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무서워 견딜 수 없다”…20년간 사투 벌인 치매 엄마의 일기
“하루하루 정신이 흐려지는 것 같아 무서워 견딜 수가 없다.”
어머니의 일기를 읽은 아들은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로서
치매를 앓는 어머니의 심리 변화를 연구해야겠다는 소명도 생겨났다. 어머니는
정신이 온전치 않은 중에도 일기장을 내줬다. 일기장에는 20년 동안 서서히 찾
아온 치매에 대한 어머니의 공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최근 ‘알츠하이머 기록자’라는 책을 펴낸 일본의 정신과 전문의 사이토 마사히코,
치매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인지할 수 없음에도 크나큰 괴로움과 슬픔을
느낀다. 정신의학 전문의로, 현재 치매 치료·돌봄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치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
하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어머니 사이토 레이코 씨는 20년간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노년에도 소녀
같았고, 공부에 대한 열정이 끊이지 않았다. 치매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치매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67세 때다. 사이토 씨는 이런 증상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
다. 부모의 치매를 부정하는 건 환자의 자녀들이 보여주던 모습이었다. 그도 의사
이기 전에 그저 아들이었다.
치매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자녀들에게 수십 년간 해주던 요리법도 잊어버렸다.
두려움과 우울감은 깊어졌다. 필사적으로 생활 방식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요양원
에 들어갈 무렵엔 글도 제대로 적기 어려운 상태였다.
정신과 의사인 아들이 좀 더 일찍 어머니를 보살폈으면 차도가 있었을까. 이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적다며 고령에 발병한 알츠하이머는 의학적 치료 효과를 크게 기대하
기 어렵다고 했다.
대신 두려움에 휩싸인 치매 환자를 위해서는 곁에 있어주는 것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누구라도 정신이 무너져 가는 고통을 공감하기는 어렵다. 불안해하는 환자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난처해하는 것 자체가 좋은 정신요법이 될 수 있다.
치매 환자를 간호하는 일이 정말 힘들다. 자기 자신을 잃어 가는 치매 환자가 얼마나
슬프고 괴로운지, 그 고통을 이해하게 되면,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다.
본문 이미지: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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