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뜻이라면” 달관에 사라진 암세포
전립샘암은 남자의 자존감과 삶의 질에 직결된다. 암이란 단어가 주는 죽음의
그림자에 요실금·발기부전 등의 가능성이 예고되면 환자의 마음은 무거워진다.
노화, 남성성, 가장의 역할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하다.
전립샘암도 유전성이 일부 있다. 죽음으로 가던 생존 곡선을 꺾는 경험은 특별
하다. 초기여도 악성도가 높거나 전이 상태에서 온 환자들은 보통 5년 이상
살기 어렵다. 그런데 몇몇 환자는 10년 넘게 외래에 온다. 예상과 완전히 다른
경과를 보인다. 운일까, 좋은 유전자인가 싶은데 기적처럼 느껴진다.
‘하늘의 뜻이면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분들도 인상 깊다. 이런 자세는
치료에도 분명 영향을 준다. 신약 발전과 급여 등재, 임상시험의 기회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병 진행의 흐름을 바꾼다.
더는 손쓸 수 없는 상황에서 표적 방사성 치료제(플루빅토) 임상에 참여해
암세포가 거의 사라진 환자도 있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수술, 약물 등으로
하나씩 대응하다 보니 10년 이상 끌고 오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예전에 그냥
뒀다면 돌아가셨을 텐데 생존 곡선을 꺾었구나’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의사를 지탱해준 건 환자의 신뢰, 동료 의료진과의 협력, 가족의 응원, 항상 최선
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작은 실수 하나가 환자에겐 치명타다. 결과지를 한 줄
이라도 허투루 보면 놓칠 수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조심성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늘 꼼꼼하고 세심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의지할 데가 없는 분들도 병원에 온다. 그럴 때일수록 더
따뜻해야 한다. 환자는 삶의 가장 약한 지점에서 의사를 만난다. 바쁘고 피곤해도
절대 짜증 내면 안 된다.
본문:중앙일보.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