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07 다시 찾은 런던 1

in #tripsteem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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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다시 찾은 런던

2011년 11월 24일




1





오랜만이다, 런던.

유럽의 맨 처음 나를 반겨준 런던,
어디를 돌아다녀도 새롭고 설레는 감정을 안겨준 런던.

5월에 들어왔는데 벌써 11월이고, 며칠 뒤면 12월에 접어든다.
6달이 지나 다시 여행의 원점에 돌아왔다.
이 곳에서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4일동안 잘 챙겨준 주인 분과 친구를 뒤로 하고 런던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인터넷으로 티켓은 미리 예매했다.
우리나라를 생각하고 당일 바로 끊으면 130~170파운드라는 무시무시한 금액이 되지만,
이틀 전에 미리 조사만 해도 시간대만 잘 맞추면 30파운드라는,
한국 KTX 가격 정도로 끊을 수 있다.

버스를 타면 8파운드에도 가능하지만, 6시간 넘게 걸린다.
그렇게까진 못하겠다.

이제는 자전거도 집으로 보냈겠다, 타협할 만한 가격이면 그냥 쓰기로 한다.



자판기에 카드를 넣으면 표가 3장이 나온다.
이 중 한 장이라도 없어지면 돈은 돈대로 내놓고 부정승차가 된다.
하나는 돈 낸 영수증, 하나는 행선지 증명, 마지막 하나는 좌석 예약증이다.
뭐하려 이렇게 쓸데없는 티켓이 많은지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모르는 사람 벌금 뜯으려고 만들었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기관이 어려워지면 괴상한 말과 제도로 꼼꼼하게 살펴보려는 사람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법이지.
영국 철도가 민영화했다가 쫄딱 망하고 다시 국가가 인수해서 빚 덩어리일텐데,
그런 사정이 반영되지는 않았나 싶다.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는 3시간 가량 걸린다.
지도만 보만 많이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나름 320km 정도 된다.
꽤 멀다. 서울에서 대구 거리다.
그런데 저 정도 거리면 우리나라 무궁화호도 3시간 걸리지 않나?
저것밖에 안 되는 거리에 170파운드를 매기는 영국 철도도 신기하다.

그러면 기차는 좋나? 절대 그렇지 않다.
겉은 번지르하고 내부 인테리어도 고급스럽게 되어 있다 했는데, 심하게 흔들린다.
태어나서 기차타고 책 보다가 멀미가 난 건 처음이다.
1시간 정도 보다가 견디다 못해 결국은 책을 덮고 말았다.







2





오늘 아침은 대영박물관과 트라팔가 광장 주변을 돌아
테이트 모던Tate Morden 쪽을 둘러볼 계획이다.

하루에 2파운드만 내면 하루 종일 공짜로 몰 수 있는 공공 자전거 하나 몰고
유스턴에서 토트넘 코트가지 내려간다.

다시 보는 런던에 혼자 들뜨고 감탄하고 있는데,

“Excuse me?”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또,

“Excuse me?”

또 들린다. 뒤를 돌아봤다. 그냥 보통의 영국 여자아이다.

“Me?”

“Yes.”

응? 내가 뭔 잘못을 했나?

“Could you show me the way how to get to Wellington street?”

응? 지금 나한테 길을 묻는거야?
딱 봐도 내가 여기 사람으로는 안 보이잖아?!




그 유명한 대영박물관 정문





영국인의 습성. 자신들이 한 짓을 정의롭게 포장하는 능력이 있다.
전 세계에서 악탈해 온 대영박물관 전시품을 위하여 관광객들의 삥을 뜯고 있다.





오후에는 런던 타워 브릿지 쪽에 있었다.
옛날에 많이 봤을 것이다.
배가 오면 다리가 올라가고, 지나가면 다시 내려가는 다리.

옛날 만화에서 보던 환상이 있어 이곳을 참 기대 많이 했는데,
막상 실제로 보면 우리 마음속의 스케일보다는 작다.
그리고 다들 실망한다.

나도 그렇다.
그 실망감을 조금이라도 씻어보고자 더욱 더 타워브릿지를 열심히 걸었던 것 같다.




타워브릿지 자체에서 감흥을 얻지 못했다면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우리나라가 아닌 곳에서
우리나라에서와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맨날 느껴왔던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서말이지.

뿌리부터 다른 환경 속에서 우리 나라에서 했던 것과 별 다를 것이 없는 일상,
그리고 그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느낌과 경험을 겪고 싶었다.

그저 다리 위를 걸어도 마포대교를 걷는 것과 타워브릿지를 걷는 건 확연히 다르다.
강가를 걸어도 한강을 걷는 것과 템즈강을 걷는 건 확연히 다르다.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혼자 감성팔이나 하고 있었다.

“Excuse me?”

오늘 참 익스큐즈미 많이도 들린다.

“Yeap? What tsya matter?”

“Could you show me the way how to get to Tower of London?”

또 길 묻는거야? 오늘 진짜 왜 이렇지?
내가 그렇게 여기서 오래 산 사람처럼 보이나?




그래. 한강을 걷고 있으면 난 지나가는 행인 1인데,
여기서는 얼굴도 튀는데 현지인같은 야성을 풍겨나와
영국인들도 길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말이지?

캬~ 겁나 색다르네. 푸하하.




내셔널갤러리 앞





오손도손 사람이 많은 트라팔가 광장





오손도손한 분위기를 한 방에 깨 버리는 전도사
하나님이 우리의 목자십니다. 오직 하나님, 하나님만이 우리를 천국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3




여유를 가지고 다시 찾은 런던,
5월에 청운의 꿈을 안고 왔었는데, 벌써 11월이다.

그 동안 바뀐 건 사람들의 소매 길이가 길어진 것일 뿐,
런던은 6달의 시간동안 바뀐 것 하나 없이 나를 맞아주었다.
이 변함없는 모습, 좋다.
나중에 또 보기 위하여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니깐.




푸르른 잔디 속의 하이드파크,
그 속을 여유롭게 지나다니는 자전거 무리들,
파스텔로 물들인 마을 노팅힐,
젊음이 넘치는 레스터 스퀘어,
내가 없는 6개월동안 상영작 하나 안 바뀐 뮤지컬 극장들.




하지만, 나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5달의 라이딩으로, 돌처럼 단단해져 버린 허벅지,
수많은 구걸과 대화로 단련된 영어, 카메라 속에 쌓인 추억의 두께,
그리고 더 이상 유럽 풍경을 보고도 새로움을 느끼지 않는 내 마음.

5월에만 해도 그랬다.
한국에서는 유럽 여행 커뮤니티에나 들어가야 보이는 풍경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모습에,
골목 하나하나, 사람 하나하나가 내게 설램으로 다가왔다.

6달이 지난 지금은, 그저 내 생활의 일부다.
내 삶에서 주위의 건물들이라는 정의는,
콘크리트 마천루에서 어느새 백 여년 세월의 아담한 빌딩으로 바뀌어있다.

아침부터 밀가루가 들어가면 찝찝했던 입과 장은,
이제 완벽하게 토스트와 시리얼이 없으면 어색할 정도가 되었다.

길거리에서 공연하면 멀찍이 서서 바라만 보았던 옛날과는 달리
이제는 혼자라도 호응해 주고,
아티스트에게 말이라도 한 번 건네고,
심지어는 공연 중에 난입하여 같이 즐기기도 한다.

레스터 스퀘어 당시 공사중일 때..

일기장이 떨어져 문방구에 갈 땐,
‘동화같은 거리를 지나 고풍스러운 빌딩의 문방구에서 3파운드짜리,
한국 돈으로 바꾸면 5400원짜리 연습장을 산다’가 아닌,
‘이 거리를 지나 모퉁이의 맨체스터 거리를 지나
21번지에 있는 문방구에서
3파운드짜리 연습장을 그 가격에 사왔던 것 마냥 쿨하게 산다’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유럽이 새롭지 않다. 익숙해져버렸다.
주변의 풍경과 생활이 원래 태어났을 때부터 그래왔던 것 같다.




혹시 난 현지어 못하는 유럽 교포는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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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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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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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07 다시 찾은 런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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