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역 무료 전시 추천: 틔움
4월 14일까지 성수역 전시 공간 맷멀(MatMul)에서 진행되는 무료 전시회를 하나 추천하고자 한다.
전시회의 이름은 <틔움>. 총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다섯 작가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작가마다의 작품 스타일이 모두 달라서, 각자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 역시 다를 것이라 예상한다. 나 또한 내 마음에 찾아온 작품들이 몇 점 있었고,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은유 작가의 선인장이라는 작품이다.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나는 희망찬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을 거대한 선인장이 가려주고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순간에도, 기꺼이 당신의 그늘이 되어 줄 존재가 있다는 의미라고도 보았다.
하지만 작가가 그림과 함께 쓴 에세이를 보니, 내 예상은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작가는 자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의미로 선인장을 그렸다고 했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뾰족한 가시로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선인장의 모습을 생각하며 다시 그림을 보니, 그런 방향으로도 충분히 해석이 가능한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언제나, 어느 순간이나 희망은 있다고 믿고자 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작품에서 의식적으로 희망의 상징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이 그림에서도 나는 그림 속 인물이 선인장을 바라보고 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인장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물이 서 있는 방향을 어떻게 인지함에 따라, 그림 속 상황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작가와 감상자가 그림을 이해하는 방향은 충분히 상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작품을 바라보는 당사자의 상황이 그림 해석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틔움> 전은 4월 14일까지, 성수역 인근의 전시공간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작은 공간 속에 아기자기하게 피어오른 꽃송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작가들이 만나 함께 개최한 연합 전시인 만큼, 다양한 개성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어 전혀 심심하지 않다.
더불어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구매할 수 있으며, 입찰의 방식을 통한다고 한다. 작가들이 직접 만든 굿즈를 판매하는 섹션도 마련되어 있으며, 작가들에게 작품 감상을 남길 수 있는 오픈 채팅방도 운영 중이다.
성수역 인근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다채로운 성수의 풍경에서 잠시 사색의 순간이 필요할 때,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