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16 트럼프의 대외정책, 주변부 확대전략으로의 전환(?)
트럼프 집권이후 대외정책방향이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한다. 트럼프가 5월 11일까지 엄청난 뉴스를 내놓겠다고 했는게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협상이라는 말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프럼프의 사우디방문으로 대표되는 서아시아 정책이 아닌가 한다.
트럼프는 이번 서아시아 방문에서 사우디에 막대한 무기를 수출하고, 카타르로부터 고가의 항공기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 겉으로 드러나는 것 보다는 그 이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트럼프가 이번 서아시아 방문에서 아브라함 협정을 실질적으로 구현했다고 평가한다.
미국의 대외정책을 정권의 향방에 상관없이 일정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정권별로 대외정책이 달라지는 것은 기존의 대외정책이 실패했다느 것이 명백해졌고 완전한 방향수정이 필요할 경우이다. 한국전쟁 종전이 그렇고 베트남전쟁 종전이 그렇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가 그렇다. 그러나 이런 대외정책의 변경은 전술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패권유지를 위한 개입정책의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하겠다.
트럼프 등장이후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은 미국이 다시 고립주의로 돌아섰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대외정책을 보면 전혀 그런 성향은 보이지 않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중국과 러시아같은 강대국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과 대결은 자제하면서도 주변부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도 여전하다. 트럼프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개입을 확대하고 있는 방향으로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생각과 방향을 읽기 어려운 것은 그가 먼저 경제적인 이해득실을 내세우는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경제적 이해관계의 배후에는 지정학적 영향력 유지와 확대라는 패권국가의 의지가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아직 미국이 중동이나 우크라이나에서 손을 빼고 중국에 노력을 집중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대결보다는 주변부 지역의 장악을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전략을 추진하는지 분명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미국이 그 둘을 모두 다 할 수 있는 역량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둘 중 그 어느 한쪽에 치중하는 방법밖에 없다. 바이든의 경우는 중국과 러시아와 직접 대결을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했고, 트럼프는 중국 및 러시아와 직접 대결하는 방식은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징후를 보였다.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를 서로 분리 이간시키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좀 더 크게 살펴보면 트럼프는 주변부를 우선 다독이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이 이란과 협상을 하면서 사우디에 대량의 군사무기를 제공하고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통제력을 확대하고 있다거나, 아프리카 사헬지역의 반미제국주의 전선의 선봉에 서고 있는 부르키노파소의 트라오레 대통령에 대한 암살시도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것은 , 주변부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러시아는 부르키노 파소의 트라오레 경호와 보호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동지역에서는 시리아에서 아사드가 축출되면서 미국이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상황은 시아와 순니의 갈등구조를 미국이 이용할 수 있는 기회로 작동하고 있다고 하겠다. 앞으로 시리아 문제가 어떻게 정리되는가 하는 것이 국제정치질서의 향후 전개과정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 같다.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하는 것은 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아가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스라엘 보호를 위한 방파제의 역할을 하면서 이란의 팽창을 막아내는 교두보 역할을 할지 아니면, 튀르키예와 사우디 그리고 이란의 갈등무대가 될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란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미국의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고 대응하는가가 향후 국제정치질서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시리아의 붕괴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하여 공개했다. 시리아의 붕괴과정에 카타르의 자금이 아사드 군대를 매수하는데 사용되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미국의 시리아 정보작전은 완전하게 성공했다고 하겠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란은 불의의 한방을 맞은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왜 시리아에서 자신들이 실패했는가를 반성할 것이며, 그것이 결국 유엔과 미국의 제재에 자신들이 동의하면서 시리아의 내구성을 완전하게 붕괴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반성은 아마도 러시아가 북한을 적극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즉 시리아의 붕괴가 러시아의 북한지원이라는 결과를 초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트럼프 이후에도 여전히 대외개입과 팽창이라는 패권국가로의 행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고,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은 회피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국가에 대한 개입과 확대는 그대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행태는 약화되어가는 패권국가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패권국가가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축소하거나 도전자가 등장하고 그들의 힘이 강화되는 것에 비례해서 자신의 역할을 줄이는 경우는 없다. 당연히 끝까지 저항하고 싸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 바로 그런 것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