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교육불평등,“초‧중‧고 도서관 10곳 중 6곳엔 사서가 없다”

in #vop6 years ago

"사서는 '홍길동전 어디 있어요?'라고 묻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책을 찾아주는 것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독서 방법과 정보 활용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는 전문인력입니다" (성남 당촌초등학교 백진환 사서)

백진환 사서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전국 학교 도서관 중 약 40%만 사서가 배치돼 있어, 나머지 60%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지식정보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학교 도서관에 전문인력을 배치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는 2일 오전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학교 도서관에 전문인력을 배치하라"고 요구했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교도서관 설치율은 100%에 육박한다. 전국 1만 2천 여 개 초‧중‧고등학교에 학교도서관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사서, 사서교사)의 배치율은 37.6%에 불과하다. 심지어 대다수는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사서는 고등교육기관에서 문헌정보학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해 각종 도서관 및 정보기관에서 문헌을 수집·정리·보관하고 대출과 필요정보를 서비스해주는 전문인력이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책을 찾아주는 것뿐 아니라, 학생들의 진로 탐색, 수험 준비 등 과제 해결 요구에 맞춰 다양한 정보를 찾아 제공한다. 정보화사회에 맞춰 인쇄된 책 이외에도 다양한 학술 정보를 찾거나. 검색시스템을 사용하는 등의 정보활용 교육도 해준다. 교사들이 교과연계자료를 요청하면 제공해주는 교수학습지원서비스도 맡고 있다.

학비노조는 "학교에 도서관이 설치된 것만으로 그 역할을 다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운영하는 전문성을 가진 사서가 있어야만 학생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동기를 마련하고, 교과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받는 등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도서관 전문인력 배치와 관련해 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토론회 등을 통해 여러 차례 공론화 됐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은 전문인력 배치 없이 운영·관리되고 있다.

지난 2월 학교도서관에 전문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교도서관 진흥법'이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6월 법의 취지에 미치지 못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은 '학교에 배치하는 사서교사, 실기교사, 사서의 총정원 산정 시, 학생 1,000명마다 최소 1명 이상'이라는 최소 기준만 명시했다. 또한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이 교육여건에 따라 자율로 정원을 산정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학비노조는 "'학교도서관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에 명시된 학교 도서관 교육의 질 향상을 도모하려는 본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학교 도서관에 사서 등 전문인력이 없는 경우, 학생들은 도서관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학부모들은 '봉사'라는 미명 아래 사서 업무를 떠맡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학교에서 교사를 배치해 관리 운영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결국 교사의 업무과중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사서분과 준비위원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며 "전문인력이 없는 도서관은 창고와 같다"며 "교육부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졸속 법안을 내세우는 까닭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비노조 사서 조합원들은 교육부에 "전문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고자 하는 법 개정의 취지를 무시한 시행령 개정을 철회하고, 법 개정 취지에 따라 모든 학교에 전문인력이 배치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과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 리스팀과 보팅으로 이 글을 응원해주세요
  • 민중의소리 스팀잇 공식 계정 (@vop-news)을 팔로우 해주세요
  • 여러분의 응원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