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탁마의 심층으로 들어가다

in #art21 days ago

아침 식사 자리에서 사람과 사람간에 불편함...이라는 주제가 떠올랐는데요.
타인은 신선한 대상이기도 하지만 불편함을 주곤 하지요. 그래서 그 불편함이 싫어 은둔형 외톨이도 있는가 하면 심지어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죠. 게다가 마음에 그럭저럭 드는 사람도 때로 저를 쪼고 사포로 박박 긁어대서 저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불편함-이라는 단어가 미끼가 되어 사유의 심연 속에서 건져 올린 명언명구가 있었으니 바로....
아! 앞으로 자주 올릴 컨텐츠 카테고리로 명언명구 시리즈가 있습니다. 손글씨에 쇼츠로 명언필사 카테고리가 있듯이 서예에서도 명언(名言)명구(名句)가 있는데 이게 잘만 소화하면 내 영혼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그런 진국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것은 사자성어가 주를 이룰지 모르나 3자도 있고 5자 7자도 있어서 자수는 자유롭습니다. 공통점은 이런 명언명구가 우리 영혼의 깊은자리까지 촉촉하게 적셔줄 거라는 점입니다. 왜일까요? 문자란 지혜를 잘 담아서 우리 존재에게 전달해주는 고도의 양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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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소개해드릴 명언명구! 대략 듣고 알아맞춰보세요. 네글자 사자성어입니다. 난이도는 중급 정도?
직역하면 이렇습니다.
옥을 자르고 다듬어 보배를 만드는 네 단계의 과정!
벌써 눈치채신 분들도 계실 것 같네요! 원래 저는 명언명구를 이야기할 때 어원이랄까, 그 유래를 중요시합니다. 그 지식의 시발점을 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지 않겠어요? 그 지식 최초의 향기 말입니다.

첫번째 유래는 공자님과 자공의 대화입니다.
공자에게 자공(子貢)이 물었습니다. “가난해도 아부하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공자: 그만하면 괜찮지만 가난해도 즐거워하고 부유해도 예(禮)를 좋아하는 것만 못하지.
자공: “「시」에서 ‘여절여차, 여탁여마(如切如磋, 如琢如磨)..자르듯이 깎듯이 쪼듯이 갈듯이’라고 하였는데, 그런 뜻입니까?”
공자: “비로소 내가 너와 함께 시를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여기서 ‘시’라는 단어가 언급되죠? 이게 바로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詩經)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시경에서 최초에 어떤 대목일까요?
瞻彼淇澳, 綠竹猗猗 (첨피기오, 녹죽의의) 저 기수의 벼랑을 보니 푸른 대 흔들거리고
有匪君子, 如切如磋, 如琢如磨( 유비군자, 여절여차, 여탁여마)빛나는 군자는 자른듯 다듬은듯 쪼은듯 갈아낸듯 하다.
瑟兮僩兮, 赫兮喧兮(슬혜한혜, 혁혜훤혜) 치밀하고 굳세며 빛나고 점잖으니
有斐君子, 終不可諼兮(유비군자, 종불가훤혜) 빛나는 군자여! 끝내 잊을 수 없도다.
(총37자)
지금 불편함을 이야기하면서 무슨 일로 절차탁마까지 이어지게 되었을까요?
두꺼운 얼음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듯이 군자의 인품도 일조일석에 이뤄지는게 아닙니다.
옥의 원석을 자르는 일부터 엄청난 시련이죠. 그것이 절(切) 입니다. 이게 싫으면 그냥 의미없고 가치없는 돌덩어리로 남아있어야 할겁니다.

그리고 원하는 모양으로 깎는 일도 큰 고통일텐데 그게 바로 차(磋) 입니다.
심지어 세밀한 부분까지 쪼아야 하는데 사람들을 보세요. 누가 한마디 쪼아도 견디기 어려워 하잖습니까? 이걸 다 견뎌내야 하는 겁니다. 그것이 탁(琢) 입니다.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고운 사포로 수없이 갈아 광을 내는 연마작업이 남아있지요. 그것이 마(磨) 입니다.
공부하는 과정, 한 임간이 제대로 군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바로 절차탁마인데 이것은 절대적으로 인내의 과정이며 인내란 뭔가요? 불편함을 감수하며 자기를 깎아나가는 일 아닙니까?
나와 다른 사람간의 온갖 크고 작은 마찰, 그것을 견디고 감수하고 느끼면서 나라는 존재는 점차 빛나는 문채를 가진 정묘한 존재로 나아가니 그것이 군자입니다.
우리 모두 내면에는 아직 덜 다듬어진 보석의 원석이 있을 것입니다.
절차탁마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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