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과 테슬라의 커뮤니케이션
아마 지금 시점에서 가장 인기있고 논쟁적인 기업인 중 하나일 엘론 머스크가 몇 년 전 이런 편지를 직원들에게 보냈다. “테슬라 내부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주제를 요약하자면 단순하다. “매니저 꺼지라고 해. 매니저는 커뮤니케이션의 적이야.”
번역을 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메일이 길고, 핵심만 요약해 본다.
-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있음. 수직적 커뮤니케이션과 제한없는 커뮤니케이션.
-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은 우리에게 흔하고 익숙한 방법. 옆 팀에서 뭘 잘못하고 있어서 우리 일이 지장받는데, 이걸 말하기 위해 우리 매니저에게 얘기함. 그럼 우리 매니저가 옆 팀 매니저에게 얘기하면 그 매니저가 실무자에게 전달. 전달받은 실무자는 아니, 그게 오해인데...라며 자기 매니저에게... 이런 식. 건너뛰면 좋은데, 건너뛰면 난리가 남.
- 제한없는 커뮤니케이션은 이런 과정 다 건너 뛰면서 필요한 사람에게 바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메일을 보내는 방식.
엘론 머스크의 선택은 단순하다.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좋은 건 매니저 뿐이란 얘기다. 매니저들은 자기 영역에서 왕이 될 수 있고, 부하 직원들에게 권력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왕좌의 게임을 생각해 보자. 장벽 너머에서는 언데드가 몰려오고, 남쪽 사막에서는 드래곤의 어머니가 용 세마리를 몰고 올라오는데 세븐킹덤의 왕이라는 사람은 내부의 적과 정치싸움이나 벌이고 있다. 라니스터는 잊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드래곤 여왕은 좀 킹왕짱이다. 협력 따위 안 한다. 동맹을 맺자고 하면 드래곤한테 불을 뿜으라고 해서 태워버린다. 대신 복종하는 자들만 데려온다. 그래서 여왕에겐 누구나 직접 찾아가 얘기한다. 난쟁이도 직접 찾아가 얼굴을 내밀고, 거세한 환관도 직접 여왕 앞에 나서며, 근본없는 용병도 여왕과 잠자리를 같이 한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힘.
아예 효율만 우선시하려면 그냥 시키는대로 움직이면 된다. 장벽 너머 언데드가 그런 식이다. 말도 안 해도 된다. 우두머리의 뜻은 말단까지 전달된다. 한몸처럼 움직이는 초강적.
한 몸으로 움직이는 언데드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파악이 불가능하니 논외로 치자. 현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인가. 드래곤 여왕과 라니스터 가문 가운데의 선택이다. 내가 보기에는 답이 뻔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뻔한 답을 여전히 거부한다. 그래서 엘론 머스크가 뛰어난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