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9 제2의 체제경쟁에서 지고 있는 남한

6월 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부 형사부에서 지난해 10월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며 마을버스를 훔쳐 통일대교로 돌진한 30대 탈북민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월북을 기도한 사람은 2011년 12월에 남한에 들어왔다고 한다. 현재 30대라고 하니 남한에 들어온 나이는 20대 초반이었을 것이다. 그는 일용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2018년 다리부상을 입은후 건강악화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초생활수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북한에서는 하루이상 굶어본 적이 없었는데 남한에서는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면서 돈이 없으면 죽겠다는 생각으로 탈남을 결행하다가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다

재판부는 판문에서 '대한민국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이 처한 현실을 일부 보여주는 것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풀어가야 할 문제로 이해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사건을 어떻게 보고 인식해야 할까? 한때 탈북자들이 밀물처럼 들어오는때가 있었다. 북한이 매우 어려웠을때다. 그때는 모두들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자들이 과거처럼 많이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는 매년 2000명이 넘는 탈북자가 들어왔다. 그 이후 그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2021년에는 한해동안 63명으로 줄어들었고 그 이후에는 100명을 넘지 않는다. 탈북자 숫자만으로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격한 탈북자 수의 감소는 북한체제를 평가하는데 어느정도 유의미하다고 할 것이다.

이번 탈북자의 월북기도는 비단 탈북자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하층계급의 생활수준이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겠다. 적어도 하층계급의 상황을 보면 남한은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 것이다.

북한은 최악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리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같다. 러시아가 유엔의 제재가 잘못되었다고 하는 마당이다. 게다가 이제 유엔도 더 이상 기능하지 않은 유령기구가 되어버렸다. 새로운 국제질서의 형성과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 속도는 과거보다 훨씬 빨라질 것임은 명확하다.

반면 한국의 경제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리고 경제악화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받는 것은 하층민이다. 당장 현재의 기초수급대상자들은 남한보다 북한에서 사는 것이 훨씬 더 자신의 삶에 유리한 상황이다. 앞으로 그 정도는 차상위계층으로 점점 더 올라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내 부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밑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남한이 북한보다 체제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인식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겠다.

남한사람들은 자신의 정권이 어떤 남북관계를 추구하고 목표로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없다. 남한은 기본적으로 국가연합과 같은 형태의 통일을 추구한다. 그런데 국가연합이라고 한다면 통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남한 정권은 노태우 이후 통일을 사실상 포기했다.

북한은 김일성이 고려연방제를 주장하면서 통일을 주장했다. 그러던 북한이 김정은 들어 고려연방제주장을 폐기했다. 북한도 통일을 포기한 것이다. 김정은이 24년 1월 1일이후 주장한 남북 두국가체제는 내용적으로 남한의 국가연합방안과 다르지 않다. 북한도 통일을 더 이상 추구해야 할 정책목표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필자는 판사의 판결문에서 '통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사회'라는 말을 보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남한사람들은 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남한이 통일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 오만과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남한은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패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형세상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북한에서는 생활이 어렵다고 해도 남한처럼 일주일씩 굶지는 않는것 같으니 말이다. 네 이웃의 삶에 무관심하면 결국 그 여파는 자신에게까지 미치는 법이다. 남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신의 이웃에 관심을 전혀 가질 수 없는 체제라는 점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남한은 체제경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제2의 체제경쟁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남한은 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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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1, 흥미롭고 생각을 자극하는 분석입니다! 탈북민의 월북 시도 사건을 통해 남한 사회의 하층민 문제와 남북 관계의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신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남한은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패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형세상 기울어져 있는 상황"이라는 주장은 깊이 고민해 볼 만한 화두를 던져줍니다.

판사의 판결문 언급을 통해 남한 사회의 안일한 인식과 오만함을 비판하신 부분도 공감이 갑니다. 과연 우리는 통일을 진정으로 준비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웃의 고통에 얼마나 무관심한 체제 속에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Steemians 여러분도 @section-1 님의 분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남한 사회의 문제점, 남북 관계의 미래, 그리고 체제 경쟁의 향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