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라이더 : 꽃을 찾아 홀로 떠나는 여행
한줄평
살면서 놓친 꽃을 찾아서
이병헌 = 연기귀신
안소희 = 연기구멍
★★★★★
오늘은 연기로는 도저히 깔 수 없는 인간문화재급 영화배우 이병헌의 숨은 명작 '싱글라이더'를 소개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반전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포이기 때문에 피해서 리뷰하기가 참 애매하네요. 그래도 한번 노력해 보겠습니다. 사실 지난주 호돌박님 인물열전에 맞춰 리뷰하겠다고 약속 했는데 소설원작 리뷰에 밀려서 이제야 쓰네요. 호돌박님께는 죄송...
영화는 고은 시인의 시 한구절을 띄우면서 막을 올립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
마치 관객들에게 '그 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는 과제를 제시하는 듯 영화는 시작되지요. '싱글라이더'는 앞만보고 걸었던 한 인물이 모든 걸 잃고 추락하면서 발견하는 '그 꽃'의 대한 철학적 담론입니다.
한 투자증권 계열사 지점장으로 승승장구했던 강재훈(이병헌)은 회사가 부실채권으로 인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것을 잃게됩니다. 1조 3천억원의 판매 피해자가 4만명이나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사건이었죠.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피해자들의 항의와 눈물, 폭력등으로 아수라장이 된 회사를 보여주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강재훈의 추락하는 모습을 흐린 잿빛 색채로 담담하게 담아냅니다. 전재산도 잃고 친구도 잃고 직장도 잃고 가족도 잃고 자신 마저도 잃어버린 그...
그는 2년 전 호주로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들 진우를 유학보낸 기러기 아빠입니다. 그렇게 가족을 타지에 보내 놓고 그냥 막연하게 잘 있겠다 생각하며 무관심했던 가장이었지요. 그 어느때보다 곁에 누군가가 함께 있어주어야 할 지금, 빈 집과 정적만이 그와 함께 할 뿐...
천천히 어두운 빈방을 살피던 중 생일날 아들이 보내준 카드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아내와 아들을 보기 위해 호주행 비행기표를 끊지요. 이것이 그가 발견한 '그 꽃'이었을까요?
내가 이렇게 생겼니?
호주에 홀로 도착한 그는 버스를 타려다가 우연히 한국인 지나(안소희)를 스치듯 만납니다. 워홀 취업을 와서 2년간 꼬박 잠못자고 일하며 모은 큰돈을 환전하고자 같은 한국인 무리들을 직거래로 만나는데 안타깝게도 그들에게 폭행 및 갈취를 당하고 겨우 탈출을 하게 돼요. 길위에서 비틀거리는 그녀를 발견한 재훈은 지나를 집으로 부축해 눕히고 나중에 그들로부터 뺏긴 돈을 다시 찾는 일에도 도움을 주게 됩니다.
극중 지나의 역할은 강아지 치치와 함께 반전에 힘을 더하는 꽤 비중있는 캐릭터로 아내역의 공효진보다 더 자주 얼굴을 비추는데 연기력 면에서 참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캐스팅.
아내의 집에 도착한 재훈은 아내가 현지인 백인 남성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며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내연남으로 의심되는 그를 몰래 미행하고 아내와 아들의 주위를 맴돕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내의 꿈과 계획을 알게 되고 그녀의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하나하나 알아가게 되지요.
사실 이영화는 반전을 감추기엔 복선이 노골적이고 허술해서 약간의 식스센스가 있는 분이라면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반전을 염두하고 만든 작품이 아니라는 듯 결정적인 순간에도 별다른 효과를 더하지도 않아요.
시놉시스도 진부하리만큼 단순하지만 이병헌이 홀로 끌고가는 혼신의 연기와 글루미한 색채의 몽환적 분위기를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으며 오직 주인공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는 섬세한 연출과 사색적인 철학으로 승화되어 묵묵히 관찰하고 따라가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엔딩 후에도 먹먹한 여운이 꽤 오래 남았던 영화였습니다.
씬스틸러 치치
과연 아내는 내일, 너, 로맨틱, 성공적으로 바람을 피고 있었을까요? 지나는 돈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요? 재훈은 어떤 꽃을 발견했을까요? 강아지 치치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싱글라이더'는 각본과 연출까지 모두 맡은 이주영 감독의 첫 데뷔작이자 '형이 거기서 왜나와' 급의 워너 브러더스가 배급했습니다. 밀정에 이은 두번째 영화라고 하는데 한국 영화에서 인트로에 워너 브라더스 로고 영상(리더필름)이 등장하는게 쫌 신기했어요.ㅎㅎ
반전에 집중하느라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놓치지 말고 놓치고 있던 우리 주위의 꽃들을 발견하며 소고하고 반성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간은 모두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고독한 '싱글라이더' 지만 우리의 인생을 향기롭게 해 줄 그 꽃들을 지킨다면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요? 모두 다 사라지기 전에요. 살아도 사는게 아닌 껍데기의 구천을 떠도는 인생은 누구도 원치 않을 겁니다.^^
로튼키위즈 (Rotten Kiwies) 평점 90%
별 ★★★★★
-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435603
- Critic: AAA
▶ 이전리뷰보기
▶ 1.체르노빌 ▶2.박화영 ▶3.머니볼 ▶4.보랏! ▶5.알파독 ▶6.원초적본능 ▶7.우리들 ▶8.이스케이프 ▶9.이터널선샤인 ▶10.파이란 ▶11.헤이트풀8 ▶12.인생은아름다워 ▶13.코코 ▶14.녹터널애니멀스 ▶15.나,다니엘블레이크 ▶16.가버나움 ▶17.특종:량첸살인기 ▶18.빅쇼트 ▶19.여배우들 ▶20.도그빌 ▶21.가타카 ▶22.유전 ▶23.노아 ▶24.멋진하루 ▶25.화차 ▶26.천국의아이들 ▶27.죽여주는여자 ▶28.찰리와초콜릿공장 ▶29.플립 ▶30.미스트 ▶31.신세계 ▶32.온리더브레이브 ▶33.체인질링 ▶34.스켈리톤 키 ▶35.드래그미투헬 ▶36.디아더스 ▶37.캐빈인더우즈 ▶38.개를훔치는완벽한방법 ▶39.리플리 ▶40.매치스틱맨 ▶41.리미트리스
싱글...ㅎ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두 글자ㅎㅎㅎ
싱글일때 누릴 수 있는걸 다 누리면 되지!ㅋㅋ
소희도 민희처럼 갑자기 연기 변신해서 나타날지도...
Thank you for your continued support towards JJM. For each 1000 JJM you are holding, you can get an additional 1% of upvote. 10,000JJM would give you a 11% daily voting from the 700K SP virus707 account.
저는 별 4개~^^
Posted using Partiko Android
저도 반올림해서 겨우 5개...
Hi @kiwifi!
Your post was upvoted by @steem-ua, new Steem dApp, using UserAuthority for algorithmic post curation!
Your UA account score is currently 3.949 which ranks you at #4228 across all Steem accounts.
Your rank has dropped 77 places in the last three days (old rank 4151).
In our last Algorithmic Curation Round, consisting of 149 contributions, your post is ranked at #120.
Evaluation of your UA score:
Feel free to join our @steem-ua Discord server
보고싶어요. 지났지만 작은 풀봇으로^^
항상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잔잔하지만 지루하지 않아서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풀봇 감사해요.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보물상자
결국 놓친 보물상자...
Hello @kiwifi, thank you for contributing to #realityhubs!
we happy to see new content over here :)
keep up your awesome work!
Do you have any questions? Chat with us on Discord
Realityhubs Moderator
공효진 나오는군요. 나중에 아내랑 한번 봐야겠네요
이병헌이랑 안어울리는 조합인데 공효진 팬이라면 한번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ㅎㅎ
내용도 괜찮은데.. 마지막 반전까지 재미있는 영화죠 :-)
네. 설마설마 하면서 봤는데 지나장면에서 헉... 했어요.ㅎㅎ
이병헌과 공효진이 같이 찍은 영화가 있네요.
소희는? 안봐도 연기를 못했을 거 같아요.ㅋ
네. 연기신 앞에서 더 비교가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