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와서 강물처럼 울었다 / 이영춘
안산 벌에서 오지 않는 아이들에 이름을 불렀다
금방 대문을 열고 들어설 것만 같은
교실 문에 달덩이 같이 환한 얼굴 비칠 것 같은
키가 훌쩍 큰 아들, 눈이 해맑게 반짝이는 딸,
그 얼굴 그 발자국 소리들 멀리 사라지고
나는 빈 공원, 빈 그늘, 빈 의자, 빈 강가에 앉아
강물처럼 울었다
거리엔' 잊지 않겠습니다 ' 라는 현수막과
노란 리본이 너희들의 숨결인 양 나부끼고 있는데
너희들 얼굴은 보이지 않고
빈 그림자만 허공을 맴돌고 있구나
너희들 영혼은 지금 어느 하늘을 떠돌고 있을까?
바람소리,파도 소리, 통곡의 소리,
뒤에 남은 자들의 심장을 훑고 가는데
나는 돌아오지 못한, 돌아올 수 없는 아이들의
이름을 부른다
목 놓아 불러본다
살아 있는 내 발자국, 내 얼굴이 부끄러워
자꾸 허공을 향해 헛기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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