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같이 떠나는 배낭여행] 미친여행 CHAP4_02 얻으려면 기다려라
얻으려면, 기다려라
2011년 11월 17일
잠시 이스탄불 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호스텔 홈페이지에 며칠 전부터 줄기차게 이스탄불 시내 가이드 문의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매일 줄기차게 올라오니
그 손님 체크인 며칠 전에는 한국에 있는 사장님이 쪽지로
가이드에게 연락을 해 놓으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근데 그 가이드 어디 갔는지는 몰라도 통 전화를 안 받는다.
그래서 어떡하나 발만 구르다가 아무 조치도 못 하고 그 손님을 맞게 되었다.
이 손님이 계속 가이드를 수소문한 사정은 이렇다.
외국계 회사를 다니던 중에 리옹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래서 주말마다 짬을 내어 여행을 다닌다.
시간이 그리 많지는 않고, 보고 싶은 것은 많아 시티 투어 가이드를 많이 이용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문의글을 올리는 데 사장님께서 답변을 잘 해주지 않으셔서 계속 올렸다 하신다.
그런데 막상 여기에 오니 사장님은 없고 대신 내가 있어서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호스텔 명성에 먹칠을 하도록 둘 우리가 아니지.
우리에겐 이스탄불 전문 워킹 투어 가이드(?) 석민이가 있다.
한나절 속성 코스로 생생한 이스탄불을 보여 드렸다.
밤에는 어김없이 호스텔 옥상에서 맥주 한 잔의 시간이다.
그 때, 내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했고, 그 자전거를 한국으로 보내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기로 자전거 가지고 오다가 수하물비로 28만원 깨졌어요.”
“진짜? 난 회사에서 보내주니깐 250kg까지는 공짜로 보내주는데.”
“250kg요? 그러면 짐이 오가면 몇 달 되는데 그걸 언제 기다려요?”
“아닌데? 며칠 뒤에 오던데?”
“그럼 250kg를 항공으로 부쳐죠?”
“어. 선박 말고 항공.”
“참 회사 좋네요! 혼자 가는데 250kg 채우기도 어려울 거 같은데.”
“100kg도 안차, 얘.”
이 때, 갑자기 내 머리가 반짝 돌아갔다.
100kg도 안 차는데 내 자전거와 짐 해봐야 30kg 하겠어?
“그럼 혹시... 제 자전거를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뭐, 문제없지.”
이 말 하나에 파리 일정을 하루 줄이는 초강수를 두면서
자전거를 짊어지고 리옹까지 가게 되었다.
파리에 올 땐 자전거를 많이도 들어줬는데 리옹으로 갈 때는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파리에는 동서남북 모두 역이 있는데, 남역은 남역이라고 하지 않는다.
Gare de Lyon이라고 한다. (서역도 다른 이름인 것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파리에서 리옹에 가려면 리옹역에 가면 된다. (응?)
일단 낑낑거리면서 리옹역까지는 왔다. (파리 리옹역을 말하는 것이다.)
기차도 찾았다. 차 번호는 7번이다.
근데 내 옆에 차 번호를 보니 16번이다.
차 9량만큼 자전거를 들고 앞으로 가야 한다.
정말이지 TGV 길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기차의 맨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차 한 량이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길어보인다.
KTX보다도 더. (자전거 때문에 기분탓일수도.)
차 번호 하나만큼 가면 팔이 빠질 정도로 아프다.
계속 한 칸 전진하고 팔을 계속 주물럭거리는 실정이다.
그런데 지나가는 형님 둘께서 내가 그리도 안쓰러운지 다가와서 번쩍 들어주셨다.
게다가 자전거 때문에 역무원가 실랑이가 날 뻔했는데
형님들 덕분에 승차거부 당하지 않고 짐칸에 실었다.
차 앞까지 들어다 준 것도 고마운데 역무원 문제도 해결해 주시니 형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메흐시, 무슈!
우여곡절 끝에 리옹 파듀Lyon Part-Dieu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우여곡절의 끝이 아니다.
리옹 중앙역답게,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대략 용산역에 서울역 합쳐놓은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그런 곳에서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나는 지금 전화가 없다.
가기 전에 난 자세하게 말한답시고
열차 내려서 바로 나오는 역광장이라고 했는데,
역이 좀 큰게 아니다.
역광장으로 나오는 계단이 몇 개가 되는 지 모르겠다.
에잇. 그래도 몇 개라도 되면 그 몇 개를 뒤지면 찾을 수 있겠지?
이럴 때일수록 이곳저곳 돌아다니면 서로 길이 어긋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근데... 약속시간이 넘도록 보이질 않는다.
30분은 찾는 시간 때문에 충분히 늦는 시간이다.
하지만 1시간... 2시간... 계속 기다려도 기다려도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일이지? 뭐라도 연락을 해야 하는데. 물품 보관소를 기웃거렸다.
여기다 맡겨 놓고 PC방이라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일단, 자전거는 맡겨주지도 않을뿐더러
여기에서 PC방을 언제 찾을것이며,
그러다가 길이 더 어긋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폰 번호도 없다. 주소도 없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최적은 SNS밖에 없다.
여기로라도 연락을 넣어야지 안 되겠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스마트폰이 있다.
염치를 무릅쓰고 빌려서라도 SNS에 뭐라도 하나 남기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그런데 누구한테 빌리지?
자전거 들어주는 건 몰라도 폰 빌려서 SNS하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힘들텐데...
전화도 아니고...
이런 생각에 계속 머리를 끙끙 앓으면서 주위를 계속 서성였다.
그런데 이 나라 국민들은 시름에 잠겨 머리를 끙끙대는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 같다.
“May I help you?”
정말 여기저기 계속 도와준다고 하니깐
잘못하면 이런 호의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할 것 같아 무서울 정도다.
어쨌든 먼저 이렇게 물어봐 주시면 일이 참 수월하지.
“잠시... 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연락처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 SNS를 좀 써야할 것 같아요...”
“뭐, 제가 출발하기 전까진 아무래도 상관 없어요.”
아직은 스마트폰에 익숙치 않은지라 이메일 치는데도 정말 낑낑댔다.
왜 하필 프랑스어 단어 자동완성까지 있어서
내 마음대로 쳐지지지 않아 진땀 좀 뺐다.
메일과 비밀번호 치는 데에도 몇 분이 걸릴 정도다.
간신히 로그인을 하니 쪽지가 엄청 와 있다. 역시나 그 분이다.
프랑스 전화번호와 계속 나를 걱정하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 어디 있냐고... 이 분도 나를 찾아 엄청 헤맸구나.
전화를 해 봤다. 3번을 해 봐도 받지 않는다.
하... 정말 되는 일이 없네?
그냥 여기서 노숙해야 할 팔자인가보다.
그렇게 자전거나 깔고 잘까 하고 자포자기를 하고 있을 때,
“여기 있었어?”
드디어 상봉하였다.
안도감에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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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15 웁살라, 너와 같은 하늘 아래
CHAP1_14 아직은 ...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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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12 욕창 터지고, 기차에 실려 가고
CHAP1_11 배낭을 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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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1_8 한국영화 많이 컸네? + 9 첫 주행, 첫 노숙, 첫 봉변
CHAP1_7 이런 곳에도 한국사람?
CHAP1_5 첫 주행 + 1_6 북한도 자전거로 달린다고?
CHAP1_3 + 1_4 Bryan Almighty + 자전거의 운명은?
CHAP1_1 + 1_2 인천 출발 + 히드로 도착
CHAP0 준비
CHAP0_번외 가져갔던 장비 일람
CHAP0_6 출국 그리고...
CHAP0_4 자전거 맞추기 + 5 쉥겐조약
CHAP0_3 항공권과 장비 마련하기
CHAP0_2 어디를 어떻게 가볼까?
CHAP0_1 다짐
혹여나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시는 스티미언분들.. 도움이 되셨을련지요?
도움이 되었다면 UpVote + 리스팀 부탁드리겠습니다 -_-)/
후문을 선물해주신 @mimitravel 님 감사합니다!!
여행지 정보
● 프랑스 파리
● 프랑스 리옹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안녕하세요. @trips.teem입니다. 조마조마하게 읽었습니다. ~ 노숙하시는 줄 알았어요!!ㅋ 앞으로도 생생한 여행기 많이 많이 소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ㅋㅋ CHAP4부터는 노숙할 일은 없습니다 :)
관리자님 친히(?) 방문해주셔서 감사하옵니다 꾸벅 (_ _)
시간나면 처음부터.. 정주행... ㅋㅋㅋㅋ
자전거가 부럽네요. 파리도 가고 ^^;;
마지막에 해피엔딩이라서 다행이네요 ~
흥미진진 여행기 계속 부탁드려요 ^^
오랜만이예요 ㅜㅜㅜㅜ 잘 지내셨죠?
이제 남은 한 달 후딱 달려서 완결내려고 합니다 ㅎㅎ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