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후 피평가자로서의 소희
코믹스브이를 창업하고, 대표를 맡은지 아직 1년이 안되가는 시점입니다. 요즘 제 블로그가 뜸하지만 IT부문에서는 글을 쓰는 블로거이면서, 네이버 경력 그리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연구원을 거쳐 자문이나 과제평가위원을 종종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VR웹툰 스타트업 코믹스브이를 창업후에는 제가 오히려 피평가자로 서게 되는 일이 많아졌죠. 그러면서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많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제 메인 업무가 스타트업 생태계나 R&D평가 체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만큼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는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간만에 겪은 정말 칭찬할만한 평가
금일은 N정부기관의 평가를 받게 되었는데, 간만에 당락과 관계 없이 아주 만족스러운 발표와 평가를 하고 와서 그 이야기를 잠깐 드릴까 합니다. 먼저 대부분의 과제 평가에서의 분위기는 갑/을 관계가 형성됩니다. 피평가자가 을이 되고, 평가자는 갑이 되어서 모든 것을 맞추게 되죠. 평가자와 싸우지 말라는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않게 듣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평가장소에 들어가면 심사위원의 대진운이 상당수 영향을 주게 마련이죠. IT라는 것이 꽤나 범위가 넓고 각 기술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다 각기 다르기 마련인지라 심사위원의 커리어나 기술을 보는 관점에 따라 이해를 시키는 시간이 걸리거나 혹은 아예 선입관이 많은 경우도 쉽게 봅니다.
이 때문에 첫번째 문제는 시간이 매우 부족합니다. 요즘 대부분의 과제는 마치 IR과 같은 피칭을 요구하는것 같습니다. IR이 회사의 핵심을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해는 합니다만, 문제는 IR을 하고나면 과제를 설명할 시간이 부족하고, 과제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회사의 역량을 의심받기 쉽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과제심사는 이 특성을 충분히 염두해두었으면 합니다. 금일 있었던 발표의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충분한 시간입니다. 발표 15분, 질의 응답 15분으로 구성되어있었는데 대부분 IR은 7분정도에 맞춰지므로 나머지 5~7분을 과제를 중심으로 설명할 시간이 있었습니다. 또한 질의응답 시간의 피드백은 부족한 부분을 메꿀수 있었죠.
특히 오늘 심사의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은 진행하시는 분의 마지막 질문이었습니다. "금일 발표에서 심사위원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이 질문은 추가로 보너스 시간을 주고 더군다나 부족했던 의사소통을 마무리할 기회를 줍니다. 또한 더 만족스러웠던 점은 심사가 끝나고 밖에 나가니 과제 심사위원들에 대한 평가지를 주는 점이었습니다. 어느자리에 앉은 과제심사위원이 만족스러웠는지 적극적이었는지, 그리고 태도에 문제가 있는 심사위원이 있었는지.
이 설문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합니다. 제가 몇개월간 과제 심사 받으며 주장했던것 중 하나가 심사위원 풀의 마련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각 과제에 전문성 매칭 여부, 혹은 태도 등을 DB화 하고 이를 다양한 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낸적이 있는데, 이러한 데이터는 이런 정책을 실현하는데 가장 기초 데이터가 되며,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갑/을 관계를 벗어나 좀 더 적극적이고 친절한 자세를 고수하게 됩니다.Ai분야의 좀 불만스러웠던 평가 경험
반대로.. 최근 있었던 좀 불만스러웠던 R&D평가사례에 대해 좀 말씀을 드리면, 이 과제가 기술개발인지 상업성인지 혹은 전문성에 대해 타겟이 어려웠던 점입니다. 특히 최근 있었던 저희 과제심사는 인공지능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연구개발이다보니 대게 두가지를 묻습니다. 하나는 상업성, 두번째는 기술고도화.. 그런데 저는 이 두가지 질문이 처음부터 잘 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상업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 첫번째 묻고 싶습니다. 또한 인공지능기술이 좋으면 그냥 잘 팔릴까요? 라고 또 묻고 싶습니다. 제 경력 중 하나는 사실 인공지능 기반의 웹서비스, 그리고 앱을 기획한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보증기금에서 관련 강의도 한적이 있죠.
먼저 상업성 이야기를 드리자면, 인공지능이 상업적인 수준에 도달하려면 꽤 오랜기간 많이 걸립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가치를 갖게 만드는것은 기술력 보다는 기술기획입니다. 항상 뭐 마켓팅 이런거 있던데... 잘못된 기획은 마켓팅해도 안팔리고, 1년짜리 연구개발에 번갯불에 콩구워 먹든 만들고 파는것 까지 하라니 창업과제도 아니고 무슨 의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 연구에 가장 어려운 점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데이터입니다. 제일 안타까운게 한번도 데이터에 관해 묻는 심사위원을 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상업가능성을 계속 기술력을 기준으로 얘기하는 점이 답답했습니다. 인공지능 연구의 특성은 95%까지는 누구나 쉽게 하지만, 98%, 99%를 만들기가 어렵고, 사실 제일 중요한건 기술 기획에 따라 95%만으로도 충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99% 노력을 할 시간에 잘 만든 서비스 시나리오가 나머지를 다 커버할 수 있죠.
또한 이러한 잘 만든 서비스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사용 시나리오가 일치 되야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이에 대해 이해 하는 심사위원을 보지 못했습니다. 연구개발이라서 그럴수는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만, 문제는 또 반대로 상업성 측면에서는 모두 회사의 매출 수준, 기술력을 기준으로 얘기하는것 또한 좀 이상했습니다. 회사의 매출 수준이 아주 높으면 애시당초 그런 평가에 안나가고 산학을 하지 않습니다. 또한 기업입장에서는 핵심 기술력 유출에 해당하기에 더 오랜 신뢰가 필요한 부분이구요. 제가 제안드리고 싶은 인공지능분야의 R&D는 "데이터", "기술기획력", "인력의 적절성"을 중점 적으로 보고, 기술과 상업성은 "투자"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솔직히 바로 돈이 나오지는 않을겁니다. 돈을 벌고 싶다면 블록체인에 투자하고 블록체인 R&D를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Ai야 말로 학계가 진짜 R&D를 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돈되는건 기업이 합니다. 블록체인같은거 학계가 해봐야 절대 산업계 못이깁니다. 기업은 돈도 더 많고 더 좋은 인력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포닥들이 가는 곳이 그런 기업의 연구소 이고, 연봉이 학교의 석박사와 비교가 되지 않으며 훨씬 체계화된 개발환경에서 더 많은 지원에 더 빨리 만듭니다.
하지만 대신 Ai는 기업에게 무척 부담되는 연구입니다. 그래서 더 많이 쪼기도 합니다. 그 점이 산업계에 AI 연구가 어려운 점 입니다. 상업성은 불투명한데 개발자 인건비, 인프라 비용은 높고 하지만 분명 될건 같은데... 투자는 해야겠고, 인건비는 비싼데 R&D한다고 의사소통도 안되는 이 너드들을 급한 서비스로 보내버려??? 같은 유혹을 받죠. (아. 제 얘기 아닙니다.... )
돈많은 기업들이야 무조건 고! 겠지만, 저희같은 스타트업과 기업들은 필요성은 인지하나 자체 인력으로 할만한 여유도 없습니다. 반대로 학계는 연구할 인력들 시간, 인프라는 있지만, 대부분 데이터와 기술기획면에서 빵점입니다. 기술 조금 좋다고 그냥 써주지 않습니다.
기술 평가하시는 분들도 좀 배우시는 입장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저도 비교적 다양한 서비스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했던거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잘 모릅니다. 제가 했던것도 유효기간은 대략 3~5년으로 거의 끝나갈때 되지 않았나 생각하구요. (제가 3년간 있던 연구기관에 나와 창업한 이유기도 합니다.) 그냥 제 분야에 비춰서 이럴거다 추정할 뿐이죠
어차피 저도 다 아는게 아니고, 제가 엄청난 전문가도 아니지만, 제 경험에 의한 의견은 그렇습니다. 좋은 평가는 좋은 과제를 만들고, 정책의 효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간만에 블로그에 뭐라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