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9 트럼프 등장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보는 시각과 관점의 변화 필요성에 대해
트럼프 등장이후 국제정세는 격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알고 있던 미국은 더 이상 없다. 한국은 냉전체제와 미국 일극체제하에서 성장해왔다. 철저하게 미국이 요구하는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따랐다.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제까지의 국가지도자들이 국제정세의 동향을 잘 파악하고 그에 따랐기 때문이다. 한국이 냉전체제에서나 미국 일극체제하에서 미국의 가치와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면, 한국은 절대로 지금과 같은 발전과 성장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 지정학적 대격변을 겪고 있으며,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스스로 더 이상 일극체제의 맹주라는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미국 일극체제는 이미 끝났다. 이미 지금의 국제정세는 소위 다극화시대에 완전하게 접어 들었다. 현재 국제정세를 움직이는 힘은 미국,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미국, 중국, 러시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인 정책을 하는 국가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란, 북한, 인도 및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들 그리고 아프리카 사헬 국가들도 그렇다. 아마도 다극화란 이런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현재 국제정세는 과도기적 상황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일극체제의 맹주에서 지역강국으로 물러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 국익우선주의를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일극체제의 맹주자리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고백인지도 모를 일이다.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에 방위비 증액과 관세협상을 밀어부치고 있다. 과거의 경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으면 그에 합당하게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한국사회는 미국이 변화하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인의 대다수는 여전히 과거의 한미동맹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분명하게 인식해야하는 것은 현재의 미국이 과거의 미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은 일극체제의 맹주자리에서 물러나기 위해 하위 파트너 국가들에게 가능한한 최대한 많은 공물을 거둬 들이고자 하고 있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대로 그동안 우리가 벌어들였던 것을 미국에게 모두 바치는 것, 아니면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부합하여 우리가 나아갈 길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가장 합리적인 답은 우리가 나아갈 길을 새롭게 설정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은 한국보다 이미 한참 먼저 나가 있다. 일본 이시바 총리는 공개적으로 미국의 방위비 증액요구를 거부했다. 나토국가들이 미국의 방위비증액요구를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은, 일본이 이미 상당한 정도로 독자적인 노선으로 선회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하겠다.
한국은 일본보다 미국의 압박과 압력에 취약한 국가다. 당장 남북간 군사적 긴장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핵문제는 우리가 미국의 압박에 대한 입장을 취하는데 별로 중요한 고려요소라고 하기 어렵다. 조선 핵문제는 한국이나 일본 중국에게 모두 동일한 정도의 위협요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북간 적대적 관계인데, 그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현재 한국은 미국이 요구하는 방위비 증액과 관세의 압박보다 남북간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덜 든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해도 한국이 다시 발전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당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득권 세력들은 여전히 한미동맹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이재명의 중국전승절 참가문제와 관련하여, 박근혜의 탄핵을 운운하기도 한다. 이는 명백한 협박이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박근혜가 중국전승절에 참가하여 탄핵이 되었다면, 박근혜 탄핵에 앞장섰던 우리 모두는 반국가세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 조선일보는 왜 침묵했나? 당장에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중에 그런 것을 알았다면 조선일보는 어떤 태도를 취했어야 했나?
트럼프가 관세부과 기간을 8월로 연기했다. 이재명은 7월중에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재명이 트럼프와 만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겠다. 지금의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은 이후 미국의 압박으로 인한 한국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이재명이 독박을 쓰게 될 것이다. 이런 정치적 부담을 굳이 져야할 필요도 없다고 하겠다. 차라리 일본처럼 뻗대는 것이 훨씬 낫다. 위기는 기회다. 지금 한국은 위기다. 그러나 이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의 능력이다.
현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절대로 합리적이지 않다. 차라리 일본과 정상회담을 해서 대응노선을 선택하든가, 아니만 중국을 방문에서 중국 내수시장으로의 접근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다. 미국과의 협상도 이런 옵션을 가지고 있어야 대화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이재명 정권은 노선과 입장을 분명하게 하기 보다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 태도는 지금과 같은 국제정치 질서의 과도기적 상황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지금은 입장의 중립이 아니라 무엇이 이익인지를 분명하게 선택하는 선명한 정책과 방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아마도 이재명이 과격하고 급진적이라는 세간의 평가 때문이 아닌가 한다. 지금은 분명하고 선명한 태도와 노선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