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사이언스] 바나나 멸종 막아줄 야생 바나나 발견됐다. 그런데...

in #moon-road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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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문병도기자] 바나나 멸종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되는 야생 바나나가 발견됐다. 하지만 이것 역시 몇그루 남지 않아 멸종 위기에 몰려 있다.

영국 BBC방송은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야생 바나나가 바나나 멸종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7일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이 야생 바나나가 대륙에서 떨어져서 고립된 채 진화했기 때문에 특별한 특징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 야생 바나나는 엔세테 페리에리(Ensete perrieri)로 이름 지어졌다.

리처드 알렌 영국 왕립식물원의 박사는 "새로운 종이 가뭄과 질병에 체질적으로 저항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생 바나나가 바나나에 치명적인 파나마 병에 내성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바나나는 캐번디시(Cavendish) 한 품종이다. 그런데 이 종은 씨가 없다. 뿌리를 잘라 옮겨 심는다. 그래서 전세계에 재배되는 바나나는 유전적으로 동일하다.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병충해가 휩쓸 경우 전멸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그런 적이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바나나는 ‘그로 미셸(Gros Michel)’이라는 품종이 주를 이뤘다. 이 품종은 맛과 향이 진하고 껍질이 두꺼워 장거리 운송이 가능했다. 하지만 파나마병이 유행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파나마병은 푸사리움(fusarium) 속 곰팡이가 물과 흙을 통해 바나나 뿌리에 감염되는 병으로, ‘바나나 암’이라 불릴 만큼 바나나에게는 치명적인 병이다.

1903년 파나마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 병에 걸리면 잎이 갈색으로 변한 후 말라죽게 된다. 그로 미셸은 이 병에 저항성이 없었다. 그로미셀은 모두 죽고 1960년대 생산이 중단됐다. 1960년대 중반, 파나마병에 잘 견디는 ‘캐번디시’ 품종을 찾아냈다. 그로 미셸보다 크기가 작고 맛과 향도 떨어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로 미셸의 자리는 캐번디시 품종이 차지했다.

그런데 1980년대 대만에서 캐번디시 품종이 파나마병 증상으로 말라죽기 시작했다. 변종 파나마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대만에서 재배되던 캐번디시 70%가 사멸했다. 변종 파나마병은 대만을 시작으로 중국, 인도, 호주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이제 남미로 번진다면 전세계 바나나는 쑥대밭이 될 것이다. 캐번디시 역시 멸종 위험에 노출됐다.

과학자들은 마다가스카르 야생 바나나를 보존해서 바나나가 멸종할지도 모를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큐식물원 마다가스카르 보호 센터의 헬레네 랄리마나나 박사는 "이 섬은 풍부한 식물 유산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번에 발견된 야생 바나나도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야생 바나나에는 캐번디시 바나나를 개량할 수 있는 유전자가 들어 있을 만한 커다란 씨를 갖고 있다. 열매 안에 씨가 들어 있어 먹을 수는 없지만, 교배를 통해 맛있고, 파나마 병에 회복력을 가진 새로운 바나나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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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겨우 다섯그루 밖에 남지 않았다는게 문제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이 야생종이 거의 멸종상태다. 바나나가 발견된 곳은 숲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심한 기후 변화에 노출되거나, 농사를 위해 불을 놓거나, 캐내질 가능성이 크다. 먼저 이 종을 보존하는게 관건이다. 랄리마나나 박사는 "이 종이 보존된다면, 씨를 채취해서 유전자를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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