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18 이탈리아 - 분노조절장애 | 친절하던 사람이 한 순간에 바뀔 수가 있다
분노조절장애
2011년 12월 7일
1
호스텔, 게스트하우스의 생명은 공동공간이다.
여행하느라 밖으로 나돌아 다닐 텐데 안의 공간이 뭐가 상관이냐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여행을 해도 밤에는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밤에는 여행자들끼리 모여 도란도란 알코올을 기울이는 것이 또 하나의 여행의 낙이다.
꼭 그뿐만이 아니고, 아침을 먹고 잠시 늘어져 있는 곳도 공동공간이다.
사람들은 소파에 늘어져 있으면서 서로서로 자연스럽게 말을 트게 되고,
그러다가 친해지고, 같이 여행도 다니게 된다.
공동 공간이 좁으면, 사람들이 한데 모여 늘어지지 않고 다들 각자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서로 친해질 기회가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그 숙소는 매우 고요해진다)
지금까지 한인 민박은 3번 갔고, 호스텔은 수도 없이 갔지만,
가장 재밌었던 곳은 공동 공간이 넓었던 곳이었다.
방금 사 온 주전부리와 와인을 깔고 오늘도 술판을 벌인다.
나이 구성은 23~26세들. 다들 거기서 거기라 말 붙이기 참 쉽다.
이런 자리에서 깨알같은 여행 정보들이 나오고, 다음 여행지 동행을 구하고,
너무 죽들이 잘 맞아서 밤잠도 포기하고 새벽길을 나서기도 하며,
더 나아가서는 남녀간의 미묘한 감정들이 오가기도 한다.
오늘의 멤버는 대학교 3학년 마치고 휴학계 내긴 싫어서 0학점 등록하고 날아온 동생,
의학전문대학원 붙고 마지막으로 쉬러 온 형님,
역시 취직이 된 후 마지막으로 놀러온 형님,
약사 형님, 그리고 울릉도에서 날아온 순박한 동생이다.
세상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대책 없다고 혀를 찰 사람들,
뭔가 말도 안 되는 조합들이 모여 재미있게 떠든다.
이런 조합은 군대 아니면 여행만이 가능한 조합이다.
세상의 시선을 잠시 거둘 수 있는 곳이라 마음이 참 편하다.
시작은 서로의 여행 이야기이나,
알코올이 조금씩 올라오면 서로의 미묘한 이야기들이 오가기 시작한다.
여기에 사장님이 거들면 이야기가 빵빵 터진다.
숙소의 단란함에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사장님이다.
사장님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술판에 같이 껴서 노는 분,
판만 만들어 놓고 들어가시는 분,
그리고 아예 판 자체를 막는 분.
뒤의 2가지 경우는 손님이 느끼는 감정만 다를 뿐, 실제 분위기는 어떻게 되든 가라앉게 되어 있다.
무조건 전자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도 서먹한 감정들이 있는데,
사장이 가운데에서 얼마나 중계를 잘 하느냐에 따라
그 날 분위기가 달라지고,
사람들의 의기투합 정도가 달라지며,
더 나아가 여행의 즐거움이 달라진다.
오늘은 울릉도 처자와 예비의사 형님의 미묘한 시선이 느껴진다.
이런 것에 대해 말하는 건 참 외줄타기요 작두타기인데,
사람들은 용케 그 외줄에서 떨어지지 않고도 말들을 참 잘한다.
다음 여행지에 같이 가야 하는 둥,
달밤에 뜨레비 분수에서 체조하려 갔다오고 인증샷 찍어오는 벌칙을 저 둘이 걸리게 담합하는 둥.
10시가 되면 사장님은 칼같이 방으로 들어가신다.
“11시에는 여기 조용히 해야 돼. 공동 주택이라 사람들한테 항의 들어와.”
하지만 불타는 청춘들이 조용해질 턱이 없다.
사장이 처음에 불을 잘 붙여 놓으면 그 다음에는 알아서 흘러간다.
1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우리도 모르게 11시 반이 넘어갔나보다.
갑자기 사장님이 나와서 버럭 하신다.
“야! 내가 뭐라고 했어. 11시까지라고 했지?”
순간 정적이 흐른다.
“규칙은 지키고 살자.”
“네..”
다들 엄숙해진다. 하지만 아무도 들어가려 하는 사람들은 없다.
다들 조용히 조심해서 말하자고 한다.
하지만, 알코올이 들어간 상태에서 말이 말을 낳으면 점점 음량 조절이란 생각은 희미해진다.
그럼 다시 사장님이 나온다.
“야이 X끼들아! 내가 아까 들어가라고 했지!! 야, 3번은 없다. 얼굴 붉히지 않게 들어가 자라.”
그제야 사람들은 상을 치우고 들어갈 준비를 한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가득하다.
자신들의 잘못임은 알지만 왜 저렇게까지 말하는지.
숙소의 단란함의 마지막 두 가지의 요소는
숙소 형태와 사장님의 성격이다.
주위 주민들 눈치 안 보고 실컷 떠들 수 있도록
숙소는 아파트가 아닌 단독 주택에 만들어야 하며,
부드러운 이야기로도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애초에 통제가 안 될 것 같으면 그에 대한 방비를 철저히 하시든지.
2
이곳은 민박뿐만이 아니라 야경 투어와 바티칸 투어까지 겸하고 있다.
왕년에 가이드를 하셔서 민박을 하는 요즘도 가이드 일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수익이 안 돼서 민박집을 시작했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사실상 수익의 절반은 이 가이드 일에서 나온다고 할 수도 있겠다.
반나절 사람들과 실컷 굴러다니고 밤에 다 같이 야경 투어를 나왔다.
처음엔 별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다들 야경 한 바퀴 돌면 지리를 익히기 매우 쉽다고 하니 그냥 나왔다.
그리고 거의 언제나 그렇듯, 간단한 시내 투어 정도는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유럽식이라면 팁을 받겠지만, 한국 사람한테 팁을 바랄 턱이 없지.
투어의 초점도 지리인지, 되도록 지하철을 타지 않고 버스로만 이동한다.
걷다가 유적 근처에서는 간단한 설명을 듣고 가는 그런 투어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그런 설명이 귀에 들어올까?
난생 처음 오는 신기한 세계, 걷기만 해도 행복한 이곳에 왔으니
다들 기분이 붕붕 떠다니는 건 당연지사.
끼리끼리 가다서다 하면서 사진도 찍고, 이곳저곳 두리번두리번 거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바티칸까지 왔다.
근처 다리에서 잠깐 서서 사장님께서 다리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고 계셨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서로 사진 찍고, 이야기를 하면서 딴청을 피웠다.
그 때였다.
“그래 X발 너네끼리 알아서 돌아. 설명 없어.”
사장님이 화가 단단히 나셨다. 수가 제대로 틀렸다.
한 구석에 가서 씩씩거린다.
일동 모두 어안이 벙벙해한다.
갑자기 면전으로 날아오는 상소리에 모두들 얼어붙었다.
상황을 되짚어보면,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뭔가 웃기게 나온 무언가가 있었는지
갑자기 모두 빵 터졌다.
그 웃음소리가 신경을 긁었다.
어딘가 불편함이 느껴진다. 저 정도로 화낼 건수 같진 않은데.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단 소리 지른 사람이 갑이다.
게다가 손님들도 딱히 잘한 건 없다.
잘못치고 너무 심하게 화내서 문제지.
낄낄댔던 몇 분들이 가서 30분은 빌고 나서야 다시 투어를 계속할 수 있었다.
3
어젯밤 손님이 새로 들어오셨다. 이지젯을 타고 파리에서 오셨다.
그런데 문제는 몸만 로마에 온 것이다.
온갖 옷가지와 돈이 담긴 캐리어는 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캐리어는 파리 오를리 공항 유실 수하물센터에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수하물 찾는 곳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죽어도 짐이 나오지 않아.
이거 정말 사람 미치는 거예요.
진짜 거기에 옷가지, 돈 다 들어있어요.
카드랑 지갑을 다 거기에 넣어놨으니 말예요.
그런거 보면 하늘이 노래져요.
항공사에서는 레포트 쓰고 가면 조사해보고 안 되면 보상해준다고는 하지만,
당장 움직일 돈이 없고, 갈아 입을 옷이 없어요.
항공사에 닦달하니깐 여기 유실물 센터를 수소문해보주었죠.
근데요, 절대 안 나와요. 그래서 어제는 포기하고 그냥 돌아왔어요.”
“근데 어떻게 찾았어요?”
“오늘 또 전화를 했죠. 뭐, 오늘도 없다고 해요.
근데, 제가 무심코 한 마디 던졌어요. ‘파리에서 안 온건 아니냐?’고.
당연히 대답은 ‘절대 아니다’고 하고요.
근데, 직원이 뭔가 찝찝했나봐요. 오를리에 전화를 했죠.
그 쪽 직원도 혹시나 해서 찾아봤어요. 유실물 센터에.
근데, 거기 떡하니 제 가방이 있었던거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카운터에서 수하물 태그를 붙여주잖아요? 그 때 깜빡하고 테이프 감는 걸 깜빡한거예요.
태그도 없이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가니깐
어느 비행기로 가는지 몰라서 수하물 분류기는 인식표 없음으로 처리하니깐
미분류 수하물로 떨어져요. 그럼 유실물 센터로 가는 거죠.”
“근데 태그도 없는데 진짜 용케 찾았네요?”
“이게 진짜 중요해요! 캐리어에 이름표 달아 놓잖아요? 그 덕에 찾은 거예요!
진짜 캐리어에 이름표 있으면 꼭 써 놓으세요.
체크인할 때 항공사 전용 꼬리표 주는 곳도 있잖아요?
꼭 이름 쓰고 짐에 메달아 놓으세요.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그 꼬리표덕에 무슨 덕을 볼지 모른다니깐요?”
그리고 오늘 대망의 그 짐이 드디어 숙소로 온다는 것이다!
또 잃어버릴 일은 없겠지 하는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들뜬, 혹은 초조한 마음으로 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이 분은 숙소의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설레는 정도다!
따르릉 하면 먼저 뛰어나가 전화를 엿들으며 택배인지 아닌지를 본다.
그리고 계속 허탕이었다.
그 때...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누나가 인터폰을 잡고 몇 마디 했다.
“택배왔어요!”
이 소리 하나에 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뛰어 나갔다.
“형님, 축하해요!”
“드디어 살았네요 형님!”
귀한 손님은 온 것 마냥 우르르 몰려 나가 캐리어를 영접하려 나갔다.
그런데 기사가 들고 있는 건 캐리어가 아니었다. 작은 봉투였다.
“브라이언?”
음? 여기에 브라이언이라 할 만한 사람이 없지?
그럼 나밖에 없는데?
“제 것일 것 같네요? 짐 좀 볼게요?”
보내는 사람을 봤다. 사라였다! 아! 내꺼구나!
놓고 온 짐을 보낸다는 걸 깜빡했다.
전말은 이렇다. 피렌체에서 컴퓨터를 하는데 글이 하나 들어왔다.
짐을 좀 많이 놓고 갔단다.
택배로 짐을 부쳐 줄테니 주소를 불러달란다.
마침 이스탄불에서 알게 된 누나 덕분에 이미 로마에서 묵을 곳이 정해졌으니
그 민박집 주소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토요일이다. 택배가 영업한다는 건 상상도 하지 않았다.
같이 내려간 사람 모두 욕소리와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오라는 이 형 짐은 안 오고 여자애한테 짐 왔어!”
짐을 받아야 할 형님도 발을 동동 구른다.
“으아아~ 내 짐 언제와, 내 짐!!!”
사람들의 원성을 뒤로 하고, 소포를 열어 보았다.
깜빡하고 놓고 간 바지와 충전기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편지 봉투가 들어 있었다.
무려 한글로 [오빠에게, 사라 동생이]라고 쓰여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정이 대단히 많은가 싶다.
게다가 외동딸이니 더더욱 그렇다.
구구절절 써 내려간 글들을 흐뭇하게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 구절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핸드폰하고 심을 보냈어.
심에는 12유로 충전해 놓았고. 엄마가 예전에 쓰다가 핸드폰을 바꾼 덕에 집에 묵혀 놓은 건데
이렇게 쓰네?’
어...? 어...? 어...? 핸드폰? 심?
가지런히 접혀 있는 바지를 펼쳐 보니 그 안에 핸드폰이 들어 있었고,
편지 봉투 안에는 Vodafone 심과 함께 심 활성화하는 방법까지 손편지로 넣어 주었다.
안 그래도 짐이 안 와 복장 터지는 형님은 더욱 염장이 뒤틀려 간다.
주위 사람들은 축하한다고 등 한 대씩을 때리고 간다.
원래는 빨리 폰을 활성화시키고 연락을 넣어야 하지만,
아씨씨에 가는 차 시간이 임박했다.
핸드폰은 잠시 밤에 다루기로 하고, 일단 사람들과 같이 나갔다.
돌아오는 차는 8시 넘어서 도착한다. 저녁은 못 먹을 것 같다.
같이 가는 형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어본다.
“저기... 아씨시 갔다 돌아오는 차가 8시쯤 도착해서요,
밤에 여기에서 라면 좀 끓여 먹어도 되는지...”
“아.. 밥 드세요! 저녁 남겨 드릴게요! 걱정 말고 오세요!”
“오! 가...감사합니다!”
누나 덕분에 저녁까지 확보했다! 정말 일이 잘 풀린다.
아씨시까지는 기차로 2시간 반이 걸렸다.
직행은 얼마 없고,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편만 있었다.
평생 금욕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수도자의 인생을 견디지 못하고
절대자를 부르짖으며 가시덤불에 몸을 던지자
장미와 덤불들이 가시를 숨겼다는 일화로 유명한 아씨시.
어느 여행기를 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아씨시 여행기.
그리고 매일매일 아씨시 수녀원을 예약하는 데 성공했다고 올라오는 글들.
비록 레지오날레를 두 번이나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매우 북적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한산했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언덕을 끝없이 올라갔다. 꼭대기 쯤에서 내렸다.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우리끼리 거리 하나를 전세내고 즐겁게 돌아다녔다.
가시 덤불 말고는 특별히 볼 것은 없다.
하지만, 계속 있어도 괜시리 좋다. 이유 없이 행복하다.
마음이 편해지고, 정갈해진다.
뭐가 그리 행복한지 몰라도 헤헤거리면서 여기저기 마구마구 돌아다녔다.
로마에서 5박이나 잡은 걸 후회하고 있다.
여기에서 1박이라도 하고 싶다.
서 있기만 해도 경건해지는 이 마을에서 최대한 오래오래 그 기분을 간직해보고 싶었다.
나중엔 돈 벌어와 여기에서 1박 하리라 다짐하고 돌아온다.
아씨시 기차역
성탑으로 올라가는 길
하늘은 우중충했지만 그래서 더욱 신비한 분위기였던 아씨시
아씨시의 일몰
말구유의 예수와 동방박사 재현
다시 로마 떼르미니 역이다. 8시가 넘었다.
빨리 가서 저녁을 먹어야겠다.
최대한 민폐를 덜 끼치기 위하여 걸음을 재촉했다.
“저희 왔어요~”
“어 왔어?! 어서 들어와. 저녁 남겨 놨어.”
그날 저녁은 비빔밥이었다. 오랜만에 야채의 향연이다.
이런 곳에서 나물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구하는 지 신기하다. 정신없이 퍼 먹었다.
한 반쯤 먹었을 때였다. 아까 아침에 받았던 택배가 생각났다.
빨리 핸드폰 뚫고 연락해야겠다.
좀만 늦으면 사라네 식구들 다 자고, 그러면 전화를 할 시간이 없어진다.
심을 끼고 전원을 켠다. 비밀변호도 참 많다.
PIN에, 난생 처음 듣는 PUK도 있다.
다 누르면 심이 활성화된다. 전화를 건다.
‘뚜르르.....툭’
“헬로우”
“헬로우, 나야.”
“오빠!”
다행히 아직은 깨어 있다.
“응, 아씨시 갔다 오느라고 아침엔 연락을 못했어.”
“괜찮아. 짐 다 도착했지?”
“응.”
“그래도 이탈리아 있을 땐 연락하라고 엄마가 12유로 넣어 줬어.”
“고마워요, 엄마!”
“아빠도 옆에 있어. 인사해!”
“안녕하세요~!”
“다들 오빠 보고 싶어해.”
“그래? 언젠간 다시 가야겠네.”
“그렇지. 참, 저번에 몬도비 가서 만났던 남자친구 있잖아?”
“응.”
“결국은 헤어졌어.”
“어? 왜?”
“못 기다려 주겠데. 몰라. 정말 바보같아, 예전부터.”
“야... 아무리 그래도...”
“아냐. 그런 거 필요 없어. 이미 예전부터 믿음이 깨져가고 있었어.”
그 동안 남자친구에게 뭔가 쌓인 것이 많은가보다.
끊임없이 사라는 ‘전’ 남자친구에 대한 성토를 했다.
이탈리아 특유의 국민성, 말이 끝나지 않는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전화 끊고 밥을 먹을 틈을 주지 않는다.
슬슬 미안하다. 아직 먹다 남은 밥이 반이다.
설거지 하느라 기다릴텐데, 빨리 먹고 그릇 드려야 할텐데.
불안해진다. 빨리 전화를 끊어야 하는데.
“오늘 또 프란체스카 만났다? 만나서...”
“...이 .. 이제 끄...”
“또 오늘 반 애들한테...”
끊어야 하는데 말까지 가로채고 끝까지 말한다.
미치겠다. 전화까지 주시니 감사, 잘 지내지, 나중에 보자, 안녕, 이 정도만 생각했다.
맘 같아선 그냥 종료 눌러버리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수화기 너머 따발총같이 입을 턴다.
난 아예 전화를 내려 놓았다. 말 끝날 때까지.
그 때였다.
“이거 어떤 X끼야! 밥 다 안 X먹고 남긴 사람.”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한다.
“너야, X발? 너 여기 저녁 몇 시까지야? 규칙 안보여?”
사장이 길길이 날뛴다. 주방으로 들어간다.
“또 너냐? 규칙을 어기는 덴 꼭 네가 있냐?”
같이 아씨시에 갔던 형이 막 식사를 끝내고 그릇을 갖다놓고 있었다.
“지금 몇 시야? 저녁 몇 시까지야?
지금 여기 이모들이 쉬어야 하는데 너네 때문에 설거지 못하고 기다리는 거 안 보여?”
“아니, 사장님, 저희는 원래 밥 먹겠다고 부탁한 것도 아니고,
라면 먹겠다고 주방만 쓰겠다고 했어요 근데 가...”
“아니, 시간 지나서 X먹으면 염치라도 있어 빨리 X먹고 끝내야지
한 X끼는 밥그릇 버려 두고 전화질이질 않나,
한 놈은 방 안에서 노가리 까면서 X먹질 않나.”
“설거지 안 시킵니다. 저희가 합니다.”
“X발, 이모! 이모! 어디 갔어요,
이모! 내일 저 두 사람 다 환불해주고 내보내세요.
같이 사는 법도 모르는 사람 다음부턴 들이지도 마세요!”
신나게 분노를 쏟아내고 내 앞을 지나간다.
“늦게 먹는 주제에 개념도 없이 전화통이나 붙잡는 X끼.
빨랑 X먹고 내일 당장 여기서 나가!”
이미 멘탈에 철갑을 두른
나는 저런 말 가운데서도 꿋꿋하게 남은 밥 밥풀 하나 안 남기고 싹싹 다 긁어 먹었다.
사장은 자기 혼자 화를 이기지 못하고 ‘쾅’ 소리를 내면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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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2_26 보스니아 - 짖궂은 사람들 | 동양인이란 꼬리표는 여러모로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CHAP2_25 보스니아 - 약속의 땅 2
CHAP2_24 보스니아 - 약속의 땅 | 먹여주고 재워준 의리를 지키려 간다
CHAP2_23 크로아티아 - 아름다운 두브로브닉 | 살인더위 | 난생 처음 본 카운터테너
CHAP2_22 크로아티아 - 돈을 낸다는데 왜 방이 없어! | 살인물가의 최고봉, 두브로브닉
CHAP2_21 크로아티아 - 음악과 함께하는 코르츌라의 아름다운 밤
CHAP2_20 크로아티아 - “다음부터는 운동화를 신으라고요!” | 샌들 신고 하프마라톤하기
CHAP2_19 크로아티아 - 흐바르 섬으로 넘어가기 | 배에 자전거가 안 실린다고요?!
CHAP2_18 크로아티아 -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아름다움은 느낄 수 있다 | 마음을 씻어주는 아름다운 브라츠 섬
CHAP2_17 크로아티아 - 노트북을 털리다 | 털린 것도 서러운데.. 레포트값도 내야하니...
CHAP2_16 크로아티아 - 아무나 얻어 자는 것은 아니다
CHAP2_15 크로아티아 - 테라네오 락 페스티벌 4
CHAP2_14 크로아티아 - 테라네오 락 페스티벌 3 | 아침에 대놓고 그짓을 하는 사람들 | 음악 앞에선 국경이 의미가 없다
CHAP2_13 크로아티아 - 테라네오 락 페스티벌 2 | 크로아티아 전통술 맛보기
CHAP2_12 크로아티아 - 테라네오 락 페스티벌 1 | 크로아티아 락페를 뛰어보다
CHAP2_11 크로아티아 - 크닌의 신부님 | 라우라의 구걸문을 사용해보았다! 효과는 굉장하였다!
CHAP2_10 크로아티아 - SNS에 길을 묻다 | 내 길의 선배님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CHAP2_09 크로아티아 - 갈라짐 | 갈라지고 싶을 때 갈라질 수 있는 자유
CHAP2_08 크로아티아 - 어색 2 | 국제커플에 대한 색안경 | 열등감을 휘두르는 동행
CHAP2_07 크로아티아 - 어색 1 | 돈 없는 노숙자 여행자들은 플리트비체에 어떻게 들어갈까?
CHAP2_06 크로아티아 - 한국인을 짜증나게 하는 쩨쩨한 한국인 2 | 딸에 올인한 가족, 우리네와 다를 것 없는 그들의 애환
CHAP2_05 크로아티아 - 한국인을 짜증나게 하는 쩨쩨한 한국인 1 | 크로아티아 전통요리 체험 | 사소한 실수를 분쟁으로 만드는 한국인
CHAP2_04 크로아티아 - 행운아 1 | 또다른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 | 덕분에 끼워서 얻어자기
CHAP2_03 크로아티아 - 까를로바츠에서의 한때 | 나도 현지인 여자에게 좀 통하려나...? | 두근두근 폐가노숙
CHAP2_02 크로아티아 - 낭만 | 바쁘게만 살아왔던 한 대학생의 생활 뒤돌아보기
CHAP2_01 크로아티아 - 안녕, 쉥겐 | 90일 제한시간으로부터의 탈출 | 도착하자마자 노숙하기
CHAP1 런던, 노르웨이, 스웨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오스트리아
CHAP1_47+48 오스트리아 - 잘츠부르크 길바닥에서 궁상떨기 | 민박집 사장님 인생은 파란만장 | 유럽사람들이 중국인을 싫어하는 이유
CHAP1_46 오스트리아 - 음악축제 보고 싶은데 양복이 없어요 | 잘츠부르크 음악축제를 가보기 위해 양복찾아 삼만리
CHAP1_45 독일 - 무쇠체력 할아버지지 | 66세에 자전거 세계일주를 하는 할아버지
CHAP1_44 독일 - 유럽 대륙에는 자전거 여행하는 한국인도 많다 | 딩켈슈뷜 어린이축제 | 브로이하우스 부럽지 않은 맥주 어울림 한 판
CHAP1_43 독일 - 행운의 성 투어 | 크레글링엔의 맹인 요리사 | 목표를 향해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은 어디까지인가
CHAP1_42 독일 - 로만틱 가도에 서다! | 전독일 청소년 합창대회 | 뷔르츠부르크에서부터 다시 노숙의 길로
CHAP1_41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2 | 뭉치면 시끄러운 한국 사람들 | 해부에 능한 전주자매들 | 희극인들
CHAP1_40 체코 - 프라하에서의 평범한 나날
CHAP1_39 체코 - 또 하나의 프라하, 올로모츠 | 고장난 다리 | 사려깊은 여행자 | 나는 진정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가?
CHAP1_38 체코 - 잠좀 자게 해달라고!! | 캠핑장에서 난데없는 몸싸움
CHAP1_37 폴란드 - 요한 바오로 2세의 축복 | 초딩에게 한글 가르치기!! | 요한 바오로 2세 생가에서 겪은 따뜻한 폴란드인
CHAP1_36 폴란드 - 아담과 함께하는 폴란드 식도락 여행 | 현지인들의 극한음식
CHAP1_35 폴란드 - English Speaking Club | 세계에서 가장 꾸준하게 모이는 클럽으로 기네스 등재된 곳
CHAP1_34 리투아니아 - 사기꾼? 미치광이? 아무튼 격퇴기
CHAP1_33 리투아니아 - 많이 컸다, 코리아! |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느꼈던 순간들 3가지
CHAP1_31 에스토니아+라트비아 - 타르투 대학 박물관(하) + 국경넘어가기 | 국경만 넘어가도 달라지는 것들
CHAP1_29-30 에스토니아 - 이젠 씻고 싶다 + 타르투 대학 박물관(상) | 에스토니아에도 학생감옥이 있다?!
CHAP1_26-28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아구르네를 떠나며.. | 에스토니아 남자들도 군대에 간다?! | 에스토니아의 슈퍼스타 K
CHAP1_25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에스토니아 아이들에게 한국 알리기 | 에스토니아판 아.우.성.
CHAP1_24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서프라이즈 | 에스토니아에서 생일케익 구워보기
CHAP1_23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도대체 친구가 누구야?! | 에스토니아에서 안동찜닭 끓이기
CHAP1_22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동양인은 봉이다
CHAP1_21 에스토니아 - 늪지대 오지체험 11일 | 핸드폰과 맞바꾼 인연
CHAP1_20 사람은 사람이 살린다
CHAP1_18 에스토니아 - 에스토니아 여자는 동양 남자를 싫어해! + 19 이젠 되는 일이 없다
CHAP1_17 에스토니아 - 오를레앙과 함꼐하는 탈린 나들이
CHAP1_16 잠시 동안의 탈린 나들이, 그리고 안녕
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CHAP1_13 그녀를 만나기 12시간 전
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CHAP1_10 사람의 따뜻함을 느끼다 + 노르웨이의 자연에 호되게 데이다
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여행지 정보
● 이탈리아 로마 Piazza del Colosseo, 콜로세움
● 이탈리아 로마 Viale Vaticano, 바티칸 미술관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이번 주 북이오 스팀달러 에어드랍에는 논픽션으로 유명한 바다출판사의 "보고서의 법칙"이 독점으로 올라왔습니다.
감사합니다 :)
못된 사장님이시군요.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들도 많은데
일반인 코스프레하는 이상한 사람도 넘 많아요 ㅠㅠ
저도 가끔 보는데 그런 분들이 있더군요. 갑자기 화내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타산지석으로 삼습니다.
와 저런 감정조절능력으로 지금껏 어떻게 살아남으셨을까요.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정말 살아남은 것이 미스테리할 정도예요 ㅜㅜ
정의구현이 절실합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