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2022
박찬욱의 영화는 불가능한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헤어질 결심> 은 신파나 신체적 고통을 관객에게 강요하지도, 진부한 조폭 형사 플롯으로 억지로 긴장감을 조이려고 애쓰지 않는다. 분명 이 영화는 박찬욱식 스릴러 멜로 장르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종의 작가의 건재함을 확인해주는 작품이다 .
영화 속 인위적 세계에 대해 처음에는 거부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식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박찬욱이라는 거장이 여전히 건재함에 안도할 수 있었다. 결말의 해변가 파도 장면에서의 과잉적 스타일은 테마인 광란의 사랑의 격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혹적이다.
어쨌든 전작 <아가씨>에서의 반전 플롯 내러티브 대신 이 영화는 냉담하고 가라앉은 작가의 스타일로 품위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에 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박쥐>이후 작품들 중에서 박쥐의 연작처럼 보이기조차 한 이 영화는 그동안 필자에겐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박찬욱 영화의 과잉적 스타일이 지닌 어떤 낭만적인 미학을 우아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