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사람이 하는데, 군에서 사람이 떠나고 있다.
20여 년의 군생활을 하며 전출, 교육 등의 이유로 이사를 20번 했다. 결혼 후에
도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어 자녀를 키우는데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한 예비역 소령이 국가보훈부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 수기에 남긴 말이다.
한국군은 ‘과학기술 강군’을 강조하지만, 사람이 없다면 과학기술 강군은 구호에
불과하다. 현대전에서 첨단 기술 비중이 커졌지만, 기술을 운용하고 판단하는 주
체는 전문성을 지닌 군인의 몫이다. 그 중견간부들이 흔들리고 있다.
역대 정부가 병사 급여 인상이나 초급간부 처우 개선에 집중하는 동안 군복무에
대한 회의감과 박탈감, 열악한 근무환경 등에 지친 중견간부들은 군문을 등지고
있다. 전역하려는 중견간부를 붙잡을 근본적 대책이 절실하다.
중견간부의 이탈은 최근 수년간 두드러지는 추세다. 국가보훈부 통계자료에 따르
면, 장기복무 제대군인은 2021년 이후로 크게 늘어났다. 중견간부의 이탈이 증가
하면, 인력 부족에 따른 간부들의 업무량이 늘어난다.
보고서는 임관 5년차 이상 간부 희망전역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에서도
희망전역을 결심한 이유로 ‘업무 강도 대비 낮은 금전적 보상’이 22.54%로 1위
를 차지했다. ‘부대관리·행정업무 위주로 복무 보람 상실’이 20.14%, ‘병사 봉급
상승 등으로 인한 박탈감’이 10.55%, ‘가족과의 별거’는 9.59%로 나타났다.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대개 사명감 등에 이끌려 군복무를 시작한다.
복무를 하는동안 연차가 쌓이면 기대보다는 실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군생활에 회의를 느끼게 하는 원인이며, 이탈을 부추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쟁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인구절벽 시대에 인력을 발전시키
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폐쇄적이고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문화를 능동적이고 적극
적인 기풍을 조성, 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군복무를 통해 자신과 조직이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고, 업무의 간소화,
사회와의 격차를 감소시킬 수 있다. 군복무가 가정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
도록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간을 최소화 시켜야 한다. 간부의 보직인사와 교류에
서 군인 가족의 여건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직업군인은 사명감과 책임감이 강조되는 직종이다. 이같은 의식이 있어 최전방에서
열악한 환경을 감수하며 복무를 한다. 그들이 박탈감에 시달리지 않게 하려면, 군복
무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비전과 조직문화, 근무 여건도 갖춰야 한다.
본문 이미지: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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