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사태와 비트코인 급락
테더(Tether) 사태가 확산 일로에 서 있다. 구글 검색창에 '테더'라고 치면 사기(scam)라는 단어가 추천으로 딸려 나온다. 테더 역시 암호화폐의 한 종류다. 1테더는 1달러로 그 가치가 고정되어 있다. 변동성이 극심한 암호화폐 투자에 있어서, 가치가 비교적 안정적인 암호화폐가 있다면 그것을 베이스캠프 삼아 단타 거래를 더욱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그 수요를 노린 것이 테더였다.
현재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이 사건에 관련된 두 개 회사에 소환장을 발부한 상태다. 테더의 발행회사, 그리고 테더를 집중적으로 거래한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다. 테더는 말하자면 표딱지 같은 것이다. 1달러를 가져오면 그것을 1테더로 바꿔준다. 따라서 테더 발행사는 발행한 테더 만큼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테더 사태의 핵심은 테더 발행사가 달러 없이 테더를 발행했다는 의심이다. 즉, 모든 소유자들이 발행사에 테더의 현금인출을 요구할 경우, 약속된 금액을 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전형적인 뱅크런 상황이다.
만약 저 의구심이 사실이라면, 테더 발행사는 '폰지 사기'를 한 셈이 된다. 엄청난 수익을 약속하며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후행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을 투자 수익인 양, 선행 투자자들에게 이윤이라면서 지급하는 것이 폰지 사기다.
아직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정황 증거는 놀라울 정도로 많다. 지난 몇 달 동안 테더는 발행량이 폭증했는데, 우연하게도 암호화폐 시세가 전반적으로 정체해 있을 때 더 많이 증가했다. 테더를 구매하는 이유는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암호화폐 시세가 좋을 때 테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더 의심스러운 정황은 테더 발행이 폭증할 때마다, 곧바로 비트코인이 폭등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테더가 유입되면서 비트코인이 폭등하는 양상의 거래가 주로 비트파이넥스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의아하다. 소설을 써 보자면, 암호화폐 테더 발행사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가 공모하여 가짜 테더, 즉 달러 지급 보증이 안 되는 테더를 대량 발행하여 그것으로 비트코인을 구입, 가격조작을 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
비트파이넥스는 초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지만, 예전부터 경영이 불투명하기로 유명했다. 경영진은 유럽인들인데, 사무소는 아시아에 있으며, 법인 등록은 중미에 되어 있다. 외부 회계감리 법인 프리드먼과의 최근 계약 파기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프리드먼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경우, 비트파이넥스와 관련한 대형 뉴스가 터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테더 사태는 테더라는 암호화폐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더 문제다. 지급보증이 불확실해진 테더 가치가 폭락할 경우, 테더로 구입한 비트코인의 가치 역시 무사할 수 없다. 2018년 2월 3일 현재 테더의 시가총액은 약 22억 달러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417억 달러. 테더가 지급불능에 빠지면 비트코인 시가총액에서 22억 달러가 증발하는 것이다. 테더의 시가총액은 비트코인의 1.5%에 불과하지만, 과연 비트코인 시세가 1.5% 빠지는 데서 끝날까?
암호화폐 업계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 그리고 암호화폐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