좋아하는 나는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라멘부터 먹었다. 평소 먹는 습관대로라면 면만 먹고 국물은 조금만 먹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면보다 국물을 물처럼 들이켰다. 귀국하는 날 복숭아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띵띵 부었다. 몸무게도 3kg늘었다.

염분 불균형 때문이었다. 염분을 제한한 적은 없었는데, 식단 특성상 하루 섭취하는 염분량이 무척 적었다. 고구마나 채소에 소금을 뿌려먹지는 않으니까. 그러다 갑자기 짠 국물을 들이키니 몸이 부을 수 밖에. 트레이너는 닭가슴살에 소금 간도 안했었냐며 황당해 했다. 라면 한 개에 들어있는 나트륨이 하루 섭취 권장량쯤 된다며 그 정도는 짜게 먹어도 된다고 한다. 운동도 하고 있기 때문에 염분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고 한다. 이제 식단에 국물요리를 추가해서 먹기로 했다.

먹는 음식을 제한하는 과정에서 몸에 필요한 만큼 영양소가 섭취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주체할 수 없이 그 영양소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난다. 반대로 충분히 먹으면 그다지 식욕이 생기지 않는다.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주면 몸도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내 몸은 똑똑했다.

명상에서 ‘알아차림’ ‘내려놓기’ ‘지켜보기’ 가 운동할 때도 적용되는 것 같다. 호흡에 집중하고 근육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변화를 지켜보고 몸이 요구하는 것을 듣는 것 말이다. 오랜시간 입맛 당기는 대로 먹고, 과식하고, 몸을 지탱하기 힘들 만큼 근육을 약하게 만들어 내 몸에 미안해진다. 그만큼 잘 돌봐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