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4
2019년 6월 12일 물날
하루에 한 번 링겔을 맞고, 이틀에 한 번 피를 뽑아낸다. 덕분에 팔은 테이프 자국에, 주사 자국에 난리다. 테이프가 붙었던 곳은 간지러워 긁다보니 뻘겋게 부어올랐다. 심지어 껍질도 벗겨진다. 완전히 상처투성이다. 하루에 두 번 맞았던 항생제는 400에 달하던 간 수치가 100단위로 내려와 맞지 않아도 된다. 희한하게 피를 뽑았던 곳은 시간이 지나니 노란 멍자국이 올라왔다. 언제는 새벽에 자고 있다 간호사 언니가 들어와 피를 뽑는데, 혈관을 잘못 찾아 주삿바늘을 다시 빼고 다시 넣었던 적이 있었다. 어렸을 때의 나였다면, 잠결인데도 불구하고 벌떡 일어나 주삿바늘이 들어가고 피가 뽑히는 광경을 심한 엄살과 함께 눈에는 눈물이 맺힌채로 뚫어져라 쳐다봤을 거다. 지금의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나의 하루 일정은 거의 비슷하다. 눈은 간호사 언니들과 의사쌤이 문을 노크하고 들어오는 소리에 깬다. 잠을 잤다 안잤다를 몇 번 하곤, 11시에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한다. 세수를 하고 소파 앞 간이 침대에 놓여진 아침밥을 그제서야 먹는다. 아침 점심 저녁마다 주어지는 약을 먹기 위함이다. 점심은 12시인데. 아침을 11시에 먹는다. 약을 먹고 조금 있다가 또 점심 식판이 방으로 들어온다. 나는 이어서 그걸 또 이어서 먹는다. 다 먹은 식판들은 밖 복도를 따라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수거함에 집어넣는다. 다시 돌아와 약을 먹고 책을 읽거나 핸드폰으로 영상, 게임을 한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비슷하다. 밖을 나가거나 방안에서 놀거나 한다. 지루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빠르다. 몽피가 추천해준 책 두 권과 유튜브 영상 5개. 이것들만 해도 시간이 금방금방 간다. 재밌지만서도.. 퇴원은 빨리 했으면 좋겠다.
<공부>
글, 그림. 공공 강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