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 아빠/노자규

in #story6 years ago (edited)

띠리리 아빠
출처 : 노자규의 .. | 블로그
http://m.blog.naver.com/q5949a/221386093679
띠리리 아빠

방긋 웃는 해님이 창가에 들어오면
저희 아빠는
눈을 뜬 뒤 꼭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어 돈이 어디 갔지.”라며
지갑에서 늘 돈을 찾곤 한답니다

“어제 아빠가 용돈 줬잖아요 “

“잘 쓸게요 아빠
술 자주 드시고 오세요 “

가끔 약주 한잔 하고 오시는 날은
대문 앞에서부터
“띠♪리리..♬. 띠리리...♩아빠 왔다 “소리가
먼저 방문을 열고 들온답니다

그래서 제 핸드폰엔
아빠를
“띠 리리아 빠”라고 저장도 해놓았고요

반 지하방이라 도로에 물이 넘쳐
창문으로 타고 들어온 날에도
“아빠 지금 어디예요
지금 창문으로 비가 타고 내려와요”

“아빤 오늘 친구들하고 한잔 하고 있어
우리 이쁜 공주님이 알아서 하렴 안녕“
이라며
요즘 통 집엔 관심조차 없답니다

“아빠 집에 좀 일찍 들오세요”

“요즘 제일 좋은 남편은 집에 없는 남편이래.. "
라며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달리는 버스 창가에 해를 말아먹은
빗방울이 바람을 타고 노래하는걸
눈으로만 바라보다 멈춰 선 정류장
내리는 빗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아빠의 사랑이라 적힌 우산 속으로
전 뛰어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빠 기다리고 있었어요 “

“그럼.. 우리 딸 때문에 내가 사는데...”

새는 나무에 집을 지워도
지붕을 만들지 않는 것처럼
어미의 날개로
지붕이 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사랑을 알기에
행복은 아빠의 작은 우산 하나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 아빠 오늘 출근 안 했어요
안 입던 양복을 다 입고... “

아빠는 지금껏 늦으신 이유를 슬픔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단칸방에서 함께 살던 백혈병 환자 현석이가
의지하던 할머니 마저 잃고
아무도
돌봐 주는 이 없이 하루하루 병마와 싸우며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기에
내가 조금 힘들고 덜 가진 그곳이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공간이 된다면서....

“아빠 그래서 매일 늦은 거였어요 “
거의 매일 목욕을 시켜주고 밥을 지어주는 등
할머니와 현석이를 보살펴왔다는 말과 함께.

하늘세상으로 먼저 간 할머니 따라
오늘 현석이도 하늘소풍을 떠났다며..
눈물지는 모습에
첫눈처럼 살고 계신 우리 아빠는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싶었습니다

한참을 눈물짓던 아빠가
나에게 보여줄 게 있다며
방으로 들어가서는
장롱 안에서 들기도 힘든 큰 상자를 방바닥에
펼쳐놓으니 그 안엔
오백 원짜리와 백 원짜리 동전들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어릴 적 집을 가출한 엄마의 빚을
아버지 혼자서 갚고 있었어면서도
마른 가슴 끌어안고선
제앞에서 엄마를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던
아빠가
대학 갈 때 써려고 어릴적부터 모아 오신 돈을 보며
저는 아빠에게 안긴채
펑펑 소리 내 울수 밖에 없었습니다
해가 떠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다른 종류의 날씨일 뿐
살면서 다가온 불행도
또 다른 행복이라며 해맑게 웃고 계셨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며 쉬시는 날엔 둉료분들이랑
어르신들 이발도 시켜드리며 손발이 되어주시는
아빠가 오늘은
고운 눈물 흘리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곤히 잠드신 걸 바라보며
전 때 묻고 낡은 아빠의 핸드폰을
닦아 드리고 있었습니다

“ 너는 나의 힘“이라고
저장이 되어있는 저를 보면서
제 핸드폰엔 아빠를
“나의 하늘“이라고 적고 있었습니다

해를 꺾어 든 달이
눈먼 바람을 사이에 두고
별들과 나누는 사랑의 밀어를 들으며
저는 아빠에게

“그동안 아빠 딸이어서 행복했어요....
아빠 나 다시 태어난다면... “
라고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부잣집 딸로 태어나고 싶지...”

“아니....

“그럼 뭐..”

“ 다시 아빠 딸...”

행복이 어딨는지 안 보이신다구요
진짜 행복은
남을 위해 사는 삶속에서만
피어나는 꽃이기에 ...

펴냄/노자규의 골목이야기18-10-27-16-24-21-596_deco.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