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를 전력으로 쓴다고?
와이파이(Wifi)는 우리 생활의 필수가 됐습니다. 인터넷 세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가장 핵심적 매개체로 자리매김했죠. 이미 주변에는 와이파이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런 와이파이는 어디서 왔냐고 질문하면 어리석을까요. 각 가정이나 빌딩에 장착된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AP)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와이파이 AP가 주파수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는 전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와이파이 AP는 전선이 탑재돼 220V 등 전력을 공급해줘야 합니다. 외부에서 일시적으로 이동통신 주파수(보통 롱텀에벌루션)를 와이파이로 전환하는 모바일라우터도 독자적으로 가동되지 않습니다. 내부 배터리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거나 USB 등 전력 공급을 위한 포트와 연결해야 합니다.
모바일라우터와 배터리
그런데 와이파이는 전파를 이용합니다. 이 전파 자체가 파동 에너지죠. 즉 전파를 보내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담아야 하는데, 이 에너지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최근 전자부품연구원(KETI)가 개발한 무전원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이 주인공입니다.
와이파이를 이용한 무전원 IoT 시스템 작동 개념도
와이파이 AP에서 보낸 전파, 즉 파동 에너지를 수집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변환합니다. 이 전력을 초소형 캐패시터에 담아 와이파이 기반 센서를 작동시키거나 데이터 통신에 다시 활용하는 것입니다.
전파를 이용해 전력을 얻는 기술 개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앞서 영국 IT 기업인 드레이슨 테크놀로지는 잉여 전파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프리볼트(Freevolt)’라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프리볼트는 교류를 직류로 전환하는 정류기와 다중대역 특수 안테나를 활용해 구현할 수 있습니다. 안테나로 무선 주파수 신호를 수집해 직류 전기로 변환하는 겁니다.
드레이슨 테크놀로지는 스마트폰 신호에서 만들어진 에너지를 모아 스피커를 작동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즉 이동통신망을 통해 송·수신되는 전파를 수집해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셈입니다. 하지만 잉여 전파는 에너지로 활용하기에는 미미할 뿐만 아니라 일정량의 전력을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잉여 전파를 전력으로 전환하면 스마트폰 충전도 가능하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도 비슷한 기술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기지국이나 통신 라우터와 통신할 때 잉여 전파가 발생하는데 이를 수집해 전기 에너지로 전환했습니다. 이를 통해 다시 스마트폰 배터리 충전에 활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잉여 전파를 포함, 버려지는 수많은 에너지를 모아 재활용하는 기술을 ‘에너지 하베스팅’이라고도 합니다.
잉여 전파를 전력으로 전환하면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까요. KETI가 와이파이 전파를 전력으로 바꾸는 기술과 함께 개발한 기술을 살펴봅시다. KETI는 와이파이 AP에서 송출한 전파에 백 스캐터라는 변조 방식을 통해 정보를 실어 보내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특정 주파수 무선 신호의 반사와 흡수를 통해 데이터를 변조하는 통신 방식인데요. 통신 기기 전력 소모가 거의 없는 데이터 통신 기술입니다.
KETI 무전원 IoT 시스템을 구성하는 디바이스들. 와이파이 AP, IoT 디바이스, 데이터 리더 플랫폼(왼쪽부터)
와이파이에서 전력을 얻고 이를 다시 저전력 통신 기술로 정보를 주고받는다면, 센서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력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높은 전력을 소모하는 IoT 기기가 아니라면 말이죠. 전력선도 없고 통신선도 없는 진정한 무선 IoT 통신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 와이파이 기반 IoT는 전력 공급이 전제됐지만, 일련의 기술을 활용한다면 저전력 IoT 통신 카테고리에 진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와이파이 기반 IoT 사용처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이 기술이 상용화돼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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