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mis 마을의 사원 공동체
웬만큼 티베트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빠지지 않는 순례지인 헤미스(Hemis) 곰파, 이구 카스팡(Igoo Khaspang)에 이어 두 번째 방문한 사찰이다. 라다크 사찰의 이름은 대개 그 지역 혹은 유명한 성취자 이름을 따르는 것 같다. 이곳이 바로 1세기경 동정녀에게서 태어났다는 중동의 한 소년이 고매한 스승 밑에서 공부하다 떠나갔다는 전설 때문에 혹시 예수가 아닐까 서구 종교 학자들이 문헌적 증거를 찾고자 했던 배경이 되었지만 그 진위 여부에는 별로 관심 없다. 티베트 불교가 융성한 시기가 8세기 경인데 무슨 소리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 가까운 지역 특성 상 티베트보다 라다크에서 불교가 먼저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에서도 이에 관한 언급이 있다. 아마도 히말라야 인근 고산 지대에는 기원전부터 수행문화가 정착되어 있었을 것이다. 예수가 여기서 유학했다는 주장은 비교 우월주의의 단편일 뿐 그리 믿을 것이 못 된다. 중동에서 온 젊은이가 실제 다녀갔다는 역사적 기록이 있다고 해도 그가 예수라는 보장이 어디 있을까? 모두 쪼개진 기록에 상상력을 덧붙여 엮은 주관적 해석이고 문헌 고증은 학문의 영역일 뿐 실천과 체험을 중시하는 영성에서 가르침이 화석화 될 우려를 극도로 경계해서 기록을 내세우지 않겠다(不立文字)는 선(禪) 불교의 정신이나, 문자가 아니라 영성일 뿐이고 문자는 죽이기 때문이지만 영성은 생명을 주기 때문(not of the letter but of the Spirit; for the letter kills, but the Spirit gives life)이라는 유명한 성경 글귀의 본 뜻과도 거리가 멀다. 그렇지만 이러한 입소문 때문에 헤미스 곰파가 유명해진 것도 세상물정이다. 세태는 구복과 기이한 이적을 좋아한다.
라다크에서 가장 거대한 사찰로 5~6개의 말사가 가파른 절벽에 여기저기 퍼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전시실을 둘러보고 옥상에 올라 주변을 살폈다. 전시실 관람은 언제나 그렇듯 첫 걸음에서 의욕은 아주 거창하지만 몇 걸음 못가서 금방 용두사미가 되버린다. 곰파 안뜰에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84첩의 위대한 성취자(Mahasiddhas)의 벽화 갤러리가 있다는데 여행 전에 알았으면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유명한 사찰이지만 나의 관심은 여기서 2~3km정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어느 은둔자의 동굴 수행터다. 숙소에서 1시간 30분 거리이니 날을 잡아서 다시 오기로 결정했다.
라다크 여행 일지
쫄보의 지성 | 고산증 예습 | 고도의 향기(Scent of Altitude) | 별바라기 |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 | 타라보살의 시험과 은총 | 룽타와 고도의 향기 콜라보레이션 | 라다크의 개그지들| 으르신 같은 영혼들 | 푹탈 곰파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 푹탈곰파는 아직 아니야 | 고산지대의 경고 | 관개 농법의 라다크 채소 농사 | 라다크에서 머피의 법칙이란? | 폐허 아닌 폐허 같은 | 라다크 농가의 낭만 | 생명 창발(Emergence)의 현장에서 | 그 많은 똥 더미를 누가 다 쌓았을까? | Shanti Stupa의 불상 배치 | 여정의 마지막 날 | 나의 라다크 심상(心想) | 라다크 여훈(餘薰) | 한달 늦은 라다크의 불두화(佛頭花) | 개승려와 개그지 | 먼지는 바람을 타고 | 쌍신(雙身) 수련에 대한 생각 | 날아보자규! | 라다크 농가 원형 | 소팔자가 상팔자 | 판공초 1)경계의 바람, 2) 고요함의 위력, 3) 와간운기도편(臥看雲起圖片) | 라다크에서 사귄 개와 고양이 | 불성(佛性)의 상징 | 시작은 해야하는데... | 간지나는 티벳 불교 | Expecting tangible place | 일출가시시권(日出可視時圈) | 마음 경계(心境)에 대한 소고 1 2 3 | 21세기 백탑청연(白塔淸緣) | 구루요가 | Hemis 마을의 사원 공동체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피터님, 라다크 여행 일지 연재글은 위즈덤레이스 커뮤니티에 올려주세요! 아카이빙의 편의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다음 춘자로드 참가자를 비롯한 위즈덤 러너들이 커뮤니티 가입하고 연재할 때 참고하려면 콘텐츠들이 제자리에 잘 모여 있어야 하니까요! :-)
알쌈. 위즈덤레이스 태그랑 다른가 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